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파 피살 5년간 ‘미궁’…초동수사 실패가 화근

노파 피살 5년간 ‘미궁’…초동수사 실패가 화근

입력 2012-02-16 00:00
업데이트 2012-02-16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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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제사건 전담수사팀 신설..끈질긴 수사 ‘급물살’

자칫 영구 미제로 남을 수 있었던 강원 화천의 70대 노파 피살사건의 유력 용의자가 5년 만에 검거된 가운데 피살된 노파의 집으로 배달된 협박성 편지가 사건 해결의 결정적 실마리가 됐다.

경찰은 노파 피살 직후부터 배달된 편지의 내용으로 미뤄 발신인이 범인일 가능성이 크다는 추론을 토대로 집요하게 물고 늘어진 탐문수사 끝에 쾌거를 거뒀다는 평가다.

그러나 유력 용의자 조모(64)씨가 피살된 노파의 집에서 함께 저녁식사까지 하는 등 장시간 범행 장소에 머물렀지만 경찰은 초동수사 때 단 한 건의 지문이나 DNA조차 확보하지 못해 수사를 어렵게 만들었다는 비난은 피할 수 없게 됐다.

◇ ‘5년 전 화천 산골마을서 무슨 일이..’ = 이 사건은 십수 년 전 군 복무시절 문책성 인사와 관련, 소속 부대 지휘관에 대한 개인적 원한에서 비롯됐다.

비극의 서막은 1992년 12월 말께 육군 모 부대 부사관이던 조씨가 문책성 인사로 다음해 1월 전역서를 제출하면서 일어났다.

당시 피살된 최모(당시 77)씨 아들 박모(65)씨는 조씨의 소속부대 지휘관이었다. 조씨는 자신의 사표를 만류하지 않은 박씨에게 앙심을 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15년간 박씨에게 원한을 품어온 조씨는 2007년 가을께 우연히 군 복무시절 옛 동료로부터 박씨의 어머니가 부대 인근에 살고 있다는 말을 전해 듣고 박씨의 소재지를 알아내고자 2007년 10월23일 오후 4시께 최씨를 찾아갔다.

시내버스 간이정류장에서 20분가량을 더 걸어가야 하는 산골이지만 과거 조씨 자신이 근무했던 부대 인근에 있는 곳이라 최씨의 집을 찾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최씨를 만난 조씨는 자신을 박씨의 부하였다고 소개하고서 장시간 얘기를 나눴다.

조씨는 이 과정에서 자신의 억울함을 토로한 것이 말다툼이 돼 범행으로 이어졌다고 경찰에 자백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결국 최씨는 사건 다음날인 10월24일 오전 10시10분께 자신의 집 현관 앞에서 둔기에 맞아 숨진 채 약초꾼에 의해 발견됐다.

담당 경찰관은 “조씨가 최씨를 찾아간 경위와 아들 박씨에 대한 원한 등으로 말다툼을 벌이다 내팽개친 부분만 자백하다가 나중에는 둔기로 때렸다는 사실도 자백했다”고 말했다.

◇ 초동수사 실패가 ‘화근’..장기미제에 공소유지도 어렵게 = 군 복무시절 상관에 대한 원한에서 비롯된 이 사건은 엉뚱하게도 상관의 어머니가 살해되는 우발적 비극을 낳았다.

사건 초기 경찰은 피살된 최씨의 원한 관계에 의한 범행에 초점을 맞춰 수사에 나섰다.

숨진 최씨의 집에서 사라진 금품이 없고 외부인 출입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반경 1㎞ 이내에 민가가 5곳뿐인 산골인데다 평소 인적도 드물어 사건 해결에 어려움을 겪었다.

당시 사건 현장인 최씨의 집 주방 싱크대에는 식사한 흔적이 있는 식기들이 담겨 있었고, 1회용 믹스커피 봉투 2개가 발견됐다. 이는 누군가 최씨와 저녁식사 후 커피까지 나눠 마셨다는 추론을 쉽게 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경찰은 당시 사건 현장에서 지문이나 DNA 등의 단 하나의 증거물도 찾아내지 못했다.

나중에 조씨가 검거되고 나서 최씨를 찾아가 저녁식사와 커피까지 함께 나누며 장시간 머물렀다고 진술한 점으로 볼 때 사건 현장에서 DNA만 확보했더라도 조씨의 범행을 더욱 확실히 밝혀낼 수 있었다는 지적이다.

현재까지 경찰이 조씨를 유력 용의자로 보는 것은 범행 직후 조씨가 박씨에게 보낸 협박성 편지와 조씨가 최씨의 집에 찾아가 둔기로 노파를 때렸다는 자백 증거가 전부다.

문제는 조씨가 정신질환 치료 전력을 앞세워 유일한 증거인 자백을 번복하면 살인 혐의에 대한 공소 유지도 난관에 봉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사건 현장에서 증거물을 찾지 못한 초동수사의 실패가 노파 피살사건을 5년간 장기 미제로 남게 했고, 증거 부족에 따른 공소 유지도 쉽지 않은 상황을 초래한 셈이다.

지방청 김진환 강력계장은 “지난해 미제사건 전담수사팀을 신설해 화천 노파 피살사건을 집중 재조사한 끝에 5년 만에 범인을 검거하는 쾌거를 이뤘다”며 “미제사건 전담팀을 중심으로 도내 주요 미제사건을 정밀 재분석해 해결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2001년 이후 10년간 도내 중요 미제사건은 16건으로, 주로 살인사건이 미해결 상태로 남아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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