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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처분 공무원들 ‘PTSD’증세 잇따라

살처분 공무원들 ‘PTSD’증세 잇따라

입력 2014-02-17 00:00
업데이트 2014-02-17 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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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전북 등 전수조사 방침… 트라우마 치료 등 대책 나서

#지난달 24일 충남 부여에서 AI가 발생해 살처분 작업에 투입됐던 50대 군 공무원 A씨는 얼마 전부터 마음이 이상했다. 업무를 볼 때나 집에서 쉴 때나 ‘닭이 날개를 퍼덕이며 소란스럽게 울어대던’ 살처분 장면이 내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밥맛은 뚝 떨어졌다. 닭고기 요리는 공포 그 자체였다. 불면증도 찾아왔다. 닭을 죽이는 장면이 머리에 맴돌아 밤을 꼬박 새우기 일쑤였다. A씨는 결국 군보건소를 찾았다. 우울 자가진단에서 정상치를 벗어났고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로 판명됐다. 군 보건소에서 상담을 했지만 차도를 보이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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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서도 AI방역 강화
강원서도 AI방역 강화 16일 철새 분변에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바이러스가 검출된 강원 원주시 호저면 인근에서 방역 관계자들이 검역초소를 세우고 닭과 오리 농가의 이동을 금지하는 등 AI 확산을 막기 위한 방역활동을 펼치고 있다.
원주 연합뉴스
AI 살처분에 투입된 공무원들이 이 같은 후유증에 시달리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지자체가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충남도는 살처분 작업에 투입됐던 30대 부여군 공무원 B씨까지 모두 2명이 외상 후 스트레스 증세를 보이자 AI 트라우마 치유에 나섰다고 16일 밝혔다. 충남광역정신건강센터는 A씨를 방문해 상담을 하기로 했다. B씨는 군 보건소 상담 후 호전됐지만 A씨는 여전히 고통을 호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상담은 정신과 전문의인 센터장과 심리상담 전문가들이 맡는다. 김달영 도 주무관은 “상담 후 A씨의 증세가 심하다고 판단되면 국립공주병원에 의뢰해 깊이 있는 심리 치료를 받도록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전북에서는 AI 살처분 투입요원 3명이 외상 후 스트레스 증세를 보여 치료를 받았다. 작업 전에 복용한 타미플루의 부작용을 호소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정읍시 관계자는 “복통, 어지러움, 구토 증세를 일으키는 일이 종종 있다”며 “이런 증세를 보이는 직원은 작업을 즉시 중단시키고 있다”고 전했다.

전북도는 작업이 끝난 직원에 대해 전수조사를 벌여 이상 유무를 파악하기로 했다. 고위험군 직원은 시·군 보건소에서 치료를 받게 한 뒤 5일간 증세가 호전되지 않으면 정신과 전문의 등의 치료를 받도록 할 방침이다.

전주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

홍성 이천열 기자 sky@seoul.co.kr
2014-02-17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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