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뒤 분가 않고 부모곁에 ‘찰싹’ ‘스크럼 가족’ 는다

결혼뒤 분가 않고 부모곁에 ‘찰싹’ ‘스크럼 가족’ 는다

입력 2012-05-08 00:00
업데이트 2012-05-08 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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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셋값 급등·취업난 속 작년 16만여가구, 11년새 16%↑

경기도 분당에 사는 맞벌이 주부 안모(31)씨는 2010년 아이를 낳으면서 친정으로 들어갔다. 맞벌이를 하는 상황에서 육아를 감당하기 힘든 데다 전셋값도 너무 올라 경제적인 필요에 따른 결정이다. “부모님이 별로 달가워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끝까지 버틸 생각”이라는 게 안씨의 솔직한 속내다.

1~2인 가구 즉, 전자(電子·Electron)가족의 증가세가 뚜렷한 상황 속에서 취업난과 전·월세가의 급등세가 지속됨에 따라 결혼하고도 부모와 함께 사는 젊은 부부들이 늘어나고 있다. 한마디로 “경제적 실리를 챙길 수 있는데 눈칫밥이 대수냐.”는 태도다. 대가족제가 다소 변형돼 2000년대 초반부터 일본에서 등장한 이른바 ‘스크럼(Scrum)가족’ 유형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통계청의 자료를 토대로 부모와 생활하는 기혼자 가구를 분석한 결과, 2000년 13만 8609가구에서 2001년 14만 2270가구, 2002년 14만 5411가구, 2003년 14만 8467가구, 2004년 15만 1804가구로 꾸준히 증가, 지난해의 경우, 16만 652가구에 달했다. 11년 만에 15.9%인 2만 2043가구가 늘어났다.

스크럼 가족의 확산은 경제적 이유가 크다. 서울 강서구에 사는 직장인 조모(36)씨는 “전셋값 때문에 본가로 들어갈 작정”이라면서 “경제적인 문제 해결 등 긍정적인 측면이 많다며 부모님을 설득하고 있는 중”이라고 털어놨다.

특히 부모가 고학력에다 재산이 많을수록 스크럼 가족의 구성이 비교적 활발했다. 지난해 60세 이상 인구 가운데 자녀와 함께 사는 비율은 ▲초졸 이하 45.9% ▲중졸 48.8% ▲고졸 49.7% ▲대졸 이상은 54.7%로 나타났다. 초졸 이하의 부모는 40.7%가 자녀로부터 생활비 지원을 받았지만 대졸 이상은 11.0%만 도움을 받았다.

‘스크럼 가족’처럼 한 지붕 아래가 아닌 이웃에 자녀를 두고 사는 부모들도 적지 않다. 경제적 여유를 가진 부모들은 “가까운 곳에서 살면 좋겠다.”는 입장인 반면 퇴직으로 소득이 준 부모들은 “상부상조라 좋다.”고 말했다.

부산에 사는 자영업자 강모(63)씨는 “자녀라지만 며느리와 함께 살면 불편하다.”면서 “그냥 옆 동네에 사는 게 제일 좋다.”는 의견을 밝혔다. 충북 괴산에서 거주하는 정모(59·여)씨는 “경제적으로 어려울 때 서로 힘이 되고 있다.”면서 “가족은 원래 어려움을 함께 해결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한경혜 서울대 아동가족학과 교수는 “사회적 필요에 의한 동거인 만큼 얼마나 지속될지 모르겠다.”면서 “그러나 과거 미풍양속에 따른 아름다운 가족 문화가 다시 꽃핀다고 보기는 쉽지 않다.”고 전망했다.

김동현·배경헌기자 mose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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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럼 가족 가족 구성원들끼리 어깨동무하듯, 경제적으로 서로 돕는 새로운 가족의 유형. 직업도 갖지 않고 독신으로 부모에 얹혀 사는 ‘파라사이트(Parasite·기생)족’과 달리 경제적으로 부모와 공생관계를 이룬다. 부모로부터 완전히 독립한 것은 아니다.

2012-05-08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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