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교육청 “감독관 책임 아니다” 뒤늦게 인정

광주시교육청의 초등교사 임용시험 중단 사태 원인은 애초 알려진 시험장 감독관의 단순 실수가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시교육청 측의 잘못으로 현장에 혼선을 불러왔던 것으로 확인돼 시교육청이 이번 사태의 책임소재를 흐리려 한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다.

14일 광주시교육청과 당시 시험실 감독관 등에 따르면 초등학교 교사 임용시험 2차시험의 영어실연 면접 문제지에 대한 공식 매뉴얼인 ‘감독관 유의사항’에는 문제지를 회수하게 돼 있다.

영어 문제지를 응시생들로부터 회수하지 않는데 일부 감독관이 실수로 걷는 바람에 시험을 중단했다는 시교육청의 당초 설명과는 다르다.

실제로 시교육청이 배포한 ‘감독관 유의사항’에는 영어 실연 문제지를 회수하게 돼 있다.

지난해에도 시험 시작 전 응시생들이 이용한 문제지를 회수하고 참고용 문제지 1부만 시험실 교탁에 비치했다.

시교육청은 이번 시험에서는 문제지를 굳이 회수할 필요가 없다고 보고 이를 변경했다.

문제지를 응시생 개인당 1부씩 나눠주고 응시생이 시험실에서 이를 볼 수 있도록 했으며 공용 문제지를 비치하지 않았다.

시교육청은 그러나 감독관들에게 이 같은 변경상황을 제대로 알리지 않았고 일부 감독관은 미리 배포된 ‘감독관 유의사항’만 따라 문제지를 회수했다가 시험 중단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불러왔다.

시험 감독에 참여했던 한 감독관은 “시교육청에서 나눠 준 매뉴얼대로 했는데 왜 우리가 실수했다고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시교육청은 사고 당일 “문제지를 회수하지 말라고 지시했는데 감독관이 이를 알지 못해 빚어진 실수”라고 설명해 책임을 떠넘기는 듯한 인상을 줬다.

시교육청은 이에대해 “시험관리본부의 실수로 혼선을 준 것이 원인으로 감독관들에게는 책임을 지우기 어렵다”고 뒤늦게 인정했다.

시교육청의 한 관계자는 “매뉴얼과 달라진 점, 작년과 변경된 점 등을 감독관들에게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 것 같다”며 “시험관리본부에 책임 있으며 감독관들에게는 책임을 묻기 어렵다”고 해명했다.

이번 사태의 원인으로는 근본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담당부서가 교사뿐만 아니라 다른 직종의 채용까지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점, 무기계약직 직원 2명이 최근 그만둔 데다 시험을 앞두고 인사이동이 이뤄져 업무에 서툰 공무원들이 시험관리를 맡은 점 등도 문제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장휘국 교육감은 이날 오전 간부회의에서 이번 사태에 대해 언급하고 “꼼꼼하고 세심하게 점검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며 “반성하고 재발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질타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