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시중은행, 근저당 설정비 반환책임 없다”

법원 “시중은행, 근저당 설정비 반환책임 없다”

입력 2012-12-06 00:00
업데이트 2012-12-06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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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행 대출자들이 부담한 근저당권 설정 비용을 은행 측이 돌려줄 책임이 없다고 법원이 판결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7부(고영구 부장판사)는 6일 은행 대출자 270명이 “근저당권 설정비 4억3천여만원을 반환하라”며 국민은행을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반환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같은 법원 민사합의33부(이우재 부장판사)도 고객 99명이 중소기업은행, 하나은행, 한국외환은행, 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 한국시티은행과 농협·축협·신협·새마을금고 등 금융기관 40여곳을 상대로 낸 같은 취지의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이번 판결은 지난달 27일 신용협동조합을 상대로 한 같은 취지의 소송에서 인천지법 부천지원이 근저당권 설정비의 반환 책임을 인정한 판결과는 상반되는 것이어서 향후 상급심 판단이 주목된다.

재판부는 우선 “대출거래에서 우월한 지위에 있는 금융기관이 이를 이용해 자신이 부담해야 하는 비용까지 고객이 부담토록 하는 불공정 약관조항으로 볼 여지는 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하지만 “이 약관은 비용을 고객에게 무조건 부담시키는 것이 아니라 선택권을 부여해 교섭토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며 “따라서 약관을 통한 고객과 은행의 비용부담 합의는 ‘개별약정’에 해당되는데, 이 개별약정이 사회질서에 반하거나 불공정한 법률행위라는 입증이 부족하다”고 판시했다.

이어 “설령 고객의 선택이 약관에 따른 것이더라도 담보 제공으로 이익을 본 고객의 비용부담이 불공정하다 보기 어려운 점, 원고들이 체결한 대출약정의 상당 경우가 은행이 비용을 부담하는 것으로 체결된 점 등을 고려하면 약관이 신의성실의 원칙을 위반하거나 공정성을 잃어 무효라고 볼 수도 없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앞서 대법원이 ‘약관이 공정하지 않다’는 취지로 판단한 것에 대해서는 “이는 구 약관규제법 19조와 관련해 공정거래위원회가 개정 표준약관을 사용하도록 한 처분이 적법한지를 가린 것일 뿐 자동으로 이 사건의 약관이 무효가 되는 건 아니다”고 덧붙였다.

근저당권 설정비란 담보대출 때 발생하는 부대 비용으로 등록세, 교육세, 신청 수수료 등을 의미하며, 통상 1억원을 대출받을 때 70만원 정도가 든다.

시중은행 대출자들은 대출약정을 할 때 근저당권 설정 비용의 부담을 고객이 선택하도록 하는 것이 고객에게 불리한 불공정 조항이라며 법원에 소송을 냈다.

시민단체들은 그동안 근저당권 설정비로 금융권이 거둬들인 부당이득이 10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해 이날 판결을 앞두고 향후 유사소송 사태를 우려한 금융권의 비상한 관심이 쏠렸다.

앞서 인천지법 부천지원은 지난달 이모(85)씨가 “근저당권 설정비를 돌려달라”며 경기도의 한 신용협동조합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약관이 불공정하고 신의성실 원칙을 위반해 무효”라며 원고 일부승소로 판결한 바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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