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성여중고 학생회장 출마한 김춘화씨
“기호 1번 김춘화입니다. 만학도를 위한 행복한 학교를 만들겠습니다.”6남매의 맏딸로 태어나 다섯 동생을 돌보며 어린 시절을 보냈다는 김씨는 아버지가 하던 방앗간이 기울면서 중학교 진학을 포기해야 했다. 옷장 속 고이 접어둔 중학교 교복은 40년 세월에 색이 바랬다. 김씨는 “국민(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 새 교복을 안고 잠이 들었던 생각이 난다”면서 “배움에 항상 목이 탔는데 쉰이 넘어서야 그 꿈을 이뤘다”고 했다.
김씨의 도전은 중학교 입학에 그치지 않았다. 고등학교에 진학한 김씨는 학생회장을 뽑는다는 소식에 새로운 도전을 꿈꾸게 됐다고 밝혔다. 김씨는 “학생회장이 얼마나 크고 어려운 자리인 줄 안다”면서 “과연 내가 잘할 수 있을까라는 마음에 등록 전날에는 한숨도 못 잤다”고 말했다. 비교적 막내(?) 축인 김씨는 자신이 ‘왕언니’들을 잘 이끌 수 있을까라는 걱정도 컸다고 했다.
이런 김씨가 출마를 결심하게 된 데는 남편의 배려가 한몫했다. 김씨는 “남편이 어느 날 마음 깊은 속 당신도 알지 못하는 자신감이 있을 것이라면서 능력을 믿고 나가라고 응원을 해줬다”면서 “나를 믿어준 남편, 아들, 딸, 선생님께 감사한 마음에 출마를 결심하게 됐다”고 소개했다. 남편은 김씨가 몰래 중학교에 입학한 사실을 털어놨을 때도 별말 없이 공부에 필요한 공책과 연필, 지우개 등을 사줬다.
김씨는 “대학 졸업 후 외국에서 직장을 다니는 딸 아이를 보면서 이제 나도 오로지 나를 위한 삶을 찾아가고 싶었다”면서 “이번 도전이 새로운 자극이 돼 열심히 배우고, 공부해서 졸업 후 사회복지 분야에서 일하고 싶다”고 말했다.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2013-07-03 27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