뷰페이지

8개월간 학교 폭력에 학생 자살..학교는 뭐했나?

8개월간 학교 폭력에 학생 자살..학교는 뭐했나?

입력 2012-01-02 00:00
업데이트 2012-01-02 16:00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학생들 “학교,담임에게 알려도 달라질 거 없어”

대구에 이어 발생한 광주 중학생 자살사건으로 일선학교 학생 생활지도의 한계가 다시한번 여실히 드러났다.

이번 사건은 교내 폭력, 청소년 흡연, 성적 부진 등 최근 10대의 비행과 고민이 어우러진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교내에 만연한 폭력을 뿌리 뽑지 못한 학교는 학생을 잃고도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기 보다 책임을 회피하는데만 열중하고 있다.

◇’8개월간 폭력’..학교 뭐했나? = 현재까지 경찰 조사결과 숨진 광주 J중 2학년 A군은 다른 반 학생인 B군 등 3명에게 지난해 4월부터 29차례에 걸쳐 폭력과 갈취를 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주변 학생들의 진술에 의존한 것이어서 폭력이 자살과 직결됐는지는 앞으로 수사를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A군이 1학기 성적 때문에 가출한 경험이 있고 2학기 성적표 발송을 앞두고 고민했다는 진술도 있어 자살에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것이라는 추정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A군이 B군 등으로부터 오랜 기간 시달렸고, B군의 비행은 학교에도 공공연하게 알려진 사실이라는 점이다.

A군이 숨진 채 발견된 날(지난해 12월 29일)로부터 한달 전인 11월 30일 한 교사는 A군과 B군이 돈 문제로 옥신각신하는 것을 보고 두 학생을 훈계한 것으로 알려졌다.

B군은 2010년 12월 친구에게 돈을 빼앗아 5일간 교내봉사를 하고 지난해 10월에는 여학생과 혼숙한 사실이 드러나 40시간 사회봉사를 하기도 했다.

이 무렵 B군은 전학권고를 받았지만 본인 거부로 무산된 것으로 전해졌다.

A군과 B군을 확실히 격리했다면 안타까운 죽음을 막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는 가정이 가능한 대목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학교측은 방학을 하루 앞당기는 등 사태를 덮으려는 데만 열중해 학교폭력을 은폐하려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가해자, 피해자 어느 하나 보듬지 못하는 학교 = 교육 당국의 한 관계자는 “B군에 대한 생활지도는 교사도 어려워했다”고 털어놨다.

이 관계자는 또 “불특정 다수 학생에게 돈을 빼앗거나 담배를 상납받았다 해도 피해학생이 말을 하지 않으면 지도에 한계가 있다”며 “중학교육까지 의무교육인 마당에 학교 입장에서 보면 B군도 결국 끌어안아야 할 학생이라는 점에서 고민은 더 커진다”고 해명했다.

B군이 학생들을 괴롭히고 탈선을 일삼아 왔지만 그 원인도 결국 사회가 잘 보듬지 못한 데서 찾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B군은 가정 사정으로 할아버지 밑에서 자라다가 반복되는 문제행동으로 최근에는 종교시설에서 생활한 것으로 전해졌다.

B군은 경찰 조사에서 “A에게 돈을 달라고 하거나 장난으로 툭툭 치기는 했지만 세게 때리지는 않았다”며 “A가 숨진 날에도 복도에서 만나 함께 화장실을 함께 갔을 뿐 때리지 않았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단 한계, 가해학생 배짱 키워 = A군의 장례식장에서 만난 학생들은 “B가 A는 물론 다른 학생들도 몹시 괴롭혔다”고 폭로했다.

”왜 선생님한테 말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얘기해도 달라질 게 없다”고 돌아온 학생들의 답변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교사들은 “학생들이 말하지 않는 이상 시시콜콜하게 폭력실태를 알 수 없다”면서도 지도상의 한계는 인정했다.

교단의 한계는 가해학생의 배짱만 키워 학교폭력을 양산하는 결과를 낳았다.

왕따 등 학교 폭력을 행사한 학생에게는 전학, 10일 이내 출석정지, 학급 교체, 특별 교육, 사회봉사 등 처벌을 할 수 있다.

고등학생은 퇴학도 가능하지만 의무교육 대상인 중학생에게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지난해 교육과학기술부가 민주당 김유정 의원에게 제출한 학교폭력 현황자료에 따르면 광주 지역 학교 폭력 가해자는 2006년 201명에서 지난해 956명으로 급증했다.

이들 가운데 296명이 교내 봉사 처분을 받았으며 퇴학처분은 한명도 없었다.

J중의 한 교사는 “문제를 일으켜도 사회봉사 몇시간 하면 넘어간다고 생각하고 반성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며 “순간만 모면하면 된다고 인식하니 무서운 교사의 말은 잘 듣는다”고 털어놨다.

처벌의 경중이 아닌 인식의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광주 한 중학교 교사는 “학생이 폭력을 심각한 것으로 받아들여야만 가해자도 줄고, 피해자도 외부에 피해사실을 알릴텐데 최근 추세는 폭력에 너무 무감각해진 것 같다”며 “동급생을 괴롭히는 것이 얼마나 큰 죄인지 인식시키고, 피해학생에게는 신고를 해도 보복을 당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을 주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많이 본 뉴스

국민연금 개혁 당신의 선택은?
국민연금 개혁 논의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산하 공론화위원회는 현재의 보험료율(9%), 소득대체율(40%)을 개선하는 2가지 안을 냈는데요. 당신의 생각은?
보험료율 13%, 소득대체율 50%로 각각 인상(소득보장안)
보험료율 12%로 인상, 소득대체율 40%로 유지(재정안정안)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