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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가 알바 막고 툭하면 폭행·폭언… 안녕 못한 군사학과생

교수가 알바 막고 툭하면 폭행·폭언… 안녕 못한 군사학과생

입력 2014-01-08 00:00
업데이트 2014-01-08 0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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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력·권위로 장교후보생 교육

수도권 A대학의 군사학과 교수가 훈육을 빌미로 학생들을 때리고 상습적으로 폭언해 온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달 전북의 B대학 군사학부 교수가 제자들을 상습 폭행하다 발각된 데 이어 군 장교들을 육성하는 군사학과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잇따르면서 권위적인 교육체계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7일 A대학에 따르면 최근 군사학과 소속 3학년 일부 학생들이 “지도교수 C씨로부터 뺨을 맞는 등 폭행을 당하고 수시로 심한 욕설을 들었다”며 학교 본부와 언론에 투서를 보냈다.

학생들은 투서에서 “C교수가 저녁 늦게 기숙사를 순찰하다 야식 먹는 학생들을 발견하고는 책상을 발로 차며 ‘너희는 장교 될 자질이 없다’, ‘갈아서 닭 모이로 줘도 시원찮은 놈들이다’, ‘너희는 북한이 보낸 빨갱이다’ 등 폭언을 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C교수가 새벽 점호 시간 기숙사를 점검하다가 지저분한 방을 발견하자 학생의 뺨을 때리며 심한 욕설을 내뱉었고, 특정 동아리 활동을 가로막거나 형편이 넉넉하지 못한 학생이 아르바이트하는 것조차 막았다”고 덧붙였다. 한 재학생은 “만약 자퇴하면 그동안 국방부가 지원해 준 등록금을 물어내야 하는 터라 꾹 참고 다닐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학교 측은 진상 조사를 통해 투서 내용이 일부 사실임을 확인했다. A대학 관계자는 “C교수가 학생을 지도하다가 감정이 격해져 뺨을 때렸고 폭언한 적도 있다고 인정했다”면서 “다만 일부 학생들의 태도에도 문제가 있었다”고 말했다. 학교 측은 교수로부터 반성의 뜻이 담긴 시말서를 받았고 곧 인사위원회를 열어 징계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C교수는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지시 불이행으로 근신 처분을 받은 한 학생이 거듭 기숙사 규칙을 어겼고 반성의 기미가 안 보여 뺨을 때린 적은 있다”면서 “전액 국비 지원을 받는 장교 후보생들이기 때문에 열정적으로 지도하다 보니 조금 도를 넘은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농촌 봉사 등을 주요 활동으로 내건 특정 동아리가 사실상 친북 활동을 하고 있어 학생들에게 ‘너희는 장교가 돼야 하니 고적 답사나 군 관련 활동을 하는 동아리에 들라’고 권장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경상도 사투리의 거친 억양으로 ‘형편없는 자식들’, ‘넝마주이’라고 나무란 적은 있지만 ‘닭 모이로 준다’거나 ‘빨갱이’라고 말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군 장교 출신인 김기준 평화재향군인회 상임대표는 “완력으로 장교 후보생들을 통제해 길든 군인을 만들려는 것은 낡은 생각”이라면서 “자발성과 창조성을 키우는 교육을 해야 훌륭한 장교를 배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군사학과는 6~7년 이상 근무할 장교를 양성할 목적으로 대학들과 육군본부가 협약을 맺어 2011년 문을 열었다. 교수진 또한 군 당국의 추천을 받은 예비역 장교들이 임용된다. 전국 군사학과는 13개이며 이 가운데 A대학 등 9곳은 등록금 전액을 국방부로부터 지원받는다. 졸업생은 소위로 임관한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2014-01-08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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