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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점검> ‘세금먹는 하마’ 경전철…해법은?

<긴급점검> ‘세금먹는 하마’ 경전철…해법은?

입력 2013-06-03 00:00
업데이트 2013-06-03 0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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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터리 수요 예측에 지자체마다 MRG 부담에 허덕지자체, 자구책 마련 고심

”달리면 달릴수록 적자가 누적되는 경전철은 애물단지일 뿐입니다.”

민간자본으로 건설된 국내 1호 경전철인 부산∼김해 경전철을 비롯해 용인 경전철, 의정부 경전철이 시름을 안고 달리고 있다.

적자운행에 따른 MRG(최소운영수입보장) 폭탄에 지자체 살림이 거덜나고 있다는 우려에도 뾰족한 대책이 없다는 것이 더 큰 걱정이다.

친환경 미래 대중교통수단이자 ‘꿈의 레일’로 불리던 경전철이 ‘세금 먹는 하마’라는 애물단지로 전락한 원인은 무엇일까.

◇ 용역, 수요 예측 마구 부풀려

2011년 9월 개통한 부산∼김해 경전철의 첫해 승객 예측치는 17만6천명. 하지만 개통이후 실제 승객은 하루 3만3천명 안팎에 그쳤다. 올들어 3만6천명 수준으로 다소 늘기는 했지만 여전치 예측치에 한참 모자란다.

정부, 부산시, 김해시, 민간사업자가 부산∼김해 경전철 건설을 위해 맺은 협약을 보면 첫해 하루 승객 예측치는 17만6천명, 10년차는 27만2천명, 20년차는 32만2천명으로 돼 있다.

부산시민단체의 한 관계자는 “도대체 무엇을 근거로 한 것인지 납득이 안된다”며 “누가 봐도 엉터리”라고 말했다.

용인 경전철도 사정은 마찬가지. 지난 4월 상업운행 들어간 이후 하루 평균 1만21명이 이용했다. 2004년 실시협약 체결 당시 예상승객 16만1천명은 고사하고, 경기개발연구원이 2011년 용역보고서에서 제시한 3만2천명의 31%에 불과했다. 지난 4월 감사원은 “재추정한 용인 경전철의 수요가 당초 예측치의 35%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2012년 7월 1일 운행을 시작한 의정부 경전철도 하루 7만9천49명이 이용할 것으로 예측됐다. 그러나 실제는 1만1천258명으로 예상치의 14%에 그쳤다. 의정부 경전철의 경우 지난 4월 감사원 감사 결과 발표에서 수요 예측 용역기관이 국가교통데이터베이스(KTDB) 대신 1999년 의정부시 가구통행실태조사 결과를 활용해 통행량을 31.2%나 부풀린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 ‘MRG 폭탄’에 손배소 움직임도

부산과 김해 시민사회단체는 11일께 국토교통부를 항의방문한 뒤 엉터리 수요 예측 용역을 수행했던 국책연구기관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다.

부산∼김해 경전철 적자 운행에 따른 부산시와 김해시 등 지자체의 MRG(최소운영수익보장)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났기 때문이다.

부산·김해 시민사회단체는 “지자체의 MRG 부담은 시민 혈세로 민간사업자의 적자를 메워주는 것이며 부산시와 김해시의 MRG 부담 규모는 재앙에 가깝다”라며 “이는 민자사업자를 끌어들이려고 수요 예측 용역사가 뻥튀기 수요 예측을 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부산시와 김해시가 잘못된 수요 예측 때문에 민간 경전철 운영사에 물어줘야 할 금액을 상상을 초월한다. 개통 이후 부산시와 김해시가 부산김해경전철㈜에 운행 적자 때문에 지원한 돈은 150억원. 내년에는 650억원으로 늘어난다. MRG 부담은 해마다 늘어나 두 시가 앞으로 20년간 부담해야할 금액은 무려 2조1천630억원에 달한다.

부산시와 김해시의 MRG 분담비율은 40대 60. 광역시인 부산시는 차치하더라도 시세가 작은 기초지자체인 김해시는 시 재정에 엄청난 압박을 받을 전망이다.

