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대책 예방에 중점…‘현장없는 대책’ 비판도

학교폭력대책 예방에 중점…‘현장없는 대책’ 비판도

입력 2013-07-23 00:00
업데이트 2013-07-23 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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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지난해 학교폭력 종합대책을 내놓았을 때 당장 발생하는 폭력을 억제하는 데 주력했다면 이번 대책에선 예방활동에 무게 중심을 뒀다.

지난해 범정부 대책이 추진된 후 학교폭력이 감소하는 효과가 있었으나 빈도나 지속 정도가 심각한 피해는 크게 줄지 않았다는 판단에 정책 방향을 돌린 것이다.

그러나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을 비롯한 일부 시민·교육단체는 이번 조치가 현장의 절박한 요구와 근본 대책이 모두 빠져 있는 ‘현장 없는’ 현장 중심의 대책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심각한 피해 유발 학교폭력 상대적으로 덜 줄어…정부 예방교육 강화

지난해 10월 진행된 학교폭력 실태조사와 올해 3월 조사를 비교하면 학교폭력이 적지 않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학교폭력 피해를 경험했다는 응답이 지난해 조사 때 8.5%에서 올해 2.2%로 크게 낮아졌다. 학교폭력을 목격했다는 응답도 같은 기간 17.6%에서 7.6%로 떨어졌다.

그러나 빈도나 지속 정도별로 보면 심각한 피해가 발생한 학교 폭력이 상대적으로 적게 감소했다.

빈도가 1주일에 1∼2회 또는 지속 기간이 4개월 이상인 심각한 피해가 발생한 학교폭력은 작년 11만건에서 올해 6만4천건으로 42.2% 줄어든 데 반해 6개월에 1∼2회 또는 지속 기간이 1개월 이내인 경미한 피해의 학교폭력은 3분의 1 수준(35만8천건→10만4천건)으로 감소했다.

유형별로 강제 심부름(80.2%↓)과 금품 갈취(77.2%↓) 등 겉으로 쉽게 드러나는 유형은 많이 사라진 대신 집단 따돌림(46.2%↓), 사이버 괴롭힘(54.1%↓) 등 은밀한 유형의 폭력은 계속되는 편이었다.

교육부 관계자는 “폭력이 내재화되고 습관화된 학생들의 폭력 문제가 아직 해소되지 않았다고 판단해 이번에 작년 대책의 미진한 부분을 보완하면서 예방에 초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예방 대책의 대표적인 정책은 예방교육을 학교교육과정에 반영한 ‘어울림 프로그램’이다.

기존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법에서 1년에 2회 학교폭력 예방교육 시행을 의무화하고 있으나 일선 학교에선 방과 후나 조·종례 시간에 집단 교육 형태로 진행돼 형식적이란 지적이 제기돼 왔다.

정부는 이번에 핀란드의 학교폭력 예방 프로그램인 ‘키바 코울루’(KiVa Koulu)를 본떠 체험형 프로그램인 ‘어울림’을 개발·보급하고 관련 법령을 개정해 예방교육을 학교 교과 시간에 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공감, 의사소통, 갈등해결, 학교폭력 인식·대처 등 6개 분야로 구분되는 어울림 시간에 심리·상담 전문 ‘어울림 카운슬러’가 교사와 함께 놀이·음악·미술·역할극 등 체험활동을 진행한다.

학교 차원의 예방활동을 장려하기 위해 또래조정·상담, 자치법정만으로 한정했던 학교정보공시와 시·도교육청 평가 대상 예방활동을 학교에서 자율적으로 진행되는 활동도 포함했다.

또, 학교폭력 예방활동을 적극적으로 하려는 학교를 가칭 ‘꿈키움학교’로 선정해 예발활동 운영비를 지원도 할 방침이다.

학교 내 대안학급 설치도 예방대책의 하나다.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학생이 결국에 학교폭력을 일으킨다는 인식에서 나온 대책이다.

정부는 개별 학생들의 특성과 수요를 고려해 작업장학교형, ·명상·힐링형, 인성·체험형, 교육·상담형 등 다양한 대안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기로 했다.

낙인 효과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학생과 보호자의 동의를 전제로 운영하고 학생이나 보호자가 희망하는 경우 언제든지 원래 학급으로 복귀할 수 있게 할 계획이다.

정부는 내년부터 희망하는 학교는 대안학급을 설치·운영할 수 있도록 올해 초·중등교육법을 개정할 예정이다.

◇’현장성 보완됐다’는 평가에 ‘기존 대책 재탕·삼탕’ 비판도 제기

정부의 현장 중심 학교폭력 대책을 두고 교원·청소년 단체에서는 공감과 우려의 목소리가 함께 나왔다.

보수 성향의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그동안 학교폭력 대책의 현장성이 부족했는데 이번에 크게 보완된 것으로 본다며 대체로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교총 김무성 대변인은 “어울림프로그램 개발로 교육과정 내 대안교육과 인성교육을 강화하고 학부모의 책무성을 강조한 것은 바람직한 조치”라고 말했다.

다만, 학교 내 대안교실은 결국 가·피해학생이 학교 내 얼굴을 마주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오히려 피해학생의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대변인은 “학교 내 상담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단순히 전문상담교사나 전문상담가를 배치하는 것은 부차적 해결과제”라며 “교원 수를 늘려 관련 업무를 나누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활용해 교사와 학생·학부모가 연결될 통로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반면 진보 성향의 전교조는 말뿐인 현장 중심 대책이지 기존의 대책을 ‘재탕’, ‘삼탕’한 것이 지나지 않는다고 질타했다.

전교조 하병수 대변인은 “그동안 현장에서 지속적으로 제기해온 경쟁교육 완화, 학급당 학생수 감축, 학생과의 만남 시간확보를 위한 학교업무정상화, 치유와 화해를 통한 공동체 회복 중심의 학교폭력 대책은 온데간데없다”고 지적했다.

하 대변인은 “교사들에게 어울림 프로그램 등 각종 프로그램 운영을 강제하고 이를 위한 각종 연수를 의무화했다”며 “오히려 교사가 학생들과 상담할 시간은 더 부족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청소년폭력예방재단의 박옥식 사무총장은 “학교 내에서 학교폭력 예방을 위한 대안교육을 시행키로 한 것은 바람직하나 프로그램이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공립형 대안학교·대안교실 신설과 관련해선 “학교폭력으로 처벌받은 학생이 이 학교 저 학교로 떠도는 점을 고려하면 이런 학생들을 구제하는 차원에서 대안학교는 의미 있다”면서도 “대안교실은 자칫 학교 내에서 가해학생들에게 ‘낙인’을 찍을 우려가 있고 피해학생과 분리가 되지 않는다는 점에서도 우려가 된다”고 덧붙였다.

그간 진보·보수진영 간 첨예한 갈등을 빚어온 학교폭력의 학생부 기재 완화 방침에 대해 “진학 시 불이익 문제가 여전히 남아 이중처벌 문제를 해결하는 개선안으로 볼 수 없다”고 평가절하했다.

이에 대해 박옥식 청예단 총장은 “학교폭력 학생부 기재는 학생과 학부모에게 경각심을 심어줘 학교폭력을 줄이는 데 효과가 있다”며 “방침은 그대로 고수하되 경미한 사안은 1년 이내에 삭제토록 하는 등 운영의 묘를 살리면 된다”고 반박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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