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소심 첫 공판서 횡령 혐의 부인…배임 혐의는 인정
거액의 회사 자산을 빼돌린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등)로 실형을 선고받은 태광그룹 이호진(49) 전 회장은 24일 열린 항소심 첫공판에서 혐의를 일부 부인했다.이날 오전 10시 서울고법 형사3부(부장판사 최규홍) 심리로 진행된 공판에서 이 전 회장 측 변호인은 “섬유 제품 횡령에 관여한 바 없고, 알지도 못했다”며 횡령 혐의와 관련한 공소사실을 부인했다.
또 “검사의 공소사실을 뒷받침하는 증거들은 적법하지 않은 방법으로 수집된 증거”라며 “증거능력으로 인정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가족들이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특수한 경영구도 때문에 이전부터 이뤄지던 범죄 행위를 막지 못했다는 비난은 받을 수 있지만 주도적으로 범죄에 가담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방조한 것에 불과한 이 전 회장을 공범으로 판단한 1심 판결은 부적절하다”고 항변했다.
이어 조세 포탈 혐의에 대해서도 “개인이 횡령한 물건은 회사가 공급주체가 아니므로 회사에서 세금 계산서 등을 발부할 필요는 없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변호인 측은 다만 개인 사업체 직원들에 대한 급여부분 배임 혐의에 대해서는 입장을 바꿔 유죄를 인정했다.
그러면서 “이 전 회장은 건강이 좋지 않은 상태로 간 이식 수술을 앞두고 있고, 수술이 성공적일 지도 미지수”라면서 “수술 이후에도 계속 병원 치료를 받아야 하는 등 수형 생활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점을 참작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와 함께 이 전 회장의 어머니인 이선애(83) 전 상무 측은 골프장을 운영하면서 인건비와 설비 부품 등 명목으로 회사 자금을 횡령한 혐의에 대해 인정했다.
앞서 이씨 모자(母子)는 채권과 주식을 차명계좌로 관리하며 비자금을 조성하고, 회사 명의의 골프연습장을 헐값에 매각하는 등 모두 3000억여원을 빼돌리거나 회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로 구속 기소돼 1심에서 각각 징역 4년6월에 벌금 20억원, 징역 4년에 벌금 20억원을 선고받았다.
한편 건강상의 이유로 법원으로부터 구속집행정지 허가를 받은 이들은 이날 구급차를 타고 법원에 도착했다. 배석한 의사는 이들이 약 2시간 동안 휠체어에 앉아 재판을 받는 동안 건강 상태를 체크하기도 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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