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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 미궁 빠졌던 대전 대성동 살인사건 전말

8년 미궁 빠졌던 대전 대성동 살인사건 전말

입력 2012-01-31 00:00
업데이트 2012-01-31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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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 만이다.

한겨울 새벽 발생한 ‘대전 대성동 살인사건’의 수수께끼는 경찰의 끈질긴 노력 끝에 결국 깨끗하게 풀렸다.

31일 경찰에 따르면 지난 2004년 12월5일 오전 3시께 대전 동구 대성동의 한 아파트를 순찰하던 경비원 A씨는 주차장 길 한복판에서 이상한 차량을 발견했다.

비상등을 깜빡인 채 정차된 차량에 다가선 A씨는 한 중년 여성이 조수석 쪽에 비스듬히 누워 있는 것을 확인했다.

차량 번호를 조회한 A씨는 이 여성의 아들을 불러 함께 문을 열었다가 깜짝 놀랐다.

당시 A씨는 경찰에서 “피를 많이 흘린 상태였다”며 “119를 불렀지만, 이 여성은 이미 숨져 있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문모(당시 42·여)씨가 흉기로 인한 과다 출혈로 숨졌다고 밝혔다.

문씨의 손에서는 흉기를 막다 생긴 것으로 보이는 상처도 발견됐다. 누군가의 무차별적인 공격을 받았던 정황이 드러난 것이다.

수사에 나선 경찰은 문씨의 행적을 확인한 끝에 이날 대리운전 기사와 함께 자택 주차장까지 온 것을 밝혀냈다.

문씨는 특별한 원한 관계가 없었던 것으로 밝혀졌던 터라 마지막까지 함께 있었던 대리운전 기사가 유력한 용의 선상에 올랐다.

경찰은 대리운전 기사의 통화내용과 이동 경로를 파악한 뒤 거짓말 탐지기까지 동원해 조사를 벌였지만, 혐의점을 밝혀낼 수 없었다.

이후 강력계 형사 37명으로 전담팀을 편성, 동일수법전과자 등 용의자 1천500여 명을 대상으로 광범위한 수사를 펼쳤다.

그러나 피의자를 특정하지 못해 결국 장기미제 사건으로 남게 됐다.

미궁에 빠진 듯한 사건을 8년 만에 해결할 수 있었던 실마리는 흉기의 손잡이 부분에서 발견된 ‘쪽 지문(지문의 일부)’이었다.

경찰은 당시 현장에서 채취한 유일한 단서인 이 지문에 대해 “너무 작아 신원파악은 어려운 상태”라고 설명했다.

새로운 전기는 최근 대전지방경찰청이 장기미제사건 전담수사팀을 신설하는 등 사건 해결에 발벗고 나서며 마련됐다.

경찰은 기존 기록을 재검토하는 한편 첨단 과학수사 기법을 이용, 이 지문의 ‘주인’을 찾아나섰다.

흉기를 사용한 강도 전과자 79명을 상대로 일일이 지문을 대조한 결과 경찰청 과학수사센터로부터 증거와 일치하는 김모(53)씨의 인적사항을 통보받았다.

28일 주거지 인근에서 잠복 중이던 경찰에 붙잡힌 김씨는 범행 일체를 자백하며 “우발적이었다”고 입을 뗐다.

당시 사채업을 하던 김씨는 “내게 돈을 빌려간 사람을 찾던 중 우연히 주차장에 있던 피해자를 발견하고 쫓아가 범행했다”고 말했다.

이날 김씨는 차 안에서 자신에게 대항하는 문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뒤 현금 40만원을 훔쳐 달아난 것으로 드러났다.

대전지방경찰청 장우석 미제사건 전담수사팀장은 “현재 주요 미제사건에 대해 여러모로 살피고 있다”며 “피해자 유족이 사진 공개를 허용하는 등 사건 해결을 간절히 원하는 만큼 수사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이 사건과 관련한 모든 내용은 6천장에 달하는 서류에 그대로 남아 있다.

8년간 쌓여 있던 먼지를 털어낸 경찰의 끈기는 영원히 묻힐 뻔한 살인 사건의 전모를 명확히 밝혀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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