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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반 담임은 ‘선따’…교권추락 어디까지?

우리반 담임은 ‘선따’…교권추락 어디까지?

입력 2012-04-24 00:00
업데이트 2012-04-24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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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이 교사 따돌려 ‘선따’ 확산…수업 중 단체 돌발행동에 인신공격까지

최근 심각한 수준의 학교 폭력을 근절하기 위해 경찰력이 동원되는 등 과거에 비해 바닥에 떨어진 교권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일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교실에서 학생들이 선생님을 따돌리는 이른바 ‘선따 현상‘이 나타나고 있어 문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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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모 고등학교 1학년 담임을 맡고 있는 A(33)씨는 최근 교사라는 직업에 대한 회의를 느끼고 있다.

전날 종례시간에 학생들에게 지도한 내용을 아이들이 듣지 못했다며 단체로 항의하는 등 마치 자신을 따돌리는 듯한 인상을 받았기 때문이다.

알고 보니 학급에 있는 일부 학생이 전체학생들을 선동해 계획적으로 벌인 일이었다.

A교사는 “반장을 불러 알아보니 교실에 몇 명의 학생들이 전체 아이들을 선동해 꾸민 일이었다”며 “장난으로 넘길 수도 있는 일이었지만, 아이들이 계획적으로 선생을 속였다는데서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처럼 학생들이 선생님을 따돌리는 이른바 ‘선따 현상’이 우리 교육 현실에서 벌어지고 있다.

수업이 도저히 진행되지 않을 정도로 허황한 질문을 반복적으로 하거나, 수업 중 갑자기 책상을 넘어뜨리는 등 돌발행동을 통해 교사를 당황시키는 것은 물론 교사에 대한 인신공격까지 버젓이 이뤄지고 있다.

중학생 김 모(15)군은 “재수 없는 선생님 수업시간에는 아이들이 선생님을 놀리는 행동을 많이 한다”며 “예를 들어 교실에 있는 사람이 다 들을 수 있을 정도의 큰 소리로 ‘진짜 못생겼다’고 말하면 아이들이 입을 막고 키득키득 웃는다”고 말했다.

심지어 학기 말이 되면 학생들이 참여하는 교원평가를 빌미 삼아 대놓고 선생님을 곤란하게 만드는 상황까지 빚어지고 있다.

부산 모 중학교 교사는 “학기 말이 되면 아이들이 교원평가 이야기를 꺼내며 교사들을 당황시키는 경우가 있다”며 “그 많은 아이들의 눈을 보면 혼을 낼 수도 없고 웃고 넘기자니 교사로서 자존심도 상하고 난감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고 말했다.

수년 전 부터 온라인상에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교사 안티카페 등에서는 학생들이 특정 교사를 비방하는데서 나아가 교사를 따돌리는 방법 등을 모의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일부 여교사들은 수업 중 눈물을 터뜨리는가 하면 나이 든 교사의 경우 직업에 대한 회의를 느껴 교직을 던져버리는 상황까지 벌어지는 것으로 전해졌다.

관계자들은 이 같은 상황들이 교권 저하를 반영하는 단적인 예라며 교원평가의 개선 등 교육당국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부산지부 안지현 정책실장은 “아이들을 엄하게 교육시키다 문제라도 불거지면 학교는 물론 교육청조차 교사의 입장을 대변해주지 못하는 현실이다”며 “교사들이 뒤로 물러나기만 하는 상황 속에서 나타나는 이 같은 선생님 따돌리기 현상을 교육당국이 지켜만 보고 있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우러러 볼수록 높아만 지는 것이 스승의 은혜라는 노랫말이 무색해지는 ‘선따 현상’이 우리의 교육현실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노컷뉴스

※위 기사는 기사콘텐츠 교류 제휴매체인 노컷뉴스의 기사입니다. 이 기사에 관한 모든 법적인 권한과 책임은 노컷뉴스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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