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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학교보안관제, 반대 여론에 ‘사면초가’

새 학교보안관제, 반대 여론에 ‘사면초가’

입력 2012-01-17 00:00
업데이트 2012-01-1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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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안관·교장 반발…”보안관, 수위·경비원 전락 우려”

서울시의회가 올해부터 학교보안관을 학교장 직영체제로 전환하기로 했지만 학교보안관들과 학교장이 강하게 반발하면서 “아무도 혜택을 받지 못하는 정책”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학교보안관 직영 체제 전환은 서울시와 현장의 만류에도 예산 삭감을 주장한 일부 시의원들에 의해 주도된 것으로 알려져 정책의 취지와 민의를 반영하지 못한 의정 사례라는 지적도 나온다.

◇정책 개선 수혜자는? = 17일 서울시와 시의회 등에 따르면 시의회는 지난달 학교보안관 제도를 학교장 직영으로 변경하고 학교보안관의 월 급여를 약 20만원 인상해주기로 했지만 정작 학교보안관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시의회 홈페이지의 유(U) 신문고에는 보름 남짓한 기간에 50여건에 달하는 관계자들의 민원이 쏟아졌다. 시의회와 시 관계 부서도 관련 민원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31년간 육군에서 근무한 뒤 학교보안관으로 일하고 있다는 박모 씨는 “비록 많지 않은 월급이지만 아이들을 지켜준다는 자긍심 하나로 근무를 해왔다. 당사자들의 의견 수렴도 없이 왜 이 제도를 흔드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성토했다.

성북구에서 학교보안관으로 근무 중이라는 한 시민은 “우리에게 급여의 적고 많고는 중요하지 않다”며 “학교나 교육청 소속이 된다면 수위, 경비원으로 전락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학부모뿐만 아니라 학교보안관 선발권을 넘겨받은 교장들 역시 불만이다. 자칫 운영을 잘못해 사고가 발생하면 큰 책임을 질 수 있는 데다가 보안관을 통제할 수 있는 전문성도 부족하기 때문이다.

서울 마포구의 한 교장은 “개별 학교 상황에 따른 자의적인 운영으로 효율성이 떨어질 것이고 학교로서는 관리 인력이 많아지는 것도 큰 부담”이라며 “지금까지 잘 돼왔던 학교보안관 제도를 협의 없이 학교 직영으로 바꾸겠다고 하니 당황스럽기만 하다”고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2년 한다더니..1년 만에 ‘딴소리’ = 시의회의 막무가내식 일 처리도 학교보안관 용역업체의 원성을 사고 있다.

시가 애초 운영 기간을 2년으로 정하고 전문용역업체를 모집했지만 시의회가 1년 만에 위탁용역을 취소하고 학교장 직영으로 전환하면서 결국 ‘뒤통수’를 맞았다는 것이 업체들의 주장이다.

2010년 12월 시는 ‘서울특별시 공고’ 형식의 학교보안관 운영사업 참여업체 모집 공고문에서 운영기간을 2011년 3월부터 2013년 3월까지 2년으로 명시했다.

그러나 시의회는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사전 협의 없이 학교보안관제도를 학교장 직영으로 변경하고 업체에 운영 위탁 중단을 예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광현 현장종합관리 부장은 “운영상 과실이 없었음에도 2년간 사업을 운영하도록 해준다고 공고를 해놓고 1년 만에 중단하는 것은 사실상 계약 위반”이라며 “1년간 운영한다고 했으면 누가 지원했겠느냐”고 목청을 높였다.

업체와 시 사이에 정식 계약이 없었던 만큼 서울시의 공고만으로 법적인 구속력을 갖출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법률 전문가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다.

다만 공고의 법적 효력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해도 시는 정상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한 업체와 약속한 운영 기간을 지키지 못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이 다수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기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구체적인 계약이 없었지만 선정 시 조건에 위배되는 특별한 사정이 운영기간에 발생하지 않는 한 명시한 기간을 지키는 것이 맞다”고 설명했다.

◇서울시 학교폭력 급증..대책은 뒷걸음 = 이번 학교보안관 논란은 날로 심화하는 서울시 학교폭력 문제의 심각성을 반영하지 못한 정책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교육과학기술부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지역의 학교폭력 피해학생은 3천244명으로 전년(1천643명)보다 두 배나 급증했다. 가해학생도 같은 기간 2천111명에서 4천589명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시와 시의회는 최근 학교 폭력에 대한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기도 했지만 명목상 협의체만 구성하기로 했을 뿐 구체적인 대안을 내놓지 못하는 상황이다.

여기에 더해 시의회가 무리하게 예산을 삭감해 학교보안관 제도를 직영체제로 전환하면서 학교 폭력 대책을 오히려 후퇴시켰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시와 시의회가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현장의 요구와 교육 전문가들의 의견을 바탕으로 더욱 근본적인 고민이 시급한 때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김건찬 학교폭력예방센터 사무총장은 “매번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시민단체를 불러 예방 프로그램 시연회나 간담회 등 형식적이고 피드백 없는 행사만 연다”며 “배움터 지킴이나 보안관, 심지어 실버보안관까지 있다지만 교육을 통한 본질적인 대책이 없으니 예산만 낭비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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