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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란하게 출발한 지 10년… 확 쪼그라든 이공계 국가장학금

요란하게 출발한 지 10년… 확 쪼그라든 이공계 국가장학금

입력 2013-04-09 00:00
업데이트 2013-04-09 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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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삭감… 작년만 79억 ↓

수험생들의 이공계 진학을 촉진하기 위해 2003년 시작된 이공계 국가우수장학금이 시행 10주년을 맞았다. ‘위기의 이공계를 살리자’는 정부의 구호 속에 야심차게 추진됐지만 장학금 규모는 줄어 왔다. 반값등록금 열풍이 불면서 축소 규모도 커졌다. ‘돈 안 되는 이공계’ 기피 현상이 여전한 가운데 그나마 있는 유인책마저 위기를 겪고 있다.

8일 한국장학재단 등에 따르면 지난해 이공계 국가우수장학금 예산은 666억원으로 전년 745억원보다 79억원이 줄었다. 이공계 대통령과학장학금도 같은 기간 85억원에서 65억원으로 감소했다. 자연스레 장학금 혜택을 받는 이공계생도 줄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2011학년도에 500명을 선발해 장학금을 지원했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전체 재원이 줄면서 150명만 혜택을 받았다. 포항공대(포스텍) 역시 2011학년도 150명이던 장학금 수혜자가 110여명으로 26%가량 줄었다.

KAIST나 포스텍 등 이공계 특화 대학은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다. 특화 대학들은 국가장학금 외에 기업 지원이라도 기대할 수 있지만 다른 대학들은 재원을 마련할 곳 자체가 없는 상황이다.

서울대는 2007년 이후 이공계 장학금을 매년 큰 폭으로 삭감해야 했다. 2007년 81억원이던 이공계 장학금 총액은 2008년 71억원, 2009년 65억원, 2010년과 2011년 61억원으로 떨어졌다. 급기야 지난해는 46억원으로 줄었고 올해 예산은 37억원으로 다시 축소됐다. 2011년만 해도 서울대 이공대 학생 중 517명이 장학금 혜택을 받았지만 그 숫자는 1년 뒤 159명으로 줄었다. 1년 사이 학생 69%의 장학금 지원이 끊긴 셈이다.

재료공학부 2학년 방진욱(22)씨도 그 69% 중 한 명이다. 이공계 국가우수장학금을 받고 대학에 입학했지만 군 제대 후 이공계 장학금 재원이 줄어들면서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됐다. 방씨는 “등록금 때문에 매일 돈을 벌어야 하니 시간을 아르바이트 일에 더 써야 하고 학점은 더욱 떨어지는 악순환이 거듭됐다”고 말했다. 서울대는 방씨와 같은 학생들이 늘어나는 것을 막기 위해 자구책으로 동문들에게 장학금을 모금하는 실정이다.

서울대 공과대학 연구팀은 ‘국가장학제도 변화에 따른 이공계열 우수학생 장학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서 2011년 이후 이공계 장학금 재원이 국가소득분위장학금 재원으로 전용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공계 기피 현상이 여전한 상황에서 줄어드는 장학금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김기한 메가스터디 교육연구소장은 “부모의 권유에 따라 이공계 대신 안정적이고 장래가 보장된 의대, 약대 등을 선택하는 분위기가 여전하다”면서 “고득점자 중 일부는 이공계 혜택을 고려해 진학하는 일이 많았는데 혜택이 줄고 있어 안타깝다”고 했다.

이공계 국가우수장학금을 시혜가 아닌 장기적인 투자로 봐야 한다는 조언도 있었다. 윤제용 서울대 공과대학 학생부학장은 “반값등록금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굳이 이공계 국가우수장학금에서 재원을 마련할 필요가 있느냐”면서 “국가 경쟁력 관점에서 우수한 청소년 과학도를 이공계로 유도하는 정책은 1~2년 사이 이뤄지는 것이 아닌 만큼 꾸준한 투자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2013-04-09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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