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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대신 北의용군 끌려갔던 동생 죽은 줄 알고 제사까지 지냈는데…”

“나 대신 北의용군 끌려갔던 동생 죽은 줄 알고 제사까지 지냈는데…”

입력 2014-02-24 00:00
업데이트 2014-02-24 0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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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이산가족 상봉 첫날

“아버지! 돌아가신 줄 알았는데…저 알아보시겠어요?” “못 알아보겠어. 너희 엄마는?”

남북 이산가족 상봉 행사 나흘째이자 북측의 상봉 의뢰자 88명이 남측 상봉단을 만나는 2차 상봉 첫날이기도 한 23일 가족들은 오후 3시부터 5시까지 북한 금강산면회소에서 60여년 만에 꿈 같은 재회의 시간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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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남북 이산가족 상봉 행사 첫날인 23일 북한 고성 금강산면회소에서 60년 만에 재회한 가족들이 눈물을 흘리며 상봉의 기쁨을 나누고 있다. 왼쪽 사진은 남측에 사는 딸 남궁봉자(왼쪽·61)씨가 북측의 아버지 남궁렬(오른쪽·87)씨를 만나 울음을 터뜨리는 모습.  금강산 박지환 기자 popocar@seoul.co.kr
2차 남북 이산가족 상봉 행사 첫날인 23일 북한 고성 금강산면회소에서 60년 만에 재회한 가족들이 눈물을 흘리며 상봉의 기쁨을 나누고 있다. 왼쪽 사진은 남측에 사는 딸 남궁봉자(왼쪽·61)씨가 북측의 아버지 남궁렬(오른쪽·87)씨를 만나 울음을 터뜨리는 모습.
금강산 박지환 기자 popocar@seoul.co.kr
남측 김사문(왼쪽)씨가 북측에 사는 언니 김태운(78)씨를 만나 서로 얼싸안은 채 울고 있다. 금강산 박지환 기자 popocar@seoul.co.kr
남측 김사문(왼쪽)씨가 북측에 사는 언니 김태운(78)씨를 만나 서로 얼싸안은 채 울고 있다.
금강산 박지환 기자 popocar@seoul.co.kr
1차 이산가족 상봉 행사의 마지막 날인 지난 22일 북한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마지막 상봉을 마친 박운형(93) 할아버지가 버스에 탑승한 채 창밖에 있는 북측 동생 박운화(79)씨와 손을 맞대며 작별을 아쉬워하고 있다. 금강산 연합뉴스
1차 이산가족 상봉 행사의 마지막 날인 지난 22일 북한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마지막 상봉을 마친 박운형(93) 할아버지가 버스에 탑승한 채 창밖에 있는 북측 동생 박운화(79)씨와 손을 맞대며 작별을 아쉬워하고 있다.
금강산 연합뉴스
이날 상봉에 참여한 남측 가족들은 6·25전쟁 중 소식이 끊긴 부모, 형제가 이미 죽었다고 생각하고 살아온 경우가 대부분이라 이미 사망신고를 했거나 제사를 지내 온 경우도 있었고 전쟁 중 인민군 의용군에 끌려가거나 잠시 외출하다 행방불명된 사연들도 많았다.

6·25전쟁 때 젖먹이였던 남궁봉자(61)씨는 꿈에서만 그리던 북쪽의 아버지 남궁렬(87)씨와 만나자마자 얼싸안고 울기 시작했다. 아버지의 얼굴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봉자씨는 “아버지가 전쟁통에 실종되셔서 돌아가신 줄만 알았다”면서 “어머니가 5년 전에 돌아가셔서 안타깝다”고 말했다. 충남 서천 출신인 남궁렬씨는 동네 친구들과 함께 저녁에 어디 잠깐 다녀온다고 나갔다가 북측에 끌려간 것으로 알려졌다.

북측의 언니 홍석순(80)씨를 만난 남측 동생 명자(65)씨는 “어릴 때 헤어진 언니가 북한 의용군으로 끌려간 약혼자를 따라 북으로 갔다”고 말했다. 홍씨는 무당들이 언니가 죽었을 것이라고 해서 ‘영혼 결혼식’까지 시켜 줬다고 했다. 명자씨는 석순씨에게 “사진을 많이 찍어야 해. 얼굴 나와야지…”라며 60여년 만에 만난 언니의 모습을 조금이라도 더 담아가려 했다.

이번 상봉에서 북측 상봉 의뢰자 88명 가운데 31명이 의용군 징집자인 것으로 알려졌다. 임금영(86)씨는 북측 동생인 선영(83)씨가 죽은 줄 알고 제사까지 지냈다. 6·25전쟁 당시 서울에 살았을 때 북한군이 두 형제 중 한 명이 의용군으로 가야 한다고 협박했고 이에 동생 선영씨가 “내가 형님 대신 가겠다”고 나섰다고 한다. 임씨는 북측 동생에게 미안한 마음을 담아 내복, 점퍼, 초코파이, 시계 등 선물을 잔뜩 가져갔다.

서울 배재고등학교 재학 중 의용군으로 끌려간 삼촌 주정환(83)씨를 만난 주종택씨 가족도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특히 종택씨의 아버지인 종국씨는 전쟁 당시 월북한 것으로 알려져 이념이 갈라놓은 가족의 비극을 실감케 했다.

이번 2차 상봉에서 부모·자식 간 만남을 가진 경우는 1명에 불과하고 73명이 형제자매를 만났다. 지난 20~22일 1차 상봉 때 남측 방문자 82명 중 12명이 부부와 부모·자식, 50명이 형제자매를 만난 것과 대조적이다. 특히 남측 가족을 만나고 싶다고 의뢰한 북측 상봉 의뢰자 88명 가운데 평안도, 함경도 등 이북 출신은 없었고 경기, 경북 등 이남 출신이 87명, 일본 출신이 1명으로 나타났다.

남북 이산가족들은 이날 오후 5시쯤 단체 상봉을 마치고 저녁 7시부터 9시 5분까지 금강산면회소에서 남측이 주최한 환영 만찬에 참석했다. 북측 단장인 리충복 조선적십자회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은 “우리는 북남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중대제안을 내놓았고 그 첫 출발로 흩어진 가족 상봉을 마련했다”고 분위기를 띄웠다.

한편 이날 남측 기자 1명이 북측의 남북출입사무소에서 통관검사를 받던 중 노트북 컴퓨터에 북한인권법 파일이 있다는 이유로 뒤늦게 금강산에 입경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북측은 검사 10시간여 만인 오후 10시를 넘겨 이 기자의 입경을 허용했다.

금강산공동취재단·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2014-02-24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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