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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째 출하를 못해요”…AI로 발 묶인 축산농가

“10일째 출하를 못해요”…AI로 발 묶인 축산농가

입력 2014-02-04 00:00
업데이트 2014-02-04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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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제한 조치로 도산 위기…”책임 떠넘기기 급급”

“10일 전부터 키운 닭을 출하하지 못해 정말 죽을 맛입니다. 차라리 AI 감염판정이 났다면 살처분 보상이라도 받을 텐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으니 미치겠습니다.”

전북 정읍시 영원면에서 토종닭 11만여마리를 키우는 농장주 A씨(58)에게는 요즘 하루하루가 피를 말리는 전쟁이 아닐 수 없다.

AI 확정 판정을 받은 농가로부터 3㎞ 내에 있다는 이유로 지난 26일부터 이동제한조치를 받아 10일째 토종닭 출하를 못 하고 있기 때문이다.

토종닭은 부화 이후 보통 63일째 출하하지만, 출하시기를 10여일이나 넘기면서 각종 부작용이 속출해 A씨의 속은 시꺼멓게 타들어 가고 있다.

이제는 토종닭 11만여마리에게 먹이는 하루 사료 값 1천300만원∼1천500여만원을 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보통 30여일을 길러 출하하는 육계와 달리 토종닭은 사육기간이 배(63일)이상 길어 사료 값이 만만치 않은데 10일간이나 출하를 못 한 관계로 수입이 거의 없어 도산위기에 처한 것이다.

A씨는 “토종닭은 몸집이 커질수록 사료도 많이 먹는데다 제때 출하하지 못하면 질겨져서 상품성이 크게 떨어진다”면서 “AI에 걸리지도 않았는데 발생지로부터 위험지역(반경 3㎞)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무조건 차량이동을 막으면 어떻게 하란 말이냐”며 울분을 터뜨렸다.

설상가상으로 지난 2일 닭 70여마리가 폐사하자 당국에 신고했지만 이마저도 1차 분석결과 AI가 아닌 기관지성 전염병으로 판정되면서 살처분 대상에서 제외돼 보상을 받을 수 없는 딱한 처지에 놓였다.

현재 A씨처럼 AI에 감염되지 않았는데도, 반경 3㎞안에 있다는 이유로 이동제한조치를 받은 닭과 오리 농가는 부안과 정읍지역내 농장 20여곳. 사육중인 닭과 오리는 67만여마리에 이른다고 도는 밝혔다.

이들 농가도 A씨의 농장과 마찬가지로, 한창 정성껏 기른 닭과 오리를 제때 시장에 내놓지 못해 발만 동동구르고 있다.

이들은 대책 없는 정부의 이동제한 조치와 AI확산 소식만을 전하는 언론의 보도 등에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닭과 오리의 소비가 뚝 떨어졌지만, 정부나 도, 관할 자치단체마저 관련 농가를 구제할 뾰족한 방안을 내놓지 않고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해 울화가 치민다고 입을 모은다.

6일째 오리를 출하 못한 정읍시 이평면 한 농가의 주인 B씨는 “AI 터질 때마다 정부는 차단방역이다 하면서 호들갑을 떨지만 이런 와중에 우리같은 선의의 피해자만 속수무책으로 당하곤 한다”면서 “정부가 이동제한을 풀어주든지, 아니면 전량수매를 해주든지 조속히 결단을 내려야 한다”며 볼멘소리를 했다.

전북도도 이들 농장 주인들의 처지는 이해하지만, AI 확산 차단을 위한 정부의 어쩔 수 없는 조치라며 난색을 보이고 있다.

도는 이러한 농가들에 최대 1천400여만원의 ‘소득안정자금’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이들 농가의 피해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해 논란만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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