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비상발전기 고장 또 ‘쉬쉬’…반핵단체 반발

원전 비상발전기 고장 또 ‘쉬쉬’…반핵단체 반발

입력 2012-04-15 00:00
수정 2012-04-15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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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고리원전 1호기 전원공급 중단 사고를 계기로 전국 원전을 특별 점검하는 과정에서 영광원전 비상디젤발전기도 고장을 일으킨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정부가 이를 사실대로 밝히지 않아 논란이 예상된다.


특히 정기호 전남 영광군수는 이 같은 문제를 현장 방문을 통해 확인하고도 함구한 것으로 밝혀져 지역 환경단체가 반발하고 있다.

15일 영광원전과 영광군에 따르면 정부는 고리원전 1호기 ‘블랙아웃’ 사태를 계기로 지난달 21일부터 29일까지 9일간 영광원전 비상디젤발전기를 특별 점검했다.

이 과정에서 지난달 28일 오후 1시23분께 영광원전 2호기 비상디젤발전기를 시험하기 위해 수동으로 작동시켰으나 1분14초 후에 엔진 냉각수 저압력 경보로 자동 정지됐다.

원전측은 엔진 진동으로 냉각수 저압력 설정치가 풀리는 결함때문에 비상디젤발전기가 정지된 것을 확인하고 5시간30분 가량 뒤인 오후 7시께 발전기를 정상화시켰다.

이날 영광원전은 저압력 스위치를 즉각 교체했으며 진동 영향을 받지 않는 장소에 해당 스위치를 이동하기로 했다.

조사 결과 영광원전 2호기 비상디젤발전기는 냉각수 압력이 11.4psig 이하로 떨어질 경우 정지되도록 수치가 설정됐으나 엔진 진동으로 정지 설정치가 14.7psig로 높아지면서 정상 냉각수 압력에서 기동이 정지됐던 것으로 드러났다.

비상디젤발전기는 원전의 전원이 끊어졌을 경우 달궈진 원자로를 냉각하는 역할을 하며 원자로 냉각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으면 일본 후쿠시마 원전처럼 폭발한다.

하지만 정부는 특별 점검 결과를 발표하면서 국내 원전에 설치된 비상디젤발전기 모두가 정상적으로 가동하고 있다고 밝혔으며 영광원전의 고장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다.

또 정기호 영광군수도 비상디젤발전기가 고장을 일으킨 당일 영광원전을 방문해 사실 관계를 확인하고도 외부에 알리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영광군도 이 같은 고장 내용은 전혀 언급하지 않은 채 정 군수가 원전측에 “원자력 특성상 주민 신뢰를 쌓는 것은 매우 어렵다. 신뢰구축의 방법은 원전의 전구 고장 하나까지도 주민에게 소상이 밝히는 것”이라고 요청했다는 내용의 원전 방문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이 같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영광 지역에서는 정 군수가 원전측에 투명한 정보공개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도 정작 자신은 지키지 않는 이율배반적인 행동을 보이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반핵단체인 영광핵발전소안전성 확보를 위한 공동행동은 지난 13일 정 군수를 항의 방문하고 공식 해명을 요구했다.

이날 정 군수는 반핵단체와 면담을 갖고 비상디젤발전기 문제를 인지했으나 사소한 고장으로 판단해 주민들에게 알리지 않았다는 입장을 전했다.

반핵단체는 조만간 이번 문제와 관련한 성명서를 발표하고 항의 집회를 갖는 등 집단 행동에 나설 예정이다.

한편 고리원전에서는 지난 2월9일 오후 8시34분께 1호기 비상디젤발전기 가동 정지로 전원이 12분 동안 상실되는 사고가 발생했으나 이를 은폐한 것으로 드러나 관련자들이 검찰에 고발 조치됐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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