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국정원女 사건’ 기약없는 수사…의혹만 난무

경찰 ‘국정원女 사건’ 기약없는 수사…의혹만 난무

입력 2013-02-08 00:00
업데이트 2013-02-08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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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꾼·언론 잇단 의혹 제기…경찰 뒤늦은 해명 ‘급급’경찰 수사력 한계 지적…野 “국정조사·특검해야”

대선 개입의혹을 받는 국가정보원 여직원 김모(29)씨 사건에 대한 경찰 수사가 2개월이 다 되도록 결과물을 내놓지 못하면서 의혹만 난무하고 있다.

이번 주안으로 끝내겠다던 수사는 아직 밑그림도 완성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가 지인까지 동원해 인터넷 활동을 한 것을 놓고 국정원의 여론조작설을 비롯한 여러 의혹이 불거져도 경찰은 ‘이미 알고 있었고 수사 중’이라며 뒤늦은 해명에만 급급해 하는 등 ‘감추기 수사’로 의혹을 초래한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민주통합당 등 정치권에서는 경찰 수사력이 한계에 다다른 것으로 보고 국정조사나 특검수사까지 거론하고 있다.

◇꼬리 문 의혹’감추기 수사’ 자충수 = ‘국민적 관심 사안’이라며 대선 사흘 전 한밤중에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했던 경찰은 이후 수사내용과 관련해선 굳게 입을 다물었다.

사건을 수사한 지 두 달이 다 되도록 경찰은 ‘김씨의 대선 관련 글은 없다’는 기존의 입장만 고수해 왔다.

그러다 이달 초 언론의 의혹 제기가 잇따르자 경찰은 그제야 김씨가 3개 사이트에서 정치·사회 이슈와 관련해 모두 150여 건의 글을 올렸다며 부산을 떨었다.

김씨의 대선 개입의혹 외에 제삼자를 이용한 국정원의 여론조작설과 관련해서도 경찰은 ‘비공개 수사원칙’만 강조해 각종 의혹만 키우고 있다.

김씨가 집중적으로 활동한 사이트가 ‘오늘의 유머’로 알려지면서 이 사이트 이용자들 사이에선 김씨와 지인 A씨의 아이디와 유사한 IP(컴퓨터 고유 주소)로 된 수십 개의 아이디가 비슷한 내용의 글을 같은 시기에 무차별적으로 올렸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 사이트 운영자인 이호철(41)씨는 앞서 경찰에 “의심스러운 아이디를 발견했으니 수사해 달라”며 사이트 아이디 30개를 건넸다. 그러나 경찰은 ‘김씨의 대선 개입 혐의 여부가 수사의 핵심’이라는 방침만 거듭 내세우고 있다.

이밖에도 김씨가 올린 글 가운데 수십 개가 삭제됐고 다음 아고라나 네이버 블로그 등에서도 김씨의 글과 유사한 게시물이 발견됐다는 등 각종 의혹이 잇따라 터져 나오고 있지만 경찰은 속 시원한 대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꼬리를 문 의혹은 모르쇠로 일관하는 경찰의 ‘감추기 수사’ 때문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매번 의혹이 일 때마다 경찰은 한발 늦게 ‘이미 알고 있었다’라는 말만 되풀이해 오히려 의혹을 증폭하는 ‘자충수’에 빠졌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수사결과 낼 수나 있나” 경찰 수사력 한계 지적 = 사건을 두 달가량 수사해 온 서울 수서경찰서는 설 연휴를 앞둔 8일까지는 수사결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혀왔다.

김씨로부터 아이디를 건네받아 김씨와 비슷한 인터넷 활동을 한 A씨에 대한 참고인 조사만 마치면 김씨에 대한 적용 법조를 검토해 수사결과를 발표하겠다는 심산이었다.

이 사건을 수사해온 권은희 수사과장을 지난 4일자로 송파서에 전보발령내고도 수서서에서 파견근무형태로 수사를 마무리하게 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김씨가 동원한 인물이 A씨 외에도 더 있다는 의혹과 더불어 ‘오늘의 유머’에 비슷한 내용의 글 2천여 건이 수십 개의 아이디로 작성됐다는 의혹마저 불거지면서 경찰은 수사의 경계를 어디까지로 할 것인지를 두고 뒤늦게 갈팡질팡하는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국정원 여론조작’ 정황을 감추고 있던 경찰이 언론과 네티즌의 의혹 제기가 잇따르자 그제야 부랴부랴 수사를 확대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일고 있다.

지난 4일 새로 부임한 임병숙 수사과장은 “다음 주안으로 수사결과를 낼 수 있을지도 미지수”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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