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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이산호 충돌 기름유출 수사 어떻게 돼가나

우이산호 충돌 기름유출 수사 어떻게 돼가나

입력 2014-02-09 00:00
업데이트 2014-02-09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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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상자 발생 8일 동안 몰라 ‘부실수사’…GS는 알고도 ‘쉬쉬’여수해경, 도선사 과실·유출량 조사 집중

지난달 31일 발생한 전남 여수시 낙포동 원유2부두 유조선 우이산호(16만4천t급) 충돌 사고가 10일째를 맞으면서 원인 규명을 위한 경찰의 수사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9일 여수해양경찰서에 따르면 그동안 확보한 여수 해상교통관제센터(VTS)의 녹화 영상자료와 유조선의 선박항해기록장치(VDR) 등을 분석해 충돌 사고 전후의 유조선 운항 상황과 항해기록 등을 자세히 분석하고 있다.

해경은 일단 이번 사고가 도선사의 ‘과속 접안’에 의한 충돌이 원인인 것으로 파악하고 도선사가 과속 접안을 하게 된 경위를 밝히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특히 23년 경력의 베테랑 도선사가 접안을 시도하면서 통상적인 2∼3노트의 속도를 넘어서 7노트(시속 약 13㎞)의 빠른 속도로 돌진한 이유를 밝히는 것이 수사의 핵심이다.

그 밖에도 GS칼텍스 관계자들의 안전관리 소홀, VTS 관제 상황, 도선사와 선장 등의 과실 여부 등을 중점적으로 살펴보고 있다.

그러나 수사 과정에서 선박대리점 협력업체 직원 이모(46)씨가 유조선이 잔교에 부딪치는 충격으로 바다에 빠져 40여분 동안이나 생사의 갈림길에서 부상을 당하고 가까스로 구조됐는데도 8일이 지나도록 사실조차 파악 못 하는 등 부실수사라는 비판을 받았다.

그동안 해경의 수사 과정에서 제기된 의문점과 수사 초점, 앞으로의 수사 방향 등을 살펴본다.

◇ 부상자 발생 8일 동안 몰라…GS칼텍스 알고도 신고 않아

사고 당시 유조선 선주의 선박대리점 협력업체에 고용돼 항구에 접안한 선박을 부두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고정하는 작업(일명 줄잡이)을 하던 이모(46)씨가 유조선이 잔교에 부딪치는 충격으로 바다에 추락했다.

이씨는 부서진 철제 구조물에 허벅지를 찔리고 유출된 원유와 나프타 등을 뒤집어쓴 채 무너진 송유관 시설물을 잡고 40여분 동안 사투를 벌이다 동료가 던진 밧줄을 잡고 구조됐다.

당시 이씨의 부상 장면은 소속 회사는 물론 GS 칼텍스 관계자도 목격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해경은 사고 발생 이후 8일 동안이나 GS칼텍스 관계자들은 물론 당시 현장에 있던 13명의 목격자를 두루 조사하고서도 이씨의 부상 사실을 파악하지 못했다.

당시 김씨의 사고 사실을 확인한 GS칼텍스 측은 두 차례나 부상자의 안부까지 물었던 것으로 드러나 해경 조사 과정에서 부상자 존재 사실을 신고하지 않은 은폐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해경도 뒤늦게 사실을 확인하고 당시 목격자 등을 상대로 재조사에 나서는 한편 GS칼텍스가 이 사실을 고의로 은폐하려 했는지도 조사하고 있다.

◇ 기름 유출량 얼마인가

해경은 이번 사고로 유출된 기름의 양을 16만4천ℓ로 추정했다.

송유관의 길이가 밸브로부터 215m에 이르는데, 파공된 부분이 밸브로부터 111m 지점이어서 그 안에 들어 있는 3개 파이프의 용량을 산출해 유출량을 추산했다.

215m 송유관 가운데 파공된 111m 부위부터 바다 쪽 봉인된 부분까지 기름이 남아 있다는 전제다.

