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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노동자 파업 초읽기…신학기 대학가 ‘뒤숭숭’

청소노동자 파업 초읽기…신학기 대학가 ‘뒤숭숭’

입력 2014-03-02 12:00
업데이트 2014-03-02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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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장님, 우리도 대학의 어엿한 구성원입니다.’

서울 시내 12개 대학에서 비정규직 청소·경비 노동자 1천600여명이 신학기가 시작하는 3일 총파업에 들어갈 예정이어서 분위기가 어수선하다.

2일 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에 따르면 파업에 참여하는 사업장은 고려대, 고려대 안암병원, 경희대, 연세대, 연세재단빌딩, 이화여대, 서강대, 홍익대, 카이스트, 한국예술종합학교, 광운대, 인덕대, 동덕여대, 덕성여대 등 14곳이다.

2011년 집단 교섭이 시작된 이후 사업장별 노조가 동시에 총파업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경지부는 일단 하루 총파업을 한 뒤 추가 협상에 진전이 없으면 전면 파업도 불사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노사 간 입장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정작 학교 측은 ‘강 건너 불구경하는 식’이어서 갈등은 쉽게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 매년 교섭 파행 되풀이…학교는 ‘뒷짐’

대학 비정규직 노조들은 2011년부터 공동의 교섭 조건을 마련해 용역업체 측과 집단 교섭을 벌여 왔다. 통일된 단체협약을 통해 안정된 노사 질서를 형성하기 위해서다.

문제는 정작 원청인 대학이 아닌 하청업체인 용역업체와 협상하다 보니 노조의 요구안이 거의 받아들여지지 않고 매번 파행을 겪고 있다.

올해의 경우 노조들은 5천700원 수준인 시급을 시중 노임단가의 87.7%인 7천원으로 올려달라고 요구했지만 용역회사들이 동결안을 고수, 교섭이 결렬됐다.

한 용역업체 관계자는 “원청과 재계약을 하지 못하면 우리 역시 하루아침에 일감을 잃는다”며 “계약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은 입장에서 노조의 요구안은 터무니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윤수 서경지부 조직차장은 “원청이 사용료를 적게 지급하는데 하청업체들이 임금을 올려주려고 하겠는가”라고 반문하며 “교섭은 용역업체들과 하지만 결정권은 학교에 있어 파업 사태로까지 악화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대학들은 협상에는 관여하지 않겠다는 태도이다.

한 대학 관계자는 “이번 총파업은 용역업체와 노조 간 협상 결렬에 따른 것으로 대학에서 간섭할 일이 아니다”라며 “다만 학생들이 불편을 겪는 일이 생기면 용역 회사에 대책 마련을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 10년째 근로여건 개선 요구…현실은 제자리

대학 비정규직들은 2004년 고려대 청소 노동자들이 처음 집회를 열고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지 10년째 근로 여건 개선을 요구하고 있지만 상황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무엇보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학교와 직접 계약하지 않고 학교와 계약한 용역업체를 통해 채용되는 간접고용 방식이어서 학교가 용역업체를 바꾸면 고용 승계가 되지 않을 위험이 크다.

대학의 청소·경비 근로자 평균 연령은 50~60대이지만 장시간 근무와 저임금 등 열악한 근무여건에 시달리고 있다.

한 사립대의 경비노동자는 “우리에게는 ‘몇 년째 이곳에서 일하고 있다’는 말은 자랑이 아니다”라며 “용역업체가 바뀌면 언제든 해고될 수 있어 노조 활동도 눈치를 보며 해야 한다”고 털어놨다.

이민도(64·여) 이화여대분회장은 “특히 청소노동자는 대부분 여성이어서 육체적으로 버겁다”며 “월급도 종일 일해서 130만원 정도를 받는데 부양가족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턱없이 부족하다”며 임금 현실화를 강조했다.

이어 “학교의 무관심과 사측의 성의 없는 태도를 더는 참을 수 없다”며 “협상이 제대로 진행될 때까지 파업을 해 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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