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페이지

“국민 여론, 재벌총수 양형에 중요요소 영향”

“국민 여론, 재벌총수 양형에 중요요소 영향”

입력 2014-02-26 00:00
업데이트 2014-02-26 11:33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형사 재판에 넘겨진 재벌 총수에 대한 법관들의 양형 판단에 국민 여론이 간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는 내용이 담긴 현직 판사의 논문이 나와 주목된다.

판결이 여론을 따랐다고 단정할 수 없지만 양형 기준에 여론을 반영하고 법관들이 그 기준에 따라 선고형을 정하는 과정에서 결과적으로 판결과 여론의 흐름이 일치하게 됐다는 것이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법 유제민 판사는 최근 사법연수원 법과 사회 연구반 논문집에 실린 논문 ‘법관의 양형판단과 국민 여론의 관계에 관한 법사회학적 시론(試論)’에서 이같이 분석했다.

유 판사는 재벌 총수에 대한 형사 판결이 많지 않은 점을 감안, 통계적 분석을 실시하는 대신 1990년대부터 최근까지 시대별 주요 판결의 양형 이유와 언론에 나타난 여론을 비교했다. 법원 판결을 보면 집행유예보다 실형을 선고하는 경우가 상당히 늘었다. 최근에는 집행유예 선고가 오히려 적을 정도다. 유 판사는 “과거 양형 판단에선 우리나라 경제에서의 재벌의 역할과 기여도, 재벌 대기업 체제의 특수성 등을 명시적으로 고려한 반면 최근의 양형 이유에선 이런 요소에 대한 언급을 발견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유 판사는 이어 “과거에는 횡령·배임의 액수가 매우 크더라도 재벌 기업집단의 규모를 고려할 때 그리 위법성이 크지 않다는 취지의 판결까지 등장했는데 최근에는 기업집단 규모를 별달리 고려하지 않은 채 횡령·배임 액수를 기초로 제정된 양형 기준을 철저히 적용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재벌 총수 사건에 대한 국민 여론도 비슷한 쪽으로 바뀌었다. 유 판사는 “1990년대 국민 여론은 대체로 재벌 총수의 역할 등을 고려할 때 실형은 지나치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2000년대 초반에는 그런 경향이 다소 약화했고 2000년대 후반에는 집행유예가 다른 사안과 비교해 지나치게 가벼운 처벌 아니냐는 비판이 서서히 일었다”고 분석했다.

유 판사는 “이제는 오히려 집행유예를 선고하면 여론의 강한 비판이 염려되는 정도에 이르렀다고 볼 수 있다”며 “최태원 SK회장에 대한 1심 판결에 그런 여론의 변화를 암시한 듯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유 판사는 재벌 총수를 더욱 강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쪽으로 판결과 여론의 흐름이 모두 바뀌었다고 요약했다. 다만, 그렇다고 해서 여론이 직접 양형 판단에 영향을 준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유 판사는 “재벌 총수에 대한 판결의 양형 이유에서 국민적 시각이나 여론을 언급한 경우를 거의 찾아볼 수 없고, 대부분 법관도 다수의 의견과 논리에 따르는 것이 위험하다는 점을 명확히 인식하고 있다”고 전제했다.

이어 “최근 판결은 재벌 총수라고 해도 예외 없이 경제 범죄에 관한 양형 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했음을 명시적으로 밝히고 있다”며 “양형 기준을 통한 간접적인 방식으로 여론이 양형 판단에 중요한 요소로 영향을 미쳤다는 결론을 내리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많이 본 뉴스
내가 바라는 국무총리는?
차기 국무총리에 대한 국민 관심이 뜨겁습니다. 차기 국무총리는 어떤 인물이 돼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대통령에게 쓴 소리 할 수 있는 인물
정치적 소통 능력이 뛰어난 인물
행정적으로 가장 유능한 인물
국가 혁신을 이끌 젊은 인물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