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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대 노숙인, 주민등록 복원으로 인생 역전

80대 노숙인, 주민등록 복원으로 인생 역전

입력 2012-04-16 00:00
업데이트 2012-04-16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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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등록 복원으로 노숙인에서 화랑무공훈장을 받은 국가유공자로 인생이 바뀐 80대 노숙인의 사연이 알려져 화제다.

’인생 역전’ 로또보다 실감나는 노숙인의 인생 역전기가 알려져 화제다. 주민등록 복원 하나만으로도 노숙인에서 화랑무공훈장을 받은 국가유공자로, 새 삶을 찾게 됐다. 경기도가 노숙인의 자활 지원을 위해 설립한 ‘다시서기센터’의 주민등록 복원사업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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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영수 뉴시스
한영수
뉴시스
2006년부터 수원역 인근을 전전하며 노숙생활을 해왔던 한영수(83)옹은 늘그막에 찾아 온 평온이 신기하기만 하다. 잃어버린 줄만 알았던 무공훈장도 다시 찾고 국가 유공자로 등록돼 연금도 받게 됐다. 한 달 방값 25만원을 빼고도 무려 54만원이나 남는다.

불과 6개월 전 하루 한 끼 밥값이 없어 소주로 허기를 달래야 했던 처지와는 비교도 안된다. 한 옹은 “이 모든 기쁨이 경기도가 노숙인들의 자활지원을 돕기 위해 설립한 다시서기센터 덕분”이라고 말한다.

한 옹은 지난 해 9월 30일 다시서기센터에서 마련한 추석행사에 식사를 준다기에 우연찮게 들렀다 이해진 상담사를 만났다. 이 상담사는 한 옹에 대해 “대부분의 노숙인들이 구걸을 하거나 교회에서 예배를 보고 돈을 받는 ‘꼬지’로 생계를 잇는 것에 비해 한 옹은 나물을 캐다 파는 등 자활의지가 있는 분이었다”고 설명했다.

첫 만남 이후 한 홍은 살갑게 대하며 자신의 얘기를 들어주는 이해진 상담사에게 마음의 문을 열었다. 누구에게도 말 못했던 자신의 사정을 이 상담사에게 하나씩 들려주기 시작했다. 6.25때 참전했다 훈장을 받은 얘기, 64년 아내의 사망 후 가출한 사연 등 기구하기만 했던 한 옹의 인생사가 펼쳐졌다.

한 홍은 “30년 동안 공사장 경비 일을 하면서 모은 돈은 깡패한테 다 뺏기고, 대전에 있는 고물상에 취직했지만 교통사고로 보상금 한 푼 못 받고 쫓겨났다”며 2006년부터 노숙을 시작하게 된 사연도 털어놨다.

이 상담사는 한 옹의 나이가 65세가 넘은 점을 감안, 먼저 노인연금 수령을 위해 주민등록을 복원키로 했다. 다시서기센터는 주민등록 복원을 위해 지난해 11월 고등여인숙에 한 옹을 위한 주거공간을 마련해줬다.

또 한 옹의 사연을 토대로 병무청에 병적기록과 훈장서훈 기록 확인요청을 했다. 육군본부측은 1955년 3월1일 한 옹에게 화랑무공훈장이 수여된 기록을 확인해 줬고, 지난 3월26일 고등동 주민센터를 찾아 57년 만에 한 옹의 훈장수여식을 다시 가졌다.

가족도 찾았다. 하지만, 어려운 가정형편 탓에 함께 살기는 어려웠다. 이 상담사는 “한 옹은 요즘 손녀와 통화하는 재미에 푹 빠져 있다”며 “다른 노숙자들도 행복을 되찾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상담사는 “현재 무한돌봄 성금을 재원으로 고시원과 여인숙 등을 임시 주거지로 삼아 노숙인들의 주민등록을 생성해주는 사업을 하고 있다”며 “주민등록만 복원돼도 국가지원을 받을 수 있는 경우가 많아 노숙인들에게는 주민등록복원사업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경기도 다시서기센터는 지난 2006년부터 노숙인을 대상으로 한 주민등록복원사업을 실시해 왔다. 매년 40여명 정도가 주민등록을 복원, 사회로 복귀하고 있다. 도는 올해 6700만원의 예산을 들여 성남과 의정부로 이 사업을 확대할 방침이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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