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계 남긴 돈봉투 수사…풀리지 않은 의혹은

한계 남긴 돈봉투 수사…풀리지 않은 의혹은

입력 2012-02-21 00:00
업데이트 2012-02-21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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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의원실 살포 정황 많지만 직접증거 없어’뿔테남’ 외 복수의 전달자 존재도 입증 실패

한나라당 전당대회 돈 봉투 살포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박희태(74) 국회의장과 김효재(60) 전 청와대 정무수석을 불구속 기소하는 것으로 막을 내렸으나 여전히 적지 않은 의혹을 남겨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정황상 상당한 개연성이 있음에도 고승덕 의원실에 전달된 300만원과 안병용(54·구속기소) 새누리당 서울 은평갑 당협위원회 위원장에게 건너간 2천만원을 제외한 다른 돈 봉투의 존재를 전혀 찾아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사건 초기 ‘뿔테남’으로 알려졌던 캠프 직원 곽모(33)씨 외에 다른 돈 봉투 전달자가 있었는지, 박희태 캠프가 돈 봉투를 어떻게 마련했는지도 의문이 시원하게 풀리지 못한 대목이다.

◇다른 돈 봉투 없었나 = 2008년 당시 친이계로 분류된 한나라당 의원이 100여명에 달했던 점을 고려하면 박희태 후보 캠프에서 고승덕 의원 한 사람에게만 돈 봉투를 전했을 리는 만무하다는 게 일반적 시각이다.

실제 다른 의원실에 돈 봉투가 뿌려졌을 것으로 볼만한 정황 증거도 많다.

’뿔테남’에게서 돈 봉투를 직접 받은 고승덕 의원실 전 여비서 이모씨는 쇼핑백에 같은 봉투가 여럿 들었었다고 진술했다.

곽씨도 검찰 조사에서 캠프 재정·조직 담당이던 조정만(51) 국회의장 정책수석비서관의 책상 아래에 봉투들이 있는 걸 봤고 자신이 옮기기도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안병용 위원장에게서 돈 봉투 살포를 지시받은 구의원들은 순번이 매겨진 당협위원장 명단을 받았다. 한 구의원은 “19번부터 49번까지 돈 봉투를 전달하라는 지시를 받았으며, 1~18번은 다른 누군가가 전달했을 것”이라고 폭로하기도 했다.

박희태 의장 자신도 “약간 법의 범위를 벗어난 여러 관행이 있었던 게 사실이며, 많은 사람을 한 곳에 모아야 하므로 다소 비용이 든 것도 숨길 수 없는 사실”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검찰은 다른 의원실에도 돈 봉투가 전달됐다는 직접적 증거나 진술이 없는 한 실제 수사는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뿔테남’ 외 다른 전달자는 = 검찰은 뿔테남의 정체를 밝히는데 상당한 공을 들였다.

어렵게 뿔테남 곽씨의 정체를 밝혀냈지만 그는 고승덕 의원실에 돈을 돌린 사실은 물론 누구 지시를 받았는지, 다른 의원실에도 돈을 돌렸는지, 돈 봉투를 돌린 사람이 더 있는지 등에 대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취지의 진술로 일관했다.

그러나 다수 의원들을 대상으로 짧은 시간 돈 봉투를 돌려야 했다면 분명히 다른 전달자들이 있었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새누리당 의원실 한 관계자는 곽씨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서 300만원이 든 돈 봉투를 받아 자신의 의원에게 전달했다고 언론에 털어놓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 진술이 뒷받침되지 못해 검찰은 다른 돈 봉투 전달자의 존재를 밝혀내지 못했다.

◇돈 봉투 어떻게 마련됐나 = 검찰은 고승덕 의원에게 전달된 300만원은 박희태 의장이 마련한 돈이라고 했다.

박 의장은 전당대회 이전 라미드그룹의 소송을 맡아 받은 수임료와 자신의 이름으로 만든 1억5천만원대 마이너스 통장으로 캠프 자금 중 일부를 조달했다.

라미드그룹은 2008년 2월 박희태·이창훈 법률사무소에 1천만원짜리 수표 10장을, 3월에 5천만원짜리 수표 2장을 수임료 명목으로 건넸다.

이 중 1천만원짜리 수표 4장은 조 수석비서관이 그해 6월25일 현금으로 바꿨고 별도 1천만원도 회계담당자가 전당대회 이후 현금화했다.

검찰은 박 의장이 2008년 7월1일과 2일 자신의 하나은행 마이너스 통장에서 인출한 1억5천만원 중 일부가 고 의원실에 전달된 것으로 보고 있다. 고 의원실에 전달된 300만원이 하나은행 띠지로 100만원씩 묶여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안 위원장이 구의원들에게 전달한 2천만원의 경우 끝내 출처를 확인하지 못했다.

◇’침묵의 벽’ 뚫지 못해 = 검찰은 사상 처음 현직 국회의장을 기소하고, 청와대 정무수석을 사퇴하게 하는 성과를 올렸으나 사건의 폭발력을 고려하면 사법처리 결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이처럼 수사가 불완전할 수밖에 없었던 까닭은 상당한 정황 증거가 있음에도 직접 증거를 확보하기가 여의치 않았기 때문이다.

돈 봉투가 현금으로 살포돼 계좌추적에서 의미 있는 증거를 발견하기 어려웠고, 3년6개월 전 벌어진 사건인 탓에 압수수색에서도 그다지 성과를 보지 못했다.

돈 봉투를 받았거나 전달한 사실을 아는 사람이 더 있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이를 고백하는 순간 자신이 처벌 대상이 되는 탓에 자발적 진술을 기대하기도 사실상 불가능했다.

실제로 돈 봉투를 받은 사실을 털어놓은 사람은 돈을 받았다가 돌려준 고 의원과 전달을 거부했던 구의원들뿐이다.

결국 검찰은 돈 봉투 살포 의혹을 완벽하게 뿌리뽑지 못한 채 수사를 마무리했고 나머지 돈 봉투들은 ‘침묵의 벽’ 뒤로 종적을 감춘 셈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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