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페이지

기초수급자의 아름다운 약속…사후 전재산 기부키로

기초수급자의 아름다운 약속…사후 전재산 기부키로

입력 2014-03-02 12:00
업데이트 2014-03-02 12:00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60대 “밥 한술도 나눠야”…5천만원 주택 기부 공증

“밥 한 숟갈 덜 먹고 나보다 더 배고픈 사람에게 줘야지. 배부른 사람이 한 숟갈 더 먹어서 좋을 게 뭐 있겠어.”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신분임에도 전 재산을 기부키로 한 안홍민(66·가명)씨.

안씨는 최근 어려운 이웃을 위해 써달라며 자신의 전 재산인 서울 구로구의 자택을 복지재단에 사후 기부한다는 유언을 공증했다.

그가 기부하기로 한 집을 돈으로 환산하면 5천여만원. 적지 않은 금액이고 어려운 형편에 겨우 마련한 오랜 삶의 터전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안씨는 젊은 시절 공사장에서 일하다 다쳐 뇌병변 3급 장애를 얻은 탓에 거동이 불편하다. 외출하려면 요양보호사의 도움으로 휠체어를 타야 한다.

노환으로 시력에도 이상이 왔고, 뇌졸중 때문에 언제 쓰러질지 알 수 없다.

예전에는 불편한 몸을 이끌고 재활용품 수집을 하며 근근이 돈을 벌었지만 2000년부터 건강이 급격히 나빠져 그마저도 못하게 돼 정부 지원을 받고 있다.

안씨는 언제 유명을 달리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몸이 조금이라도 성할 때 재산을 사후 기부하기로 마음먹었다.

처음에는 ‘제가 죽으면 이 집을 정부에서 알아서 처리해주길 바란다’는 내용의 유언장을 썼다.

그러다 평소 많은 도움을 주던 구로구청 공무원들과 자원봉사자들을 만나면서 이번에 구로희망복지재단에 사후 재산 기부를 약속하게 됐다.

사실 안씨의 이웃 사랑은 훨씬 오래전부터 시작됐다.

그는 평소 어두운 반지하 방에서도 전등을 켜지 않고 지내며 아낀 생활비와 재활용품 판매수익을 모아 매년 이웃돕기 성금을 맡겨왔다.

어려운 이웃을 보면 지나치지 못하고 밥을 사거나 현금을 손에 쥐여주는 ‘통 큰’ 인물로 동네에서 유명하다.

안씨는 2일 “어릴 적 아버지로부터 ‘밥 한 숟갈 덜 먹어 배고픈 사람에게 나눠줘야 한다’는 말을 귀에 못이 박이도록 들었다. 아버지의 영향이 컸다”며 기부 습관의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재산이 더 많았으면 더 기부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미안해했다.

이어 “오래전부터 생각했던 일이라 묵은 숙제를 한 기분이어서 마음이 편하다”며 “익명으로 1억원씩 구세군 냄비에 기부하는 사람들에 비하면 난 아무것도 아니다”며 겸손해했다.

그러면서 “어차피 땅에서 태어나 땅으로 돌아갈 텐데 돈을 쥐고 죽어서 뭐하겠어요. 더 배고픈 사람, 더 어려운 사람을 챙기면 그게 아름답게 죽는 거죠”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많이 본 뉴스
내가 바라는 국무총리는?
차기 국무총리에 대한 국민 관심이 뜨겁습니다. 차기 국무총리는 어떤 인물이 돼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대통령에게 쓴 소리 할 수 있는 인물
정치적 소통 능력이 뛰어난 인물
행정적으로 가장 유능한 인물
국가 혁신을 이끌 젊은 인물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