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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추락 화정우씨 “휴대용 랜턴이 생명 구했다”

바다 추락 화정우씨 “휴대용 랜턴이 생명 구했다”

입력 2012-04-30 00:00
업데이트 2012-04-30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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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이 막힐 정도로 차가운 바닷물과 아무것도 보이지 않은 칠흙같은 암흑 속에서 바다 한가운데 혼자 떠 있으니 암담했다. 하나의 희망이라면 본선(무궁화호)의 항해등이 나타나면 휴대용 랜턴을 좌우로 흔들려야 한다는 생각 뿐이었다”

30일 새벽 영해를 침범한 중국선박을 단속하다 바다에 추락했으나 극적으로 구조된 농림수산식품부 소속 서해어업관리단 화정우씨(32).

어업지도선 무궁화호의 어업감독공무원 화씨는 이날 새벽 2시15분께 전남 신안군 흑산면 홍도 북서방 50㎞ 해상에서 불법조업 중국선박에 대한 단속에 나섰다.

우리측 영해에서 수상한 중국 선박을 발견한 서해어업지도선 무궁화호는 화씨 등 대원 5명을 단정에 태워 중국선박의 승선을 시도했다.

10여명의 중국 선원들의 완강한 저항을 뚫고 일단 승선에는 성공했으나 돌을 던지고 도끼와 낫, 갈퀴 등을 휘두르는 저항은 만만치 않았다.

우선 항해를 멈추기 위해 조타실 점거에 나섰다. 목숨을 건 중국 선원들의 저항으로 진입이 쉽지 않았다.

중국 선원들은 화씨와 대원들을 향해 주먹 두개 크기의 바윗돌 6~7개를 던지고 칼과 도끼 등을 휘둘렀다. 화씨와 동료 대원 3명은 돌에 몸을 맞고 발을 찍히기도 했다.

위협을 느낀 대원들은 선박 밑으로 내려갔다. 선박 밑은 짐이 실려 있어 공간 확보가 어려웠으며, 중국 선원 2명이 양손에 흉기를 들고 달려들었다.

화씨는 중국인 선원이 휘두른 낫을 손으로 막고 삼단봉으로 선원 1명을 제압했으나 뒤에서 또 다른 중국 선원의 흉기를 피하다 바다로 추락했다.

화씨는 “중국선원들과 대원들이 뒤엉켜 있는 상황이라 대원들과 본선에서도 제가 바다에 빠진 줄을 몰랐다”면서 “이 과정에서 김정수씨가 삼단봉으로 진압하다 중국선원들이 휘두른 도끼로 머리를 맞아 다쳤다”고 말했다.

바닷물에 추락한 화씨는 아찔했다. 이렇게 죽는구나를 생각했다. 본선의 불빛은 보이지 않고 망망대해 바다 한 가운데 혼자라는 생각으로 몸서리가 쳐졌다. 밤 바다의 차가움은 심장을 멈추기에 충분했다.

구명조끼를 입고 있던 화씨는 15~20여 분간 바다에서 표류했다.

화씨는 “부력이 있는 라이프 자켓을 입고 있어 표류하다 목에 걸고 있던 방수용 휴대용 랜턴을 생각했다”면서 “하나의 희망이 있었다면 본선을 향해 랜턴을 좌우로 흔드는 것이었다”고 당시의 상황을 설명했다.

화씨는 먼저 승선한 대원들을 지원하기 위해 본선에서 또 다른 대원들을 태우고 중국 선박으로 가던 단정에 의해 랜턴의 불빛이 발견돼 극적으로 구조됐다. 휴대용 랜턴이 화씨의 생명을 구한 일등공신이 됐다.

화씨는 “랜턴의 불빛이 없었다면 살아 남기 힘들었을 것”이라며 “바다의 수온이 차가워 저체온으로 2시간동안 고통을 느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새벽 2시15분께 홍도 북서방 50㎞ 해상에서 중국 단속에 나서다 서해어업관리단 소속 어업감독 공무원 4명이 부상을 당했으나 모두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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