그러나 해경은 조사 과정에서 이 부분의 기름이 바다로 흘러갔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또 GS칼텍스 측이 사고 1시간여 뒤에야 밸브를 잠근 시각까지 고려하면 유출량은 현재 추정치보다 많이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해경은 밸브를 잠근 시각이 GS칼텍스 측의 주장대로 10시35분이 맞는지를 비롯해 정확한 유출량 조사를 위해 전문가를 불러 조사를 벌이고 있다.

한편 민주당 김영록 의원은 4일 해상쪽 송유관에서 150t의 기름이 유출됐다는 점을 전제로 전체 기름 유출량이 애초 해경이 발표한 164t의 4배 정도인 642t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 유조선 65분 일찍 도착…통보도 않아

우이산호가 예정된 시각보다 부두에 65분이나 일찍 도착하면서도 GS칼텍스 측에는 운항변경 통보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의구심이 증폭되고 있다.

사고 유조선은 당일 오전 8시18분 대도 서방 1.5마일 해상에서 도선사 2명을 태우고 출발, 9시20분께 원유2부두 남서방 약 2.5마일 해상에서 예인선 6척의 접안 지원을 받고 9시35분 충돌까지 총 1시간 17분 동안 운항했다.

유조선은 묘박지에서 애초 예정된 출발 시각보다 15분 빨리 출발한 데다 원유2부두 3㎞ 앞까지 평소 1시간 40분 걸리던 운항시간을 1시간 10분 만에 도착했다.

또 이곳부터 부두까지 원래대로 2∼3노트의 속도로 접안을 시도하면 30여분 걸리는 것을 10분 만에 들어와 애초 예정 시각보다 65분이나 앞당겨 들어온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과정에서 7노트의 속도를 줄이지 못하고 충돌 사고를 일으켰다.

그동안 사고 원인을 두고 도선사가 애초 예정 시간보다 먼저 출발해 예정 1시간 전에 부두에 도착하는 등 뭔가 서두르는 과정에서 ‘과속 접안’으로 사고를 유발하지 않았느냐는 지적이 나왔다.

이처럼 애초 예정 시간보다 65분이나 빠르게 도착한 이유를 밝히는 것이 사고 원인 규명에 핵심이 될 전망이다.

◇ 사고 당시 GS칼텍스 해무사 없어

사고 당시 선박의 안전한 접안을 유도하는 GS칼텍스 소속 해무사가 현장에 없었던 것으로 확인돼 접안시설 관리 부실 책임도 제기됐다.

GS칼텍스는 원유부두 3곳과 제품부두 2곳에서 일하는 해무사 5명을 고용하고 있다.

이들은 의무 고용 대상은 아니지만, 부두에서 선박과 무선 교신하며 안전한 접안 등을 돕는 역할을 한다.

GS칼텍스 측은 “당시 해무사는 전날 받은 유조선의 운항 계획에 따라 애초 도착 예정시간보다 일찍 현장에 도착했으나 이미 충돌사고로 잔교가 파손돼 근무지로 들어가지 못하고 육상의 밸브를 잠그는 작업을 도왔다”며 “유조선이 예정 시간보다 1시간 이상 빨리 들어오면서도 통보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해경은 사고 발생 당시 현장에 부두와 선박의 안전 관리를 담당하는 해무사가 없었던 사실에 대해서도 사고와의 연관성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 왜 접안 당시 과속했나

유조선이 부두의 해상 구조물과 충돌을 피하려면 최소 7∼8분 전에 닻을 내리는 투묘를 해야 하는데 VDR 기록에는 충돌하기 수십 초 전에야 닻을 내린 것으로 나타났다.

또 VDR 기록에는 충돌 직전 도선사를 비롯한 선원들의 당황하고 웅성거리는 음성과 상황이 생생하게 담겨 있어 이들도 사고 직전까지 충돌을 예측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해경은 유조선이 충돌 8분 전인 오전 9시27분께 9노트를 유지했고 9시 30분에는 8노트로 줄였지만, 충돌 시각인 9시35분까지 7노트를 유지한 사실을 확인했다.

