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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년전 연구 인용해 식물인간 초등생 위로한 법원>

<120년전 연구 인용해 식물인간 초등생 위로한 법원>

입력 2014-03-06 00:00
업데이트 2014-03-06 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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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 부딪히고서 이틀 뒤 뇌출혈 발병에도 “공제 급여 지급하라”

재외 한국학교 수업 중 머리를 다치고서 이틀 뒤 뇌출혈로 쓰러져 사실상 식물인간이 된 초등학생이 재판을 통해 치료비를 받을 수 있게 됐다.

법원은 120여년 전 외국 연구까지 판결문에 인용하면서 예상치 못한 불운과 마주친 아이와 부모를 위로했다.

서울고법 민사8부(배기열 부장판사)는 A군 부모가 공제 급여를 달라며 학교안전공제중앙회를 상대로 낸 소송의 항소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1억9천8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고 6일 밝혔다.

중국 상하이 한국학교에 다니던 A군은 2011년 4월 중국어 수업 도중 떨어진 지우개를 주우려고 몸을 구부렸다가 벌떡 일어서면서 머리를 책상 모서리에 부딪히는 사고를 당했다.

A군은 당시 별 이상 증세가 없어 담임교사에게 사고를 알리지 않았다. 그러나 42시간쯤 지난 뒤 갑자기 눈 주위에 통증을 호소하면서 경련을 일으키다가 혼수상태에 빠졌다. 뇌출혈이었다.

중국 현지에서 수술을 받은 A군은 2012년 2월 국내로 들어와 입원을 하거나 재활 치료를 계속 받았지만 차도가 없었다. 이후에도 의식이 없고 몸을 움직이지도 못해 뇌병변 1급 결정을 받았다.

A군 부모는 상하이 한국학교와 계약을 맺은 학교안전공제중앙회에 공제 급여를 달라고 청구했다가 거절당하자 소송을 냈다. 중앙회 측은 뇌출혈이 머리 충격에 의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했다.

1심도 중앙회 측 주장을 인정했다. 중앙회가 공제 급여를 지급하려면 ‘교육활동 중 발생한 급격하고도 우연한 외래의 작용에 의한 사고’가 있어야 하는데, 뇌출혈의 원인을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러나 항소심은 머리를 부딪친 후 별 증상이 없다가 갑자기 뇌출혈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며 결론을 뒤집었다. 그러면서 1891년 독일의 한 연구, 1995년 미국심장협회에 보고된 한 연구 등을 인용했다.

오래전 연구들은 머리를 다치고서 2주 후 뇌출혈로 사망한 사례나 머리 외상 후 최소 6시간 동안 뇌 촬영 결과가 정상이었다가 뇌출혈이 발병한 사례 등을 소개한 것이었다.

재판부는 “A군에게 원래부터 뇌출혈이 쉽게 발생할 수 있는 어떤 의학적 소인(素因)이 있었다고 해도 그 소인과 사고가 겹쳐서 피해를 유발한 점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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