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힘들어서…” 또 치매에 무너진 가정

“너무 힘들어서…” 또 치매에 무너진 가정

입력 2012-12-17 00:00
업데이트 2012-12-17 0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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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대부인, 의처증 남편 변압기로 내리쳐

치매로 무너지는 가정의 비극이 그치지 않고 있다. 지난 10월 78세 노인이 치매를 앓던 아내를 목 졸라 살해한 데 이어 이번에는 아내가 치매 남편의 괴롭힘을 견디다 못 해 살해하려 한 사건이 벌어졌다.

서울 강서경찰서는 16일 지난달 A(70·여)씨를 살인미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A씨의 불행은 5년 전 남편(80)이 치매를 앓게 되면서 시작됐다. 남편은 증세가 갈수록 심해져 가족조차 알아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아내는 그런 남편을 정성껏 돌봤다. 하지만 1년 전부터 남편의 폭언과 욕설이 심해졌다.

의처증이 생겨 “밖에 나가 누구를 만나고 돌아다니느냐.”는 둥 아내의 외출에 사사건건 트집을 잡았다. 아내는 참고 또 참았지만 지난 9월 추석 때 급기야 쌓였던 분노가 터지는 사건이 일어나고 말았다. 자녀들이 모두 모인 자리에서 남편이 “너희 엄마가 다른 남자를 만나고 돌아다닌다.”고 말해 버린 것이다.

A씨는 지난달 10일 남편을 살해하기로 했다. 오후 11시가 넘어 남편이 안방에서 잠들자 면장갑을 낀 채 집에 있던 변압기로 남편의 머리를 여러 차례 내리쳤다. 남편이 움직이지 않자 큰아들에게 전화해 “집에 강도가 들어 아버지가 많이 다쳤다.”고 말했다. 그러나 병원에 실려 간 남편은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다.

A씨의 범행은 이내 꼬리가 밟혔다. 건물 폐쇄회로(CC) TV에 강도로 보이는 사람이 드나든 흔적이 없는 데다 강도가 아내의 입에 붙였다는 테이프가 지나치게 깔끔하게 잘려 있었다. A씨는 경찰의 추궁이 시작된 지 하루 만에 “너무 힘들어서 그랬다.”고 자백했다.

경찰은 A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법원은 선처를 호소하는 가족과 본인이 범행을 매우 후회하고 있는 점 등을 감안해 기각했다.

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최근 10여년간 주요 질환 가운데 치매 환자가 가장 빠른 속도로 늘었다. 하루에 병원에서 치매로 외래진료를 받은 노인(65세 이상)은 1999년 10만명당 평균 8.2명에서 2010년 66.4명으로 약 8배가 됐다. 이 기간 동안 노인 치매 외래환자의 연평균 증가율은 25.4%로 20개 주요질환 중 가장 높았다.

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2012-12-17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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