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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그인 안 되고 첨부파일도 못 보는 ‘정보공개 앱’

로그인 안 되고 첨부파일도 못 보는 ‘정보공개 앱’

입력 2014-01-29 00:00
업데이트 2014-01-29 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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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고 편하다는 모바일 정보공개… 분통만 터지는 애물단지로

대학원에서 행정학을 공부하는 김은주씨는 논문 자료를 구하려고 태블릿PC 아이패드에서 ‘모바일 정보공개’ 애플리케이션(앱)을 내려받았다가 이내 삭제해 버렸다. 로그인 자체가 안 되는 바람에 필요한 정보공개청구가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의 스마트폰으로 다시 시도했지만, 역시 로그인에서부터 벽에 가로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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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한 민원인이 정보공개시스템 홈페이지 ‘정보공개 포털’에 접속해 정보공개청구를 하고 있다. 2006년 도입된 정보공개시스템은 매년 이용자 수가 증가하면서 그 중요성을 더하고 있다. 이호정 기자 hojeong@seoul.co.kr
28일 한 민원인이 정보공개시스템 홈페이지 ‘정보공개 포털’에 접속해 정보공개청구를 하고 있다. 2006년 도입된 정보공개시스템은 매년 이용자 수가 증가하면서 그 중요성을 더하고 있다.
이호정 기자 hojeong@seoul.co.kr


어쩌다가 로그인에 성공해도 앱에서는 PC 버전과 달리 사전정보 목록 말고는 정보공개청구를 제대로 할 수 없다. 중요한 첨부파일을 정작 열어볼 수 없기 때문에 예전에 청구했던 자료를 다시 보는 것도 불가능하다. 또 수수료 납부 기능이 없어서 힘들게 받은 답변 자료를 목록만 확인할 수 있을 뿐, 내용을 수신할 수도 없다. 김씨는 “앱을 실행하면 첫 화면에 ‘어디서나 쉽고 편하게 정보공개시스템을 이용하세요’라는 문구가 보이는데, 뭐가 쉽고 편하다는 건지 이해가 안 된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28일 안전행정부에 따르면 정보공개 앱은 스마트폰, 태블릿PC 등을 통해서도 PC 버전의 ‘정보공개시스템’(www.open.go.kr)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로 2012년에 구축됐다. 정보공개 제도 안내와 더불어 사전에 공개된 정보목록 검색, 정보공개청구, 청구 처리과정 등을 이용자가 확인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고 했다. 하지만 현실에선 이용자들의 화만 돋우는 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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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앱을 만들기 위해 안행부는 개발업체인 H사에 2억 4892만 6000원이나 지급했다. 정보기술(IT) 개발자인 김상인씨는 “정보공개시스템 홈페이지를 모바일용으로 그대로 옮겨놓은 정도에 불과하다”면서 “솔직히 앱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서울신문이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입수한 ‘검사확인서’를 보면 안행부는 정보공개 앱 개발이 끝난 뒤 모든 세부사업의 검사 판정 결과가 합격임을 확인해 줬다. 그러나 안행부가 요구한 세부항목 가운데 청구 신청, 처리상태 확인, 정보공개 실시, 회원관리 등은 지금도 구현이 안 된다는 점에서 부실한 사업 집행이고, 졸속 심사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안행부는 지난해 정보공개 앱의 불편 사항을 해소하기 위해 또 3000만원을 들여 연말까지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바뀐 건 아무것도 없다.

‘정부3.0’은 새로운 정부 운영의 패러다임으로 채택됐다. 정부3.0의 첫 단추가 공공정보의 공개이다. 그런데 중앙행정기관과 지방자치단체에 온라인으로 정보공개를 청구할 수 있는 정보공개시스템은 기능 개선은 뒷전인 채 겉으로 보이는 디자인만 최근 바꾸고, 작동 오류는 여전해 이용자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정보공개시스템에 접속하면 상단에 정보공개도우미라는 배너에 이어 ‘열린마당’이 나온다. 정보공개청구를 하는 시민들이 문의사항이나 불만사항을 올리는 게시판이지만 하루에도 수십건씩 성인광고가 쌓인다. IT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부실한 관리에 앞서 보안에 취약하다는 것을 말한다”고 입을 모은다. 한 전문가는 열린마당을 살펴본 뒤 “웹 개발을 6개월 정도 배운 사람이 게시판 만들면 딱 이런 식으로 되곤 한다”고 꼬집었다.

일반적인 질의응답 역시 2009년 4월 17일까지 운영자가 답글을 게시했고 그 이후에는 아무런 답글도 없다. 안행부는 2005년부터 3차에 걸친 시스템 구축에 각각 24억원, 22억 3000만원, 17억 5400만원이나 되는 예산을 투입하고 2007년부터 2012년까지 유지보수 비용으로 약 4억원을 썼다.

“이용하다가 답답한 마음에 담당자를 찾아 전화해도 항상 통화 중”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는 지난해까지 시스템 전화 응대 인력이 단 두 명뿐이고 전화 회선 하나를 시민과 각 공공기관의 정보공개 담당 공무원들이 함께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안행부는 최근 정보공개시스템을 위탁운영하는 업체를 바꾸면서 전화 상담원을 2배로 늘렸다고 해명했으나, 전화는 여전히 통화 중이다.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의 전진한 소장은 “반드시 비밀을 지켜줘야 할 개인정보는 누출로 인한 피해가 늘어나는데, 공익을 위해 공유해야 할 정보는 꽁꽁 싸매려 한다”고 말했다. 전 소장은 또 “박근혜 대통령이 ‘정부3.0’을 강조하는 건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그러나 이를 뒷받침해야 할 보좌진이나 공공부문에선 마지못해 흉내만 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정보공개 관련 업무를 지휘하는 과장 이상 간부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최지숙 기자 truth173@seoul.co.kr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2014-01-29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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