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시정마비…다수당 보이콧 직무유기 구속감”새누리 “시민예산 볼모로 공작정치” 원색 비난전
준예산 체제에 들어간 경기도 성남시에서 각종 민생예산이 연이어 집행 중단되면서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경기도 성남시의회가 2012년 회기 종료 직전까지 예산안을 의결하지 못해 지방자치제 실시 이후 처음으로 성남시가 준예산 체제에 들어갔다. 3일 오전 이재명(왼쪽 사진) 성남시장이 연두 기자회견을 열고 준예산 체제에 대한 입장을 밝힌 가운데 성남시의회는 텅 비어있다.
연합뉴스
연합뉴스
민주통합당 시장과 새누리당 시의원들이 서로 네 탓이라며 비난전에 나선 가운데 소모적인 정쟁을 중단하고 민생부터 챙기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성남시는 공공근로사업과 대학생 지방행정연수에 이어 동주민센터와 청소년수련관 강좌, 임대아파트 공동전기료, 경로당 운영비 등도 지급 중단한다고 3일 밝혔다.
’법령 또는 조례상 지출의무의 이행’ 항목에 해당되지 않아 준예산을 집행할 수 없다는 것이 성남시 설명이다.
주민센터 강사수당(시간당 2만원 40억3천만원) 지급 중단으로 48개 주민센터 1천347개 강좌 수강생 약 3만명의 교육기회가 박탈된다. 일부 강사가 당분간 무료 강의를 진행하더라도 대다수 수강생의 피해가 불가피하다.
월 20여만명이 이용하는 청소년육성재단 산하 5개 청소년수련관의 인건비와 시설·프로그램 운영비 지급도 중단됐다. 겨울방학 중이어서 학생과 학부모들이 발을 구르고 있다.
12개 단지 1만여 가구의 임대아파트 공동전기료(12억9천만원), 347개 경로당 운영비(난방·양곡·주부식비 등 29억1천만원), 택시 콜센터 운영비(대당 월 3만8천원 13억6천만원)도 지출이 동결됐다.
준예산 체제가 보름을 넘기면 여성문화회관·도서관 프로그램 운영(6억9천원), 원어민 채용 등 교육과정 운영 지원(42억원) 등도 차질을 빚게 된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연두 기자회견에서 “합의가 안 되면 다수당(새누리당)이 다수결로 처리하면 되지 소수당(민주통합당)이나 집행부에 책임을 전가하는 태도는 옳지 않다”며 “다수당이 보이콧으로 행정마비와 시민피해를 가져온 것은 직무유기로 구속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새누리당) 고위당직자가 아무것도 못하게 하라는 지시를 내렸다”며 “준예산 체제가 장기화되면 그 증거를 공개하겠다”고 덧붙였다.
시의회 새누리당협의회는 이에 맞서 “준예산 사태는 회기 종료 1시간여를 앞두고 민주통합당이 협상을 파기해 빚어진 시장과의 합작품”이라며 “이 시장과 민주통합당은 시민예산을 볼모로 공작정치를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 시장을 ‘파렴치한 저질 선동정치’, ‘패륜적 작태’, ‘시정잡배 짓거리’ 등의 원색 표현으로 공격했다.
일부에선 시가 준예산 집행대상을 소극 해석해 사태를 키우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지급 중단된 사업비는 조례에 임의규정(지급할 수 있다)이 있는데도 시는 의무규정(지급한다)이 아니라는 이유로 예산집행을 중단, 의회 압박용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 예로 지난 연말 3차 추경 예산안이 의결되지 않았을 당시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 생계급여를 예비비에 준해 집행한 사례를 들었다.
민생 피해가 확산되자 시와 의회 홈페이지에는 비판 글이 이어졌다. 의회 파행 비난 글이 주류이나 조속한 해결을 요구하는 내용도 있다.
김모씨는 “이런 어처구니 없는 상황을 만든 시장과 시의원은 각성해야 한다”고 대책을 촉구했고, 강모씨는 “정치인들은 손해볼 게 없지만 피해는 서민에게 돌아간다”고 일침을 가했다.
또 다른 주민은 “시민을 볼모로 한 정치싸움에 신물이 난다”며 분노를 표출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