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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옥성 경감과 딸의 마지막 문자메시지

정옥성 경감과 딸의 마지막 문자메시지

입력 2013-04-16 00:00
업데이트 2013-04-16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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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의 애교에 흐뭇해하던 정 경감, 30분 뒤 바다서 실종

 자살하려고 바다에 뛰어든 남성을 구하려다가 실종된 경찰관이 사건현장으로 출동하기 직전 딸과 나눈 문자메시지가 주위를 더욱 안타깝게 하고 있다.

자살기도자를 구하려다 실종된 강화경찰서 정옥성 경감이 사고 직전 딸과 나눈 문자메시지. 정 경감은 딸과 문자메시지를 나누고 30분 쯤 뒤에 현장에 출동했다가 변을 당했다. 강화경찰서 제공
자살기도자를 구하려다 실종된 강화경찰서 정옥성 경감이 사고 직전 딸과 나눈 문자메시지. 정 경감은 딸과 문자메시지를 나누고 30분 쯤 뒤에 현장에 출동했다가 변을 당했다.
강화경찰서 제공
 정옥성(46) 경감은 지난달 1일 인천 강화경찰서 내가파출소에서 평소와 다름 없이 근무 중 딸(16·중1)로부터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딸은 3·1절 휴일이 끝나가던 오후 10시 34분 ‘아빠~~~’라고 문자를 보냈다.

 비교적 한가한 시간에 도착한 딸의 문자에 정 경감은 ‘왜 코맹맹이 소리 하이까’라고 반갑게 답했다.

 딸은 아빠에게 애교를 부리며 새우를 사달라고 졸랐다.정 경감은 2남1녀 중 고명딸인 딸과 대화를 이어가고 싶었던지 ‘너 혼자서 드셔요’,‘주무시겨’,‘책이나 보시겨’라고 강화도 사투리로 답하며 쉽게 승낙하지 않았다.

 딸은 결국 아빠와 밀고 당기기에서 밀리자 ‘할머니께 말할거야 새우먹자고’고 한 뒤 ‘아…찡찡찡’이라며 애교 섞인 투정을 부렸다.

16일 인천시 강화군 강화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정옥성 경감의 빈소에 정 경감의 영정사진이 놓여있다. 정 경감은 지난달 1일 오후 11시 25분께 강화군 내가면 외포리 선착장에서 자살하려고 물에 뛰어든 김모(45)씨를 구하려 바다에 몸을 던졌다가 실종됐다.  연합뉴스
16일 인천시 강화군 강화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정옥성 경감의 빈소에 정 경감의 영정사진이 놓여있다. 정 경감은 지난달 1일 오후 11시 25분께 강화군 내가면 외포리 선착장에서 자살하려고 물에 뛰어든 김모(45)씨를 구하려 바다에 몸을 던졌다가 실종됐다.
연합뉴스
 알콩달콩한 부녀의 문자 대화는 4분간 이어지다 10시 38분 끝났다.

 그것이 딸과 마지막 대화일 줄 꿈에도 생각지 못한 정 경감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휴대전화를 내려놓았다.

 정 경감에게 ‘자살 의심자가 있으니 출동 바람’이라는 지령이 내려진 것은 그로부터 채 30분이 지나지 않은 11시 6분.

 정 경감은 동료 경찰관과 서둘러 외포리 선착장으로 출동했고 그곳에서 바다에 뛰어들어 자살하겠다는 김모(45)씨를 발견했다.

 김씨는 자살을 만류하는 정 경감을 뿌리치고 곧바로 선착장으로 뛰어가 바다에 뛰어들었다.정 경감도 김씨를 구하려 조금의 망설임 없이 바다로 뛰어들었다.

 그러나 칠흑 같은 밤바다의 거센 파도는 정 경감과 김씨를 한꺼번에 집어삼켰다.새우를 사 달라는 딸의 부탁을 들어주지 못한 채 정 경감은 그렇게 사라졌다.

 정 경감의 한 친척은 “고인은 기동대나 섬 지역 근무로 가족과 떨어져 있는 경우가 많아 딸과 문자로나마 대화를 나누는 것이 유일한 낙이나 마찬가지였다”며 “아이들에게 참 자상한 아빠였기에 주위의 안타까움이 더욱 크다”고 애통해했다.

 경찰은 정 경감을 찾기 위한 대대적인 수색작업을 50일 가까이 진행했지만 시신을 찾지 못한 채 오는 18일 강화경찰서에서 정 경감의 영결식을 거행한다.

 16일에는 강화장례식장에 빈소가 마련돼 영결식 전까지 조문객을 맞이한다.

 이날 빈소에는 이인선 인천경찰청장을 비롯,동료 경찰관들의 조문이 줄을 이었고 17일에는 이성한 경찰청장도 조문할 예정이다.

 정 경감의 어머니(69)는 빈소에서 “아들을 찾으려 경찰,소방관,군인 여러분을 힘들게 해서 죄송하다”며 “아들의 영결식을 모레 치르지만 시신은 꼭 찾았으면 한다”고 부탁했다.

 경찰은 영결식 후에도 당분간 수색작업을 지속할 방침이다.

 정 경감은 1991년 청와대 경호실 지원부대인 서울경찰청 101경비단에서 경찰 생활을 시작한 뒤 22년간 경찰청장 표창 등 27차례에 걸쳐 표창을 받은 우수 경찰관이다.

 유족으로는 어머니(69),부인(41),2남1녀 자녀가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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