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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 산사태 1년…유족 “인하대에 배신감”

춘천 산사태 1년…유족 “인하대에 배신감”

입력 2012-07-27 00:00
업데이트 2012-07-27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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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금 전달시 ‘민형사상 책임 제기 않겠다’ 각서 받아

지난해 7월 강원도 춘천으로 봉사활동을 떠났다가 산사태로 목숨을 잃은 인하대학교 학생 유가족들은 참사 1년을 맞아 학교 측에 섭섭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유가족들은 인하대 관계자들이 모금한 성금을 전달하며 학교측에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각서까지 받았다며 서운해 하고 있다.

27일 인하대희생자대책위에 따르면 사고가 일어난 지 1년이 되는 이날 오전 유가족, 인하대학교 재생과 졸업생 등 150여명은 춘천시 천전리 산사태 사고 현장에서 희생자 추모식을 거행한다.

추모식이 끝난 뒤에는 ‘춘천봉사활동 인하대 희생자 기념사업회’ 출범식을 열고, 희생 학생들의 봉사정신을 사업회 활동을 통해 이어갈 방침이다.

그러나 사고 1년이 지나 기념사업회를 만들기까지의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사고 지역 관할 자치단체인 춘천시는 희생자들이 타 지역 출신이라는 이유로 사고원인 규명과 희생자 지원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지난해 8월 유가족과 춘천시는 산사태조사위원회를 구성했지만 조사방법과 비용 등의 문제를 놓고 이견을 보이다가 결국 한 달여 만에 활동을 중단했다.

이후 유가족들은 200여일간 춘천시청 앞에서 1인 시위를 진행했고, 수차례 항의집회도 가졌다. 대부분 인천ㆍ경기 지역에 거주하고 있는 이들은 주말마다 춘천을 오갔다.

이 기간 학교측의 지원은 유가족의 기대치에 못미쳤다.

참사 직후 이본수 인하대 전 총장은 “법적 책임을 따지기 전에 우리 학교 학생들이 다쳤기 때문에 부모의 심정으로 돕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학교 측은 재학생, 교직원, 시민 등에게서 모금한 성금을 유가족들에게 전달하며 사고와 관련한 어떠한 민ㆍ형사상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각서를 받기도 했다.

당시 각서를 쓰는 문제를 놓고 유가족대책위 내에서 의견이 분분했지만 춘천시와 해결해야 할 문제가 더 중요하다고 판단, 결국 각서를 썼다.

고(故) 최민하씨의 부친 최영도(46)씨는 “민ㆍ형사상 소송 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 문제 제기를 하지 않는다는 내용도 각서에 있었는데 그것은 도저히 수용할 수 없어 결국 그 내용은 빼고 서명했다”며 “그런 각서를 쓰게하고 모금한 성금을 준다는 것이 납득이 안됐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고 김유라씨의 부친 김용주(56)씨도 “사고 후 장례를 치러줘 고마워서 학교에 편지도 쓰고 했지만 성금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각서를 쓰라니깐 ‘해 줄만큼 해줬으니 이제는 나몰라라’하는 것 같아 배신감이 느껴졌다”고 울분을 토했다.

이에 대해 인하대의 한 관계자는 “학교의 책임 소재와 관련한 문제 제기가 계속되면 성금을 전달하는 의미가 퇴색될 수도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유가족들은 장례를 치른 뒤 희생자 지원에 관한 조례 제정을 촉구하는 서명을 받는 과정에서도 학교 측이 나서서 도와주지 않은 것에 대해 못내 섭섭함을 느꼈다.

한 유가족은 “교수님들이나 학교 차원에서 조금만 도와줬어도 쉽게 서명을 받았을 텐데 그러지 않아 유가족들이 지나가는 학생 1명씩 붙잡고 서명 좀 해달라고 부탁했다”며 “서명을 받으려고 교직원 식당에도 찾아갔는데 잘 해주지 않았다”고 서운해 했다.

지난 2월에는 교내에 세운 추모비가 부실하게 제작돼 흔들거리고 희생자들의 이름을 새긴 글자 크기가 일정하지 않는 등의 문제가 드러나 다시 제작하는 일도 있었다.

학교측의 또 다른 관계자는 “자식같은 아이들이지만 학생들이 엠티 가서 사고당한 것까지 학교가 책임질 일은 아닌 것 같은데 그동안 성금 전달과 명예졸업장 수여 등 도의적으로 성의를 보여왔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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