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이지 않는 어린이 통학차량 안전성 논란…해법은

끊이지 않는 어린이 통학차량 안전성 논란…해법은

입력 2013-05-13 00:00
업데이트 2013-05-13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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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청주에서 4세 여아가 어린이집 통학차량에 치여 숨진 사고가 발생한 이후 어린이 통학차량에 대한 안전성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현행법으로 금지된 지입차량이 통학차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지만 현황 파악조차 제대로 안 돼 관련 제도 강화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미신고 차량 태반…법 보호 ‘사각지대’

어린이 통학차량은 13세 미만의 어린이를 교육대상으로 하는 어린이집, 유치원, 학원 등에서 운영되는 차량을 말한다.

하지만 운영 주체별로 어린이집은 지방자치단체, 유치원은 교육청, 학원은 종류에 따라 지방자치단체(체육관련)와 교육청으로 관리감독 기관이 나뉘어 있다 보니 체계적인 관리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13일 충북도에 따르면 올해 3월말 현재 등록된 도내 어린이집은 1천200여개로, 이 가운데 통학차량을 운행하는 곳은 727곳, 차량 수는 836대로 파악됐다.

충북도교육청이 파악한 4월말 기준 유치원 통학차량은 국공립과 사립을 모두 합쳐 107개의 시설에서 206대가 운행 중이다.

학원은 4월말 기준 2천700여곳에서 1천여대가 운행 중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마저도 시설 관계자에게 구두로 묻는 수준에서 이뤄진 조사에 기초하다 보니 신뢰도는 그리 높지 못하다.

현황 파악이 제대로 이뤄질 수 없는 또 다른 이유는 차량 신고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도로교통법상 어린이 통학차량은 담당 경찰서에 신고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의무사항이 아니다 보니 이를 지키는 운전자는 많지 않다.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은 미신고율이 40%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며, 학원은 70%대에 육박한다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미신고 차량은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상 어린이 통학차량으로 사용하는 것이 금지된 지입차량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결국 신고 후 어린이 보호차량 요건을 갖춰야 할 통학차량에 일반차량과 별반 다름없는 지입차량이 상당수 이용되면서 어린이들이 안전 사각지대에 놓이게 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적발 차량 대부분 지입차…솜방망이 처벌

이런 문제점은 단속현장에서도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충북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1∼4월 수시 단속에 적발된 어린이 통학차량 위반 건수는 모두 111건으로 이 가운데 미신고된 지입차량이 98건에 달했다.

지난 3월 26일 청주시 흥덕구 산남동의 한 어린이집 앞 도로에서 발생한 4살짜리 원생 사망 사건을 불러온 25인승 통학버스 역시 지입차였다.

충북경찰청의 한 관계자는 “지입차는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한 곳만이 아니라 중·고교 학생 등·하교 일까지 맡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시간에 쫓기다 보니 어린이가 승하차할 때 소홀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경찰이 단속에 적극적으로 나서도 개선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광각 후사경 등을 설치하지 않았을 때는 3만원의 과태료, 어린이 승·하차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다면 7만원의 범칙금을 부과하는 것이 전부다. ‘솜방망이 처벌’에 불과해 근절을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인명 피해가 발생하더라도 어린이 보호 차량에 따른 가중 처벌 규정이 없어 일반차량과 같은 교통사고처리특례법에 의해 처벌된다.

어린이 통학차량 운전자에 경각심을 부여할 수 있는 규정이 전혀 없는 것이다.

한 경찰관은 “범칙금이 부과된다고 해도 관련 법 규정은 권장 수준에 그치고 있다”며 “규정을 위반하면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을 운영할 수 없도록 엄하게 처벌하는 법률이 입안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관련법 강화 한목소리…지입차 양성화 요구도

논란이 지속되자 정부는 서둘러 재발 방지대책을 내놓았다.

지난 3일 국토부와 안전행정부, 교육부 등 7개 관계기관인 합동 발표한 ‘어린이 통학차량 안전강화종합대책’에 따르면 통학차량에는 후방 카메라 등 후방감지 장치 설치가 의무화된다.

또 통학차량 운전자가 어린이 안전의무 위반 시 현행 20만원 이하의 벌금에서 앞으로는 면허가 정지되거나 취소되고, 안전관련 사항을 3번 이상 위반하면 시설의 인가·등록이 취소되는 삼진아웃제도 시행된다.

하지만 학부모들은 여전히 기대에 못 미친다는 반응이다.

법 테두리 밖에 있는 미신고 통학차량이나 지입차량의 근절을 위해선 ‘통학차 운전 전문면허제’ 도입이 우선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주부 이모(32·청주시 흥덕구 가경동)씨는 “모든 통학차량을 경찰서에 신고하도록 하고 안전장치를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법률 개정이 절실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재 국회에는 어린이 통학차량 신고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도로교통법 일부 개정안’ 10건이 발의된 가운데 포털사이트 다음의 ‘이슈 청원방’과 청주시 학부모모임 등에서 법 개정을 촉구하는 서명운동이 진행되고 있다.

지입차량 운전자들은 지입차량의 양성화를 또 하나의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재훈 한국통학버스안전협회 청주시지부 기획부장은 “이미 전국에서 15만대 이상의 생계형 지입차량이 운행 중인데 이를 막는다면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지입차량을 제도권 안으로 흡수하는 대신 자격증 제도를 통해 종사자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이 오히려 효율적”이라고 제안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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