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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폭탄테러] “버스 중간서 폭탄 터졌다면 희생자 늘었을 것”

[이집트 폭탄테러] “버스 중간서 폭탄 터졌다면 희생자 늘었을 것”

입력 2014-02-18 00:00
업데이트 2014-02-18 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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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자가 전한 ‘영웅’ 제진수

성지순례에 나선 신도들이 이집트 국경지대에서 폭탄 테러를 당한 충북 진천 중앙장로교회에는 17일 신도들이 새벽부터 하나둘씩 모여들었다. 이날 오전 5시 평소와 다름없이 열린 월요 새벽기도는 침통한 분위기에서 진행됐고 참석한 신도 50여명 가운데 일부는 눈물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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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탄 테러에서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신도들은 악몽 같았던 상황을 전화로 전해 왔다. 유재태(63)씨는 “국경지대 초소 같은 곳에 버스를 세운 뒤 여권 심사를 하기 위해 가이드 지시에 따라 가방에서 여권을 꺼내려던 순간 뻥하는 폭발음이 들렸다”면서 “몇 차례 폭발음이 이어지면서 지붕이 날아가고 버스가 불길에 휩싸이는 등 아수라장이 됐다”고 전했다. 이어 “젊은 사람이 버스에 접근하더니 폭발음이 일어난 것 같다”면서 “버스 앞쪽에서 폭탄이 터져 앞쪽에 있던 사람들이 많이 다쳤다”고 덧붙였다. 그는 “큰 폭발음 때문에 고막이 다쳤는지 귀가 잘 들리지 않는다”고 했다.

차기호(57)씨는 “처음에는 인근에서 총격전 등 전쟁 상황이 발생한 줄 알았다”고 했다. 그는 “승객들이 깨진 창문으로 뛰어내리고 일부는 중간에 있는 문을 통해 빠져나왔다”면서 “2∼3초만 늦었더라면 나도 어떻게 됐을지 모른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부상당하지 않은 13명과 함께 이스라엘 인근 호텔에 머물며 귀국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사망 사실이 확인된 김홍렬(64)씨의 딸은 “어머니는 독실한 신자였는데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믿어지지 않는다”면서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정신이 없다”며 눈물을 흘렸다. 김씨의 유족들은 인천공항을 통해 18일 새벽 이집트로 출국할 예정이다.

부상자 가족들은 정부의 적극 대처를 호소했다. 최정례(64·여)씨의 사위 윤성노(40)씨는 “부상 상태가 심각하지 않다고 해서 안심했는데 무릎 아래쪽에 파편이 박힌 채로 방치되고 있다는 연락을 받았다”면서 “지혈만 해줘 너무 고통스러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현지 가이드 제진수(56)씨가 신속한 조치로 희생자를 최소화하고 본인은 정작 숨진 것으로 알려져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사고 현장 수습 등을 담당한 주이스라엘 대사관 박흥경 공사는 제씨가 테러범이 버스 계단에 한 발을 들이는 순간 밀쳐 냈고 바로 다음에 폭발이 있었다고 전했다. 부상을 당한 한 생존자도 “한 사람이 무언가를 배에 차고 버스에 올라타 가이드가 그게 뭐냐고 말하는 순간 폭탄이 터졌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다른 생존자는 “버스 중간에서 폭탄이 터졌다면 희생자가 더 많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씨의 사망 소식에 카이로의 지인들은 비탄의 심경을 감추지 못했다. 지인들은 “워낙 성실해 카이로 한인사회에서 존경받는 분이셨는데 이런 일을 당해 너무 안타깝다”고 입을 모았다. 22년간 이집트 여행업계에 종사한 제씨는 부인과 두 딸을 두고 있다. 이집트 정착 초기 당시에는 식품회사 책임자로 근무했던 제씨는 1990년대 초 여행업계에 뛰어들었다.

연합뉴스

진천 남인우 기자 niw7263@seoul.co.kr
2014-02-18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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