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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의병 독수리유격대…전쟁史 바로알리기 큰걸음

6·25의병 독수리유격대…전쟁史 바로알리기 큰걸음

입력 2013-06-23 00:00
업데이트 2013-06-23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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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전쟁 60주년이 벌써 3년이나 지났어요. 그런데 대한민국의 안보·역사의식은 별로 나아지지 않은 것 같아요.”

6·25전쟁의 군번 없는 의병, 포천 ‘독수리유격대’. 이 부대 기념사업회 최면택(66) 기획실장은 인터뷰 내내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독수리유격대는 1950년 당시 경기도 포천 일대에서 민간인 63명이 밀려드는 북한군에 맞서겠다며 자발적으로 창설한 부대다.

최씨는 독수리유격대 창설대장 최종성씨의 막내 아들이다.

폭격에 어머니를 잃고 아버지마저 국군에 목숨을 빼앗긴 ‘전쟁고아’다.

독수리유격대는 군번도 없는 열악한 환경에서 북한군에 맞서며 현역 군인과 차별을 받는 아픔을 겪었다.

이들의 충혼이 알려진 뒤 ‘현역 부대로 편입하지 않겠느냐’는 제의를 받아들여 이동하는 와중에 간부 5명이 도망병 누명을 쓰고 국군에 총살당하는 비극이 벌어졌다. 나머지 대원들도 부대에서 추방당했다.

그러나 이들은 전투에서 물러나지 않았다. 이후 다른 부대로 편입돼 경기도 가평군 설악면 전투, 강원도 금화 천불산 373고지 전투 등에 참가했다. 그때 8명이 전사하고 5명이 부상했다.

이들은 1953년 휴전이 되고 나서야 연대장의 귀향증을 받아 각자 고향으로 돌아갔다.

이런 아픔과 고통의 역사를 잘 알고 있는 최씨가 6·25전쟁을 대하는 태도는 뜻밖에 의연하고 냉정했다.

그는 “총살이라는 실수를 저지른 한 명 때문에 이제 와서 육군 전체가 욕먹는 일은 원치 않는다”며 “그것보다 중요한 것은 제대로 된 교육을 시행하고 젊은이들에게 호국정신을 심어주는 일”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김일성이나 김정일의 사진을 불태운다고 해서 안보의식이 생기는 것은 아니지 않으냐”며 일부 보수단체의 ‘애국 퍼포먼스’에 대해서도 쓴소리 했다.

독수리유격대 기념사업회는 지난해 말부터 조용하지만, 의미 있는 발걸음을 시작했다.

유격대원과 주변의 증언과 기록을 토대로 ‘포천의 의병 군번 없는 영웅, 호국성 독수리유격대’ 단행본을 펴낸 것이다. 김창주 전 육군종합행정학교 교수가 기념사업회의 협조를 얻어 지난해 12월 출간했다.

지난 6일 현충일, 지역 군부대 장병을 대상으로 독후감 대회를 열어 잔잔한 반향을 일으켰다.

이 책을 읽은 병사들은 ‘6·25전쟁에도 의병이 있었다는 걸 처음 알게 됐다’, ‘북침인지 남침인지 헷갈리던 나 자신이 부끄러워졌다’는 등의 소감을 써냈다.

육군 보병제2사단 32연대 김민수 일병은 “상처를 끌어안고 대를 위해 내 아픔을 삭히는 관용이야말로 우리 사회가 가져야 할 덕목이 아닐까 생각한다”라고 적었다. 김 일병은 이 대회에서 1등상을 받았다.

최씨는 “이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이 책을 기반 삼아 조금이나마 6·25 바로 알리기에 도움이 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포부를 전했다.

그는 “참전 역사를 기억하기보다 기념사업회 스스로에 대한 치사만 부각하는 여느 단체들과는 다른 모습을 보이고 싶다”는 뜻도 내비쳤다.

독수리유격대는 창설 39년 만인 1989년 참전유공자로 인정받았다.

현재 9명이 생존해 있다. 그 중 이제 곧 90세를 바라보는 3명은 거동이 불편해 추모행사에도 나오지 못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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