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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산 촬영만 20년… 통일의 길이 보여요”

“백두산 촬영만 20년… 통일의 길이 보여요”

입력 2014-01-21 00:00
업데이트 2014-01-21 0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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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m 천지 사진 등 140여점… ‘불멸’展 개최 안승일 작가

정말로 백두산이 인사동에 옮겨져 있었다.

백두산의 16개 봉우리가 천지 물빛에 모습을 비치는 것은 1년에 스무 날이 채 되지 않는다. 그래서 백두산을 다녀온 이들도 눈에 말간 천지를 담아 오기란 쉽지 않은 일.
20년째 백두산만 찍어 온 사진작가 안승일씨가 20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 아라아트센터에서 막을 올린 백두산 사진전 ‘불멸 또는 황홀’에 전시된 천지 작품 앞에서 “통일의 길이 백두산 사랑에 있다”고 힘주어 말하고 있다.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20년째 백두산만 찍어 온 사진작가 안승일씨가 20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 아라아트센터에서 막을 올린 백두산 사진전 ‘불멸 또는 황홀’에 전시된 천지 작품 앞에서 “통일의 길이 백두산 사랑에 있다”고 힘주어 말하고 있다.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그런데 서울 종로구 인사동 아라아트센터의 가운데 뜰이 확 뚫린 5개 층 9개 전시실에 내걸린 백두산 사진들은 그 산을 다녀온 이들의 갈급증마저 해소할 만하다. 20년째 백두산 사진만 찍어 온 안승일(68)작가의 백두산 사진전 ‘불멸 또는 황홀’이 20일부터 다음 달 18일까지 열린다.

전시장에 들어서니 천지를 항공촬영한 사진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높이 16m, 너비 4.5m나 되는 엄청난 대작으로, 보는 이를 압도한다. 계단을 오르내리며 천지를 제각기 다른 높이에서 조망하는 맛이 이채롭다.

초대형 풍광 사진 60여점, 자생식물 사진 70여점, 백두산에 서식하는 곤충들의 짝짓기 사진 10여점이 내걸렸다. 안 작가는 지난 16일부터 작품들을 내거느라 밤을 지새우곤 했다. 워낙 대작들이어서 천장에 자일을 걸고 장비를 동원하느라 적잖은 비용이 들었다.

안 작가는 1년의 절반 이상을 백두산에서 지낸다. 영하 50도의 혹한에서 얼음집을 지어 놓고 단군신화의 웅녀처럼 백두와 아침 인사를 나눴다. 그렇게 백두산에 렌즈를 향하다 보니 절로 사랑에 빠졌고 통일의 길이 보였다고 했다. 웅걸한 천지를 내려다보는 순간, 한민족 정체성의 벼락 세례가 이뤄졌다고 했다.

안 작가는 “처음 백두산에 갔을 때만 해도 민족이니 그런 거 잘 몰랐다. 백두산은 나라와 민족의 과거와 현재, 미래가 민족사적 시공간으로 빠져들어 애국자로 거듭나게 한다”고 말한다. 이어 “한민족이면 피를 나눈 사이이니 통일의 길도, 대화의 길도 백두산 사랑에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서라벌예대(현 중앙대) 사진학과를 중퇴한 그는 10대 후반부터 하루도 산에 가지 않은 날이 없었다. 그러다 1994년 백두산에 처음 다녀온 뒤 생의 절정 20년을 오롯이 바쳤다. 2007년 1월 백두산 용문봉에서 찍힌 그의 얼굴 사진을 보라. 곤두박질친 수은주를 형상하듯 그의 머리에 서리꽃이 피어 있다. 간첩으로 오인돼 중국 공안에 끌려갔는가 하면 죽을 고비도 서너 차례 넘겼다.

그런데도 “백두산에만 가면 좋아하는 일이라 즐겁기만 했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사람들은 내게 ‘어떻게 그런 사진들을 찍었느냐’고 묻곤 하는데 그보다 ‘왜 찍었느냐’고 물어야 한다”며 “이 사진들을 보면 내가 그랬듯 답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1994년 일본 작가 이와하시 다카시, 1998년 북한 작가 김용남과 각각 ‘백두산 2인전’을 열었던 안 작가는 “나의 20년 백두산 사랑이 통일을 이끌 젊은 세대들에게 전해지길 바란다”면서 “전국 순회 전시와 아울러 북녘에서도 이런 기획이 성사됐으면 하는 게 소박한 꿈”이라며 웃었다.

정식 개막식은 오는 24일 오후 5시에 열린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2014-01-21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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