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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충격에 몸·마음 망가져… 복학도 못하고 병원 치료 중

당시 충격에 몸·마음 망가져… 복학도 못하고 병원 치료 중

입력 2014-01-20 00:00
업데이트 2014-01-20 0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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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용산참사 5주기… 철거민 희생자 자녀들 ‘고통 대물림’

#1 ‘용산참사’ 유가족 김상진(23·가명)씨. 2009년 1월 화염에 아버지를 떠나보낸 3개월 만에 몸에 이상증세가 나타났다. 눈에서 출혈이 생겼다. 충격과 과도한 스트레스 탓이었다. 지난해 4월 재수술까지 마쳤지만 돋보기 안경으로 책을 봐야 한다. 시력이 낮아 군대도 면제 판정을 받았다. 지금도 매달 병원을 찾아 치료를 받고 있다.

#2 유가족 이종수(25·가명)씨는 지난 16일 열린 ‘용산참사 5주기 추모 기도회’에 참석하지 않았다. ‘용산’이라는 말만 들어도 가슴이 벌름거리고 심란하기 때문이다. 매년 다가오는 1월 이맘때가 이씨에게는 더욱 힘들다. 군대를 제대한 지 2년이 흘렀지만 세 학기째 복학을 하지 못한 상태다.

2009년 1월 20일, 용산 4구역 철거민들이 경찰과 철거용역들에 맞서 망루를 설치한 ‘남일당’ 5층 건물에 불길이 치솟았다. 철거민 5명과 경찰 1명이 숨진 지 어느새 5년. 하지만 ‘용산참사’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희생자 자녀들은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와 유사한 증세에 시달리고 있다.

용산참사 희생자 자녀는 모두 11명이다. 이 가운데 한참 예민할 때인 고교 시절 아버지의 죽음을 겪은 아이들만 6명이다. 이원호 진상규명위 사무국장은 “용산참사는 어른들에게도 감당하기 쉽지 않은 문제였는데 당시에 어린 친구들은 더 충격이 컸을 것”이라면서 “아들이 군대에 가서 적응하지 못한다거나 아버지와의 기억 때문에 힘들어한다는 말씀을 어머니들이 자주 하신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유가족의 심리치유에 나섰던 ‘진실의 힘’ 재단은 자녀들을 위한 후속작업을 준비 중이다.

하지만 5년 동안 달라진 건 별로 없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 때 정부 차원의 용산참사 진상조사위원회 설치와 관련해 ‘필요성에 공감한다’고 답했지만 정부차원의 별다른 움직임은 없다.

당시 진압작전을 지휘한 김석기 서울경찰청장은 한국공항공사 사장이 됐고, 검찰수사를 맡았던 정병두 검사장은 신임 대법관 후보로 지명됐다. 용산참사의 희생자인 고(故) 이상림(당시 71세)씨의 부인 전재숙(70)씨는 “말도 안 되는 인사를 한다면 이 나라가 어디로 가겠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제2의 용산참사’를 막기 위한 강제퇴거금지법 제정도 쉽지 않은 상태다. 거주자 동의가 있어야 개발을 할 수 있게 한 이 법안은 지난해 9월 발의됐지만 제대로 논의도 해보지 못한 채 국회에 계류 중이다. 현재는 토지 소유주나 건물주가 동의하면 개발이 가능해 거주자들이 대책 없이 쫓겨날 수밖에 없다.

박래군 진상규명위원회 집행위원장은 “현재 가장 우선시 돼야 하는 것은 강제퇴거금지법의 통과”라면서 “세입자들에게 개발이 끝날 때까지 대체해서 살 수 있는 임시가옥을 마련해주는 순환식 개발의 정착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2014-01-20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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