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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행 사건에 평온한 시골마을 ‘발칵’

성폭행 사건에 평온한 시골마을 ‘발칵’

입력 2012-09-12 00:00
업데이트 2012-09-12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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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 100여명 DNA 정보채취, 인권침해 ‘논란’

평온한 한 전형적인 농촌 마을이 성폭행 사건으로 뒤숭숭하다.

경찰만 봐도 ‘죄를 지은 것처럼 가슴이 쿵쾅거린다’는 순박한 주민들은 요즘 경찰차에 형사들까지 마을을 들쑤시고 다녀 마음이 편치않다.

DNA 채취에 협조했지만 기분이 좋지 않다. 거부했다가는 의심의 눈초리를 받을 수 있어 어쩔 수 없이 응했다고 주민들은 찜찜해했다.

전남 해남군의 한 시골 마을 얘기다.

12일 오전 비닐 씌우기, 배추 모종 옮기기 작업에 바쁜 이 마을 사람들은 하루빨리 범인이 잡히기를 고대하고 있다.

평온한 이 마을이 벌집을 쑤신 것처럼 발칵 뒤집힌 것은 지난달 25일. 이날 밤 11시 30분께 여고생 A(16)양이 들판을 걸어 귀가하던 중 괴한에게 성폭행을 당한 사건이 발생했다.

A양이 용의자로 지목한 남성의 알리바이가 입증되면서 수사가 벽에 부딪혔다. 한적한 시골 마을에 폐쇄회로(CC) TV나 목격자가 없었기 때문이다.

수사에 어려움을 겪던 경찰은 성폭행 장소를 다시 뒤졌다. 정밀 수색 끝에 용의자 것으로 보이는 음모 10여 개를 찾아내 국과수에 의뢰했다.

피해자 진술에만 의존하다 사건 해결의 단서를 찾은 경찰은 범인을 찾기 위해 주민을 상대로 DNA 정보 채취에 나섰다.

사건 발생장소 반경 8km 이내에 거주하는 4개 마을 65세 미만 남성 100여 명에게 DNA 정보를 채취했다.

주민들은 범인이 하루빨리 잡혀 평온한 일상으로 돌아가기를 기대하며 채취에 동의했다.

김모씨는 “주민들이 협조 차원에서 DNA 채취에 응했지만 기분이 좋은 것은 아니다”면서 “거부할 수도 있지만 의심의 눈초리가 더 무서워 해줬다”고 찜찜해했다.

주민들은 요즘 외부 사람만 봐도 ‘형사들이 또 무엇을 캐러 왔을까’하며 불안에 떨고 있다.

비닐 씌우기 작업을 하던 또 다른 김모씨는 “남자들이 모두 감시 대상자가 된 기분이다”면서 “유언비어도 퍼져 마을 분위기가 뒤숭숭하다”고 하소연했다.

주민들은 경찰이 지금도 동의하에 DNA 정보를 채취하고 있다면서 불쾌감을 표시했다.

’인권을 침해하는 무리한 수사’라는 일부 주민 반발 속에 경찰은 뾰쪽한 방법이 없어 난감한 처지에 놓였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인권 침해 소지를 없애기 위해 동의서를 받는 등 애쓰고 있다”면서 “하루빨리 범인을 잡아 주민들의 불안감을 말끔하게 씻겠다”고 강조했다.

이 마을은 2년 전에 마을 옆에 간척지 농지가 조성되고 도로가 새로 나면서 외지인 방문이 빈번하다.

200가구 300여 명의 주민은 배추, 고추 농사 등을 지으며 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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