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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경 영웅담’ 부풀려졌다…하지만 그럴만했다

‘의경 영웅담’ 부풀려졌다…하지만 그럴만했다

입력 2012-01-20 00:00
업데이트 2012-01-20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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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경 영웅담’ 조작 의혹을 조사한 경찰은 20일 “조작이 아니다”고 결론을 내렸지만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겼다.

경찰은 영웅담의 주인공인 조민수(당시 21세) 수경이 순직은 맞지만 물에 빠진 주민 강모(58)씨를 구하려다 숨진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지난해 7월27일 오후 9시40분께, 경기도 동두천시내에는 이틀간 500㎜가 넘는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져 물바다가 됐다.

조 수경은 이 시각 동두천시 보산동 신천변 도로를 지나다 급류에 휩쓸렸고 5시간 만에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조 수경이 미군기지 담벼락을 붙잡고 구조를 기다리던 한 시민을 돕기 위해 가다 숨졌다며 순직 처리했다. 행정안전부는 며칠 뒤 옥조근정훈장을 추서했다.

그러나 5개월 뒤 조 수경 영웅담이 조작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조 수경이 철수명령 지연으로 숨졌다’, ‘시민을 구하려다 숨진 것이 아니다’, ‘책임을 면하기 위해 영웅담을 만들었다’ 등 크게 세 가지다.

경찰은 수해 현장에 있거나 순직 결정 과정에 참여한 경찰관 16명, 의경 35명, 주민 5명 등 총 56명을 조사해 당시 상황을 재구성하는 등 규명에 나섰다.

그 결과 숙소에서의 철수명령 지연 주장은 당시 함께 있던 의경, 주민 등의 진술을 확보해 사실이 아니라고 못박았다.

그러나 강씨를 구하려 했는지는 명쾌한 답을 내놓지 못했다. 이 부분은 가장 정확히 아는 당사자가 숨져 ‘아무도 모를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왜 갔는지’ 직접 들은 사람이 없고 조 수경이 급류에 휩쓸린 앞 뒤 사정을 본 사람도 그저 추정할 뿐이었다고 경찰은 전했다.

일부는 “강씨를 구조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나머지는 “구조활동 중인 소대원과 합류하려고 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둘 다 가능성이 있다”, “조 수경만 알고 있을 것”이라는 진술도 나왔다.

경찰은 이를 토대로 애초 자신했던 조 수경의 강씨 구조 시도 내용을 뒤집었다.

그러나 조 수경이 강씨를 구조하려 했다는 시각이 더 많다.

누구보다 현장을 잘 알고 있는 조 수경이 굳이 지대가 낮은 당시 이동 경로를 택할 이유가 없을 것이란 게 주된 이유다.

강씨를 구조하려 했다고밖에 달리 설명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특히 소대원 8명이 당시 강씨와 6~7m 떨어진 물길 건너편에서 구조를 시도하던 중 조 수경이 접근하는 것을 봤다.

돌아가라고 소리쳤으나 주변이 시끄러워 조 수경이 듣지 못하고 계속 진행하다 급류에 휩쓸린 사실도 확인됐다.

당시 경찰은 이 같은 정황을 종합해 조 수경이 강씨를 구조하려다 숨졌다고 판단해 지휘부에 보고했다.

조작 여부에 대해 경찰은 1소대 부관이 “조 수경이 실종됐는데 시민을 구하다 죽은 걸로 하자”고 말한 것으로 인정했다.

그렇다고 조작과는 다르다는 게 경찰 입장이다. 나쁜 의도로 영웅담을 만든 게 아니라는 것이다.

경찰의 이번 조사 결과는 종합적으로 “조작은 아니지만 부풀려졌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일각에서는 조 수경이 꼭 강씨가 아니라도 대피주민을 보호하다 소대원 쪽으로 이동한 것이 확인된 만큼 순직이 분명하고 악의가 없는데 굳이 들춰 고인을 두번 죽일 필요가 있냐라는 반응도 나왔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이번 조사결과가 목격자 진술에만 의존하다 보니 명쾌하지 않을 수 있다”며 “국가를 위해 의무 복무하다 수해현장에서 꽃다운 나이에 목숨을 잃은 청년의 넋을 위로하는 차원에서 봐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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