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억수같이 또 온대요”…가평 수재민 걱정 태산

”비가 억수같이 또 온대요”…가평 수재민 걱정 태산

입력 2013-07-16 00:00
업데이트 2013-07-16 16:54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가평 물난리·산사태 현장’그때 기억 끔찍’ 불안 속 복구

“밤에 비가 억수같이 또 온다니 걱정입니다. 그전에 최대한 흙을 퍼내야죠.”

지난 주말 기록적인 폭우로 만신창이가 된 경기도 가평지역 주민과 상인들은 16일 한숨 속에 복구에 여념이 없었다.

이날 오전 가평읍 대곡리 수해 주택.
산사태로 흘러내려온 토사 16일 경기도 가평군 가평읍의 한 주택에서 산사태로 흘러내려온 토사가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산사태로 흘러내려온 토사
16일 경기도 가평군 가평읍의 한 주택에서 산사태로 흘러내려온 토사가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읍내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탁범식(74)·방순임(72·여) 부부는 식당 문을 닫을 수 없어 집과 가게를 오가며 안절부절했다.

그 사이 공무원과 육군 장병 40여 명은 열심히 나무를 치우고 흙을 퍼 날랐다. 그러나 오후가 돼도 제 모습을 되찾지 못했다.

지난 14일 산사태로 흙과 나무들이 순식간에 탁씨 집을 덮쳤다. 오전 9시 전후 1시간에 91mm의 물폭탄이 쏟아진 날이었다.

산기슭에 자리한 주택의 방충망과 유리창은 처참히 뚫렸고 슬레이트 지붕은 무너져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방씨는 “잠을 자고 있는데 갑자기 ‘쾅’ 소리가 났다”며 “소리가 있고 1분이 채 안돼 산이 무너졌다”고 아찔한 순간을 떠올렸다.

부부가 들은 ‘쾅’ 소리는 산비탈 중턱에서 나무가 뽑히는 소리였다. 이웃 주민들이 소리를 듣고 놀란 가슴에 달려왔다.

다행히 부부가 자고 있던 안방은 산비탈 반대편인 마당 쪽이라 화를 면했다.

이 집은 2011년 폭우 때도 산사태가 났던 곳이다. 부부는 그래서 이번 장마기간 내내 가슴을 졸인 터였다.
‘휴가철에 팔아야 할 물건인데’
‘휴가철에 팔아야 할 물건인데’ 16일 경기도 가평군 청평면 안전유원지에서 진흙 묻은 음료수 병들이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방씨는 “이번처럼 심하진 않았지만 2년 전에도 산사태가 났다”며 “그때 군부대에서 나와 모래주머니로 담을 쌓아준 거 외에는 별다른 조치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웃 주민도 “아침을 먹는데 빗소리가 심상치 않아 ‘산이 저번처럼 무너질 것 같다’며 식구들끼리 얘기했다”고 전했다.

인명피해가 없었기에 망정이지 ‘참혹한 피해’를 입을 뻔했다.

산사태와 물난리가 한꺼번에 몰아친 청평 안전유원지는 이날도 수마의 흔적이 선명했다.

조종천변을 따라 형성된 민박촌에서 일단 바깥으로 빼놓은 세간과 가재도구들은 아직 진흙을 채 씻어내지 못했다.

상인들이 전해주는 그날의 광경은 끔찍했다.

조종천 범람으로 한때 가슴 높이까지 물이 차올랐고 자동차며 냉장고며 물에 둥둥 떠다녀 대홍수를 방불케 했다.

일요일 아침 시간이라 자고 있던 민박 투숙객 수백 명은 급하게 대피, 마치 피난 행렬 같았다.

이곳 역시 이날 육군 장병 100여 명이 복구작업에 투입돼 상인들을 도왔다.

그러나 이들의 표정은 검은 구름이 드리워진 하늘 만큼이나 어두웠다.

이날 밤부터 17일 오전까지 최고 200mm의 집중호우가 예보돼 조종천이 또 범람하지 않을까 걱정이 앞섰기 때문이다.

이곳에서 37년째 민박집을 운영 중인 곽영주(60)씨는 “사흘째 잠 한숨 못 자고 두통약을 먹으며 흙더미를 치우고 있다”며 “군 장병들이 많이 도와줘 그나마 이 정도로 사정이 나아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그동안 참 많이도 물난리를 겪었는데 매번 이렇게 똑같이 반복되는지 모르겠다”며 “근본적인 조치가 없으니 이런 것 아니겠느냐”고 안타까워했다.

가평지역은 이날 오후 3시께 먹구름이 몰려와 비를 흩뿌리기 시작했다. 복구의 손길은 더욱 바빠졌다.

연합뉴스

많이 본 뉴스
‘민생회복지원금 25만원’ 당신의 생각은?
더불어민주당은 22대 국회에서 전 국민에게 1인당 25만원의 지역화폐를 지급해 내수 경기를 끌어올리는 ‘민생회복지원금법’을 발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민주당은 빠른 경기 부양을 위해 특별법에 구체적 지원 방법을 담아 지원금을 즉각 집행하겠다는 입장입니다. 반면 국민의힘과 정부는 행정부의 예산편성권을 침해하는 ‘위헌’이라고 맞서는 상황입니다. 또 지원금이 물가 상승과 재정 적자를 심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지원금 지급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찬성
반대
모르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