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예방 효과 없다” vs “잠재적 범죄 예방 효과”

“범죄예방 효과 없다” vs “잠재적 범죄 예방 효과”

입력 2012-09-06 00:00
업데이트 2012-09-06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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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형제도 찬반 논란

2008년 12월 경기 군포시의 인적 드문 버스정류장에서 여대생이 납치된 뒤 시신으로 발견됐다. 경찰은 이듬해 1월 인근 마을 주민 강호순을 유력한 용의자로 체포했다. 조사 결과 강호순은 장모와 아내를 포함해 9명의 부녀자를 살해한 엽기적인 사이코패스로 드러났다. 그해 8월 사형이 확정됐으나 아직 집행은 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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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행하라”   지난 2일 서울 중구 명동에서 성범죄자에 대한 사형 집행을 촉구한 주부 포털사이트 82쿡닷컴 회원들.   이언탁기자 utl@seoul.co.kr
“집행하라”

지난 2일 서울 중구 명동에서 성범죄자에 대한 사형 집행을 촉구한 주부 포털사이트 82쿡닷컴 회원들.

이언탁기자 ut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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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형 반대”   나주 아동 성폭행 사건 이후 강력범죄자의 처벌 수위를 놓고 논란이 거세다. 사진은 2007년 10월 10일 세계 사형제 폐지의 날을 맞아 사형제 반대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는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회원들.  연합뉴스
“사형 반대”

나주 아동 성폭행 사건 이후 강력범죄자의 처벌 수위를 놓고 논란이 거세다. 사진은 2007년 10월 10일 세계 사형제 폐지의 날을 맞아 사형제 반대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는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회원들.

연합뉴스


●“범죄 억제력 크지 않아”

사형제 존폐 논란의 핵심은 과연 사형제도에 범죄예방 효과가 있는가 하는 점이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승재현 박사는 사형제도가 갖는 범죄 억제력 효과는 크지 않다면서 대안 있는 폐지를 주장했다. 승 박사는 사형제 존속의 가장 큰 이유는 재범의 방지, 즉 ‘위하(威?·위협과 비슷한 뜻) 효과’라고 전제한 뒤 “그러나 범죄 억제력이 나타나려면 그것이 학습되고 인지되어야 하는데 실제로는 효과가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사형제 폐지를 주장하는 단체들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1995년 19명, 1997명 23명에 대해 사형을 집행했지만 1996년 인구 10만명당 살인율은 전년보다 6% 늘었고 1998년에도 전년 대비 17% 증가했다. 승 박사는 사형제 폐지 대안으로 ‘가석방 없는 무기징역’과 ‘보호감호’ 등을 꼽으며 “범죄 예방을 위한 체계적인 대안을 마련한다면 사형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해 기본권을 박탈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박진옥 국제앰네스티(국제사면위원회) 한국지부 사무국장도 “유엔에서 사형의 범죄 억제력을 조사, 연구했는데 연관성을 밝혀내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피해자 가족의 한을 풀어주는 응보적 차원에서라도 사형 집행이 필요하다는 논리가 있지만 실제로 피해자 가족을 만나 보면 모두가 그것을 원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이어 “피해에 상응하는 처벌을 내리는 것만이 정의가 아니라 피해자 또는 그 가족이 마음의 상처를 회복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극소수 범죄인에게만 실시해야”

사형제 유지를 주장하는 쪽은 범죄 예방에 효과가 있다는 입장이다. 천정환 동서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사형제는 잠재적 범죄인이나 수형자에게는 일반 예방 효과가 있다.”면서 “사형제를 유지하되 집행에서는 정치범이나 증거의 증명력에 다툼이 있는 범죄인을 제외한 극소수의 범죄인에게만 실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천 교수는 “싱가포르는 마약범에 대해 사형제가 실시되면서 마약청정국이 됐다.”면서 “단순히 유럽 국가 등과 비교해 사형제 폐지를 주장할 것이 아니라 다른 국가에 비해 범죄율이 높다는 점 등을 고려해 우리의 형사법제시스템에 맞게 제도를 유지해 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사형제 유지를 주장하는 천 교수도 정치권 등 일각의 사형 집행 부활 목소리에 대해 “최근 강력범죄에 분노하는 사회 분위기에 편승해 포퓰리즘적인 접근을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사형제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합헌 결정을 내리기는 했지만 일부 폐지 의견도 있어 여러 각도에서 보고 있다.”면서 “우리 사회의 가치관이나 여론, 형사정책적인 관점에서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앞서 헌법재판소는 2010년 2월 사형제에 대해 “제한적인 경우에만 부과되는 사형은 범죄에 대한 응보형으로 고안된 필요악으로, 제 기능을 한다.”고 결정했다. 이는 1996년에 이은 두 번째 합헌 결정이다.

박성국·최지숙·홍인기기자 psk@seoul.co.kr

2012-09-06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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