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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속에 걸리니 재떨이 대신 종이컵 쓰세요”

“단속에 걸리니 재떨이 대신 종이컵 쓰세요”

입력 2012-12-10 00:00
업데이트 2012-12-10 0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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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점 금연 첫날 호프집 가보니

“여기 재떨이 좀 주세요.”, “잠시만 기다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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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부터 150㎡ 이상 음식점 등에서 흡연이 금지된 가운데 9일 오후 서울 중구 무교동의 한 음식점에 금연구역임을 알리는 안내 표지가 붙어 있다. 박지환기자 popocar@seoul.co.kr
지난 8일부터 150㎡ 이상 음식점 등에서 흡연이 금지된 가운데 9일 오후 서울 중구 무교동의 한 음식점에 금연구역임을 알리는 안내 표지가 붙어 있다.
박지환기자 popocar@seoul.co.kr


음식점 금연구역 확대 시행 첫날인 지난 8일 오후 9시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W호프집. 150㎡(45평) 이상 음식점과 카페, 호프집 등에서 원칙적으로 흡연을 금지하는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 시행 첫날이지만 주인도 손님도 시행 사실을 몰랐다. 테이블 곳곳에선 담배 피우는 손님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종업원들도 손님들이 재떨이를 요구하자 별말 없이 가져다 나르기 바빴다. 새로 들어온 손님은 “여긴 담배 피워도 되나 보네…”라면서 빈자리를 잡기도 했다.

개정된 국민건강증진법에 따라 150㎡ 이상의 소규모 음식점과 호프집 등 모든 실내 다중이용시설은 8일부터 금연구역으로 확대 지정됐다. 위반하는 업소에는 최고 5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되고, 흡연자들은 금연지역에서 담배를 피우다 적발될 경우 과태료 10만원을 내야 한다. 하지만 실제 과태료가 내년 7월부터 부과되는 탓인지 현실은 사뭇 달랐다.

같은 시간 경기도 성남의 A 호프집. 가게 안은 담배 연기가 가득했다. 종업원들은 재떨이 대신 종이컵을 건넸다. 종업원은 “호프집 전체가 금연구역이다. 단속에 걸릴 수 있으니 재떨이가 필요하면 종이컵을 주겠다.”고 설명했다. 재떨이 대신 종이컵이 등장한 것은 단속에 걸려도 손님만 벌금을 물릴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주인 이모(53)씨는 “호프집도 금연구역이라는 걸 모르고 찾아오는 손님들과 일일이 말씨름을 할 수 없어 임시방편으로 종이컵을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흡연자와 주인 간의 실랑이도 곳곳에서 보였다. 8일 오후 6시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동 H음식점에서는 ‘절대 금연 시설’이라는 스티커와 ‘1차 과태료 170만원, 2차 과태료 330만원, 3차 과태료 500만원’이라는 안내 문구가 눈길을 끌었다. 가게 안 재떨이는 이미 치워진 상태였다. 하지만 3층 규모의 대형 음식점 한쪽에서 담배를 물고 있는 손님이 간간이 보였다. 종업원이 말려 보지만 소용이 없었다. 가게 주인은 “손님 10명 가운데 꼭 한두 명은 말려도 보란 듯이 안에서 담배 피우는 분들이 있다.”면서 “업주가 제지하면 벌금을 안 내도 된다고 하던데 녹음기라도 갖고 다니면서 말렸다는 증거를 만들어야 하나 갑갑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담배를 피울 수 있는 작은 술집으로 손님이 몰리는 풍선효과도 나타났다. 이날 서울 중구 무교동에서 작은 술집을 운영하는 김모(40)씨는 “들어오면서 ‘여기는 흡연 가능하죠’라고 묻는 손님이 눈에 띄게 늘었다. 2차로 오는 손님 대부분은 흡연자일 정도”라고 귀띔했다. 실내 금연에 동참하는 시민들도 눈에 띄었다. 서울 용산구 남영동 C치킨 앞에는 추운 날씨에 밖으로 나와 담배를 피우는 손님들이 보였다. 김영환(54)씨는 “1만원짜리 통닭 먹으러 왔다가 벌금 10만원을 낼 수는 없지 않으냐.”고 말했다.

김정은기자 kimje@seoul.co.kr

신진호기자 sayho@seoul.co.kr

이범수기자 bulse46@seoul.co.kr

명희진기자 mhj46@seoul.co.kr

2012-12-10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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