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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그러진 영웅’처럼…한 고교 반장의 폭력

‘일그러진 영웅’처럼…한 고교 반장의 폭력

입력 2012-01-06 00:00
업데이트 2012-01-06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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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장인데다 덩치도 크니까 다들 아무 말 못하고 당한 거죠.”

6일 충남 논산경찰서에 따르면 지역의 한 고등학교 반장인 A군은 지난해 3월 중순 같은 반 친구 B군과 어깨를 부딪혔는데 B군이 사과를 하지 않는다며 주먹을 휘둘렀다.

그렇게 사소하게 시작된 폭력은 그후로도 계속 이어진 것으로 경찰 조사결과 나타났다. 목을 팔로 감싸 안는 이른바 ‘기절놀이’를 한다며 급우들이 보는 앞에서 목을 조르기도 했고, 성기를 발로 차는 폭력행위도 있었다.

경찰 관계자는 “A군은 장난이라고 생각했고, B군은 내성적인 성격 탓에 반응을 하지 않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해 6월에는 평소 친하게 지내던 C군이 희생양이 됐다.

자신보다 성적이 뛰어난 C군에게 학력고사 시험 예상 문제를 뽑아오라고 시켰는데, 잘못 알려줘서 점수가 나쁘게 나왔다며 C군에게 주먹을 휘둘렀다.

주로 선생님이 없는 자율학습 시간을 이용해 같은 반 학생들이 보는 앞에서 C군 등 3명을 의자에 테이프로 묶어놓고 손바닥과 허벅지를 때리기도 했다. 대부분은 특별한 이유가 없었다.

같은 해 9월 보다못해 같은 반 학생이 교사에게 문자메시지로 폭행 사실을 전한 것을 알았을 땐 직접 ‘밀고자의 최후’가 어떻게 되는지 시범을 보여줬다.

교사에게 ‘반장으로서 모범을 보이라’는 등 훈계를 듣고 화가 난 A군은 C군을 복도로 끌고 나가 걸레 자루로 학생들이 보는 앞에서 엉덩이를 때렸다.

결국 급우들은 그 후로 침묵하게 됐고, 뒤늦게 C군 가족의 신고로 A군은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급우들에게는 ‘독재자’인 A군이었지만 정작 경찰에 붙잡힌 뒤에는 “처음에는 장난으로 시작했는데 지금에 와서는 잘못했다고 생각한다”면서 뉘우치는 모습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A군이 덩치가 크고 힘이 센데다 반장이어서 피해 학생들은 제대로 저항하지 못한 것 같다고 경찰은 전했다.

또래보다 덩치가 큰 반장이 급우들에게 폭력을 당연시하며 휘두르거나 예상 문제를 뽑아오라고 시키는 모습 등은 소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을 연상케 한다.

특히 9개월동안 26차례에 걸쳐 C군 등 3명에 대한 지속적인 폭력이 이어지고 시계와 현금까지 빼앗았음에도 소설처럼 다른 학생들이 침묵했기 때문에 피해가 커졌다.

경찰 관계자는 “A군도 처음에는 장난으로 시작했다가 자신도 모르게 재미가 느껴졌던 것 같다”면서 “최근 학교 현장에서 폭력이 일상화되면서 이에 대해 무감각해지고 있는데 경각심을 일깨울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논산경찰서는 이날 같은 반 친구들을 때리고 금품을 빼앗은 혐의(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로 A군을 불구속 입건했으며, 학교는 A군을 퇴학처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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