용인시도 사정은 같다. 용인시는 용인 경전철 운영사에 연간 운영비로 295억원을 지급하기로 하고 이중 150억원을 운임수입으로 대체할 계획이었지만 100억원가량을 추가로 지급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용인 경전철 손해배상청구를 위한 주민 소송단’은 “용인시가 30년간 실제 지급할 금액은 1조7천억원으로, 연평균 560억원에 달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 다급한 지자체 ‘자구책’ 마련 골몰

발등에 불이 떨어진 부산시와 김해시는 고객 서비스 개선 등 경전철 이용 활성화에 나서는 한편 연 6.27%에 달하는 민간투자자본(6천488억원)에 대한 이자를 두 시의 공동지급보증을 통해 연 3%대로 낮추기로 합의했다.

용인 경전철이란 거대한 세금 먹는 하마를 책임져야 할 용인시도 경기도와 함께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 경기도는 ‘용인 경전철 수요증대 활성화 대책’을 발표, 일부 역사 인근에 환승주차장을 설치해 경전철 이용수요를 올리는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또 코레일과 여행사를 연결하는 철도관광프로그램을 개발하는 테마여행도 추진된다.

용인시도 ‘수도권 환승 할인’ 혜택이 가능하도록 관계기관과의 협의에 나섰다. 특히 용인시는 재정문제를 해소하려고 지난해 5급 이상 공무원의 급여 인상분을 반납했고 차량등록사업소 부지 등 970억원 상당의 유휴 부동산을 매각하기로 했다.

용인시의 한 관계자는 “경전철의 수요를 증대시키기 위해 무엇보다 환승 할인 혜택이 적용되도록 하는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전했다.

의정부시도 의정부 경전철의 실적 부진이 버스, 지하철 등과 통합 환승 할인이 되지 않는 데 있다고 보고 내년 1월부터 환승제도를 실시하기로 했다.

의정부시의 한 관계자는 “내년에 환승 할인이 실시되면 이용량이 많이 늘어날 것으로 본다”며 “예상 수요의 35%까지 늘린 이후 승객을 더 늘리는 방안은 환승 할인 시행이 되고 나서 고민해봐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 국비 지원 법안에 기대’형평성’ 지적도

경전철 부실의 덫에 걸린 지자체들은 국비 지원의 근거가 될 ‘도시철도법 개정안’에 희망을 걸고 있다. 현재 국회 상임위에 계류 중인 이 개정안은 각 지자체가 지방 정치권을 통한 입법 로비에 나서면서 곧 논란의 핵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지난 2월 김해, 용인, 의정부시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국비 지원을 요청하는 건의문’을 제출했다.

국책연구기관이 수행한 수요 예측 용역과 타당성 검증을 토대로 경전철 민자사업을 추진한 만큼 잘못된 수요 예측에 따른 지자체의 재정난에 대해 정부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자체 간 형평성 문제를 극복할 만한 논리 마련도 여의치 않고, 적자 경전철뿐만 아니라 천문학적 빚더미에 허덕이는 부산도시철도 등 기존 지방도시의 도시철도(지하철)들이 중앙정부만 바라보고 있어 박근혜 정부도 난감한 실정이다.

경전철 문제와 관련해 ‘민선단체장의 과욕이 부른 재앙’이란 말도 나돌고 있고, 무리한 사업 추진에 대한 반성이나 책임은커녕 ‘못되면 정부 탓만 한다’는 비난도 비등할 정도로 부실 경전철에 대한 국비 지원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높은 게 사실이다.

정부와 해당 지자체들이 어떤 해답을 찾아낼지 주목된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부실 경전철에 대한 국비 지원에 앞서 정부의 경전철 정책의 재정비를 통한 보다 분명한 가이드 라인 설정이 시급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최근 광명시는 ‘수요예측이 잘못됐고 경제성도 현저히 떨어진다’는 감사원 지적에 따라 경전철 민자사업에 전면 재검토에 들어갔다.

그런데도 김포와 창원 등 10여 개 지자체는 경전철 유치를 위해 뛰고 있다. 제2의 부산∼김해 경전철이나 제2의 용인 경전철 같은 ‘애물단지 경전철’이 계속 태어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경전철 문제와 관련, 지자체나 무분별한 요구나 정치적인 압박에 대해 방관자적 자세에서 벗어나 보다 치밀한 검토와 검증 등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지적을 더 이상 외면해서는 안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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