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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폭 출신 40대, ‘노숙인 돌보미’로 거듭나다

조폭 출신 40대, ‘노숙인 돌보미’로 거듭나다

입력 2012-12-30 00:00
업데이트 2012-12-30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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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규진씨, 고교 제적→조폭→고교 재입학→신학대 졸업

“다들 인생이 막장이라고 하지만 여기는 정말 막장입니다. 삶 자체가 고달픈 사람들이죠.”

서울 영등포구에 있는 노숙인 쉼터인 ‘광야의 사닥다리’에서 집사 일을 맡는 최규진(49)씨는 인생 경력이 참 독특한 사람이다.

조직폭력단의 일원으로 폭력을 일삼던 그는 노숙인 생활을 거쳐 신학대학을 졸업해 지금은 노숙인들을 위한 상담사 역을 하고 있다.

한때 막장 인생으로 통했던 그의 삶도 영등포 쪽방촌에서 홈리스 센터를 운영하는 광야교회가 마련한 이 공간에서 비로소 빛을 보기 시작했다.

최씨는 고교 2학년 때 교사에게 주먹을 휘두르다 제적됐다. 혈기왕성한 그가 찾은 곳은 한 폭력조직. 충남 대천 인근 섬에서 6개월간 혹독한 ‘조폭수업’도 받았다.

”그럴듯해 보이는 양복도 입혀 주고 어딜 가나 인사를 하니 어린 마음에 내가 최고가 된 것 같아 조직에 충성심 같은 게 생기더군요.”

그는 손도끼로 상대 조직원에 전치 48주의 중상을 입혀 교도소에 처음 갔다. 그때 나이 17세였다. 교도소 생활을 마치고도 조폭 생활을 이어갔던 그는 울며불며 매달리는 어머니의 호소에 못 이겨 조직 생활을 청산했다.

마음을 다잡고 새로운 삶을 시작하려 신학 공부에도 매달리고 인테리어와 간판 일을 배웠지만 인생은 쉽사리 바뀌지 않았다. 술만 마시면 예전처럼 주먹을 휘둘렀고, 교도소도 수없이 들락거렸다. 그는 어느덧 전과 27범의 범죄자가 돼 있었다.

나이 서른아홉이던 2002년 마지막으로 출소한 그는 술을 잔뜩 마시고 누군가에게 폭행당해 피투성이로 영등포역 근처에 쓰러졌다. 인근 파출소 경찰은 그를 노숙인으로 착각해 광야교회 노숙인 쉼터에 데려다 놓았다.

그는 그렇게 쉼터 생활을 시작했지만 변하지 않았다. 쉼터 사람들은 하루걸러 싸움을 벌이는 그를 내보내라고 아우성이었다.

최씨를 끝까지 잡아준 사람은 바로 이 교회 임명희 담임목사였다. 임 목사는 최씨를 생각하며 ‘그는 버림받은 사람’이라는 구절로 시작하는 시도 썼다.

결국 최씨는 달라졌다. 40세에 정보 고등학교에 재입학해 자식뻘 되는 학생들과 함께 수업을 들었다. 2005년 고교 졸업 후에는 신학대학에도 들어갔다.

”공부가 80년대 끌려간 삼청교육대 훈련보다 어려웠어요. 나이 들어 공부하기가 그리 쉽지 않더군요. 졸업에 무려 8년이 걸렸어요.”

대학에서 반려자도 만났다. 아내와 함께 쪽방촌을 전전하다 1년 전부터 임대아파트에서 사는 그는 “내년에는 미뤘던 결혼식을 하려고 한다”며 활짝 웃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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