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 앞둔 4학년생 기숙사서 투신 “열정 사라져” 메모
지난해 1월부터 3개월간 4명의 학생이 잇따라 자살하며 사회적 파장을 낳았던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17일 또 한 명의 학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학교 측과 학생들은 1년 만에 다시 일어난 비극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이날 오전 5시 40분쯤 대전시 유성구 KAIST 기숙사 앞 잔디밭에서 전산학과 4학년 김모(22)씨가 피를 흘리며 숨져 있는 것을 지나던 학생이 발견,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17층 건물인 기숙사의 옥상문이 닫혀 있고 15층 창문이 열려 있던 점으로 미뤄 김씨가 자신의 기숙사방을 나와 창문으로 뛰어내린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김씨는 자신의 방에 최근 자신의 우울한 심경을 적어 놓은 메모 형식의 유서를 남겼다. 김씨는 룸메이트에게 ‘미안하다. 먼저 간다.’, 부모 앞으로 “열정이 사라졌다. 정체된 느낌이다. 가족들에게 미안하다. 이렇게 좋은 가정은 없을 거야. 엄마, 아버지, 동생 사랑한다.”고 썼다. 광주과학고 출신이자 의사 집안에서 자란 김씨는 2007년 KAIST에 입학해 군에 갔다왔으며 성적도 우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교우관계에도 특별한 문제가 없었다.
대학 측은 “외견상 자살할 만한 이유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졸업을 앞두고 학업이나 진로 등에 의욕을 잃고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경찰은 김씨가 남긴 유서와 유족, 대학 동료 등을 상대로 구체적인 자살 동기 등을 조사하고 있다. 대학 측은 이날 오전 서남표 총장이 보직교수들을 모두 소집해 긴급대책회의를 열었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2012-04-18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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