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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 성폭행범, 피해 초등생 엄마와 PC방에서

나주 성폭행범, 피해 초등생 엄마와 PC방에서

입력 2012-09-01 00:00
업데이트 2012-09-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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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행직전, PC방서 엄마 만나 “아이들 잘 있나” 확인

집에서 자던 어린 초등학생을 납치해 성폭행한 엽기적인 사건의 용의자는 피해자 어머니와 잘 알고 있는 이웃사촌이었다. 미성년자 성폭행범의 상당수가 피해자와 평소 가깝거나 잘 아는 사람이라는 사실이 다시 한번 확인된 셈이다. 고종석은 범행 당일 A(7)양의 어머니 B(37)씨를 PC방에서 만나 “아이들은 잘 있느냐.”고 안부를 물어 범행을 사전에 계획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사고 있다. 전남 나주 초등학생 성폭행 사건의 용의자인 고종석은 뚜렷한 주거지 없이 나주와 순천을 오가며 막노동 일을 해왔다. 최근 잦은 비로 일감이 없어진 고종석은 며칠 전 나주에 와 숙모 집에서 생활했다. 고종석은 번 돈을 술값, PC방 게임비로 탕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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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 대상 성범죄가 잇따르면서 부모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31일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여학생이 할머니 손을 잡고 집에 가고 있다. 오른쪽에 손을 흔들고 있는 사람은 2010년 ‘김수철 사건’ 이후 도입된 학교보안관이다. 손형준기자 boltagoo@seoul.co.kr
아동 대상 성범죄가 잇따르면서 부모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31일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여학생이 할머니 손을 잡고 집에 가고 있다. 오른쪽에 손을 흔들고 있는 사람은 2010년 ‘김수철 사건’ 이후 도입된 학교보안관이다.
손형준기자 boltagoo@seoul.co.kr
A양은 태풍 덴빈이 비바람을 몰고 오던 지난 29일 오후 10시쯤 거실에서 언니와 오빠, 동생과 함께 잠이 들었다. A양의 집은 원래 분식점이었으나 가게를 개조해 거실로 쓰고 있었고 평소처럼 출입문을 잠그지 않은 채 잠이 들었다. 오후 11시쯤 어머니 B씨는 드라마를 본 뒤 아이들이 자는 것을 확인하고 컴퓨터게임을 하기 위해 인근 PC방에 갔다. B씨가 집에 돌아온 시간은 다음 날 새벽 2시 30분쯤. 거실에서 잠이 들었던 B씨는 오전 3시쯤 막내가 오줌을 싼 것 같아 눈을 떴고 이때 A양이 잠자리에 없는 것을 알았다. A양이 안방 아빠 곁에서 자고 있을 것이라고 여긴 B씨는 별 의심 없이 잠에 빠져들었다.

곤한 잠에 빠졌던 A양은 누군가가 자신을 안고 가는 것을 느끼고 잠에서 깼다. 고종석이 자신을 이불에 싸 골목길로 접어들자 공포에 질린 A양은 “아저씨 살려주세요. 왜 그러세요.”라고 애원했다. 이때 용의자 고종석은 “삼촌이야. 괜찮다. 같이 가자.”며 영산강변으로 A양을 데려가 성폭행한 뒤 그대로 버려둔 채 사라졌다. 딸이 없어졌다는 사실을 아침에 안 A양 부부는 아이를 찾아 나섰고, 경찰에 실종신고를 했다. 자신의 집에서 직선거리로 130m가량 떨어진 영산강변에서 A양은 직장이 파열되고 출혈이 낭자한 상황에서 이불을 안고 알몸으로 집을 향했다. 그러나 그대로 쓰러져 정신을 잃었다. 경찰이 A양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민 것은 오후 1시쯤이었다. 태풍 덴빈의 추위와 공포 속에서 A양은 긴 새벽과 오전 한나절 동안 버려져 있었다.

마을 주민들도 불안과 공포에 사로잡혔다. 피해자 집 근처에서 만난 문모(81·나주시 영강동)씨는 “저녁 6시가 넘으면 이 근처는 차 말고는 사람이 거의 다니지 않을 정도로 적막한데 끔찍한 사건이 발생해 너무나 불안하다.”며 “이곳은 초등학교와 남녀 공학 중학교가 있지만 방범용 폐쇄회로(CC)TV 하나 없을 정도로 안전 사각지대다.”라고 말했다. 이모(48)씨는 “두 딸이 학원에 갔다 밤 10시나 돼야 돌아오는 데 큰 걱정”이라고 말했다. 주민들은 특히 어머니가 게임 중독이라며 가정을 소홀히 한 것도 이번 사건의 한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A양의 어머니 B씨는 거의 매일 밤마다 집에서 100m 떨어진 D게임방을 찾아 새벽 3시쯤까지 3시간 정도를 게임했다고 인근 주민들은 전했다. 춤을 추면서 점수를 올리는 ‘오디션’이라는 게임을 즐겼다는 것이다. 김모(48)씨는 “아이 부모를 모두 잘 아는데 엄마가 게임 중독에 빠져 일용직 아빠가 많이 속상해했다.”고 말했다.

나주 최종필기자 choijp@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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