이에 따라 왜 유조선이 접안 당시 지켜야 할 2∼3노트의 속도를 넘어 7노트의 빠른 속도로 진입하면서 접안 구조물과 송유관을 들이받았는지는 갈수록 오리무중으로 빠지고 있다.

해경은 경력 23년의 베테랑 도선사가 과속으로 접안을 시도한 것이 ‘단순 오판’으로 보기에는 석연치 않다는 점에서 사고 원인에 대한 다각적인 조사를 벌이고 있다.

◇ 마주 오던 컨테이너 피하려다 사고(?)

그동안 사고 발생 직후부터 유조선의 과속 원인에 대해서 다양한 추측이 무성하게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맞은 편에서 오던 대형 컨테이너선을 피해 먼저 좌회전하려다 속도를 줄이지 못하고 사고를 유발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특히 해경이 공개한 폐쇄회로(CC)TV 영상에 유조선 충돌 순간 뒤편에 컨테이너가 지나가는 장면이 잡히면서 이 분석은 일부에서 호응을 얻기도 했다.

그러나 VTS 측 관계자는 “우이산호가 접안을 시도할 당시 다가오는 컨테이너선에 그 사실을 통보했는데 당시 두 선박의 거리가 4천200m였다”며 “이어 유조선이 부두에 접근할 당시에는 컨테이너선박은 2㎞ 밖에 있어 안전에 전혀 문제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여수해경의 한 관계자도 “VTS가 보유한 모든 녹화자료를 입수해 분석했지만, 사고 당시 맞은 편의 컨테이너선과 위험한 상황은 전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혀 수사 결과가 주목된다.

이와 함께 도선사의 음주 운항 의혹이나 선체 결함 의혹 등도 제기됐지만, 해경이 확인 결과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 예인선 줄도 안 걸고 접안 시도

유조선이 안전한 접안을 위해 필요한 예인선과 밧줄을 연결해야 하는 안전규정을 지키지 않아 대형 사고로 이어졌다는 지적도 나왔다.

해양수산부는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사고 선박 오른쪽에서 예인선 4척이 예인해야 하지만 배 앞머리에 있는 예인선과 예인줄을 연결하지 않은 채 유조선이 7노트의 속도로 접안을 시도했다’고 밝혔다.

여수지방해양항만청이 안전한 접안을 위해 규정한 ‘여수광양항 예인선 운영 세칙’을 위반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항만 전문가들은 예인선과 선박 간 밧줄 결합이 중간에 끊어졌다는 것은 이동 선박의 균형을 흐트러뜨려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을 알고도 사고선박 도선사는 선박 접안을 무리하게 진행했다는 것이 해수부의 설명이다.

◇ 해경 수사 방향

해경은 이번 사고가 ‘과속 접안’을 한 도선사의 과실뿐만 아니라 통보조차 하지 않은 1시간 빠른 접안 시도, 이에 따른 해무사의 부재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해경은 도선사와 선장 등 관계자들의 과실을 입증하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도선사, 선사와 선박대리점 관계자 등을 대상으로 과속 접안을 하게 된 이유, 유조선이 애초 예정했던 시각보다 65분이나 빨리 들어간 이유와 그러한 사실을 GS칼텍스 측에 통보하지 않은 이유 등을 집중 조사하고 있다.

이와 함께 사고 당시 해무사가 자리를 지키지 않은 GS칼텍스 측의 안전관리와 감독 소홀 여부 등에 대해서도 살피고 있다.

특히 사고 당시 부상자 발생 사실을 알고도 조사 과정에서 이를 알리지 않은 GS칼텍스에 대해 의도적으로 은폐하려 했는지도 추궁하고 있다.

여수해경의 한 관계자는 “목격자 조사 과정에서 당시 현장에 있었던 근로자와 GS칼텍스 측 모두 부상자 발생 사실을 말하지 않아 그 경위를 조사 중”이라며 “현재 도선사의 과실 여부를 포함해 정확한 유출량 확인을 위해 다각적인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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