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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 헐떡이는 오리 떠올라” 살처분 트라우마호소

”숨 헐떡이는 오리 떠올라” 살처분 트라우마호소

입력 2014-03-06 00:00
업데이트 2014-03-06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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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성군 공무원노조, 공무원심리상담 등 대책 촉구

“죽음을 앞두고 마지막 숨을 내쉬면서 목을 길게 늘어트린 오리가 자꾸 떠올라요”

조류인플루엔자(AI) 발생으로 가금류 살처분에 참여했던 충북 음성군의 공무원 최모(41)씨는 6일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트라우마)’를 호소했다.

최씨는 “몇년 전 구제역으로 돼지 살처분에 동원된 뒤 한동안 돼지고기를 먹지 못했고, 붉은색을 제대로 보지도 못했다”며 “농민에게 자식 같은 가축을 살처분하면서 느꼈던 죄스러운 마음으로 고통스럽다”고 말했다.

정모(32)씨 역시 “살처분에 처음 동원됐을 때는 살아있는 오리를 잡는 것이 두려웠다. 집에 와서 잠이 들 때도 오리들이 살려달라고 소리치는 것 같아 가슴이 답답했다”며 트라우마에 시달린다고 말했다.

정씨는 “연일 살처분 현장에 투입되면서 감각이 무뎌지고, 짜증이 나면서 빨리 (오리를) 다 죽여버리고 싶은 생각이 드는 나를 발견할 때 더 두려운 생각이 들었다”고 살처분으로 정신적으로 황폐해지는 심정을 토로했다.

정씨는 그동안 살처분 현장에 7차례나 투입됐다.

전국공무원노조 음성군지부는 이날 군청 현관 앞에서 살처분에 참여하는 공무원의 인권보장 등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공무원 노조는 성명을 통해 “음성지역에서는 현재까지 살처분과 방역에 연인원 2천400여명의 공무원이 투입돼 AI와 전쟁을 치르고 있다”며 “그동안 1명의 공무원이 피로누적으로 병원에 입원했고, 2명은 허리를 다쳐 치료를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살처분에 참여한 사람들은 동물 소리 환청에 시달리고 악몽으로 숙면을 취하지 못해 스트레스를 받는 등 트라우마를 심각하게 겪고 있다”며 살처분 공무원의 심리상담, 가축 전염병 관련 전담기구·전문인력 확보, 살처분 공무원 휴식 보장, 비과학적 살처분 중단 등을 요구했다.

공무원노조는 “살처분과 방역초소 운영 등에 예비비 10억4천만원 가운데 10억원을 쏟아 부었다. 앞으로 군비 25억원이 투입될 것으로 예상돼 신규 사업은 생각도 하지 못하고, AI 관련 예산확보를 위해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야 할 형편”이라며 정부의 지원을 촉구했다.

이어 “농가 보상비 20%를 지자체에 떠넘기는 관련 법률도 개정돼야 한다”며 “위험지역 내에서 주변 여건을 고려하지 않고 살처분하는 관련 매뉴얼을 개정하고 합리적인 대안을 마련하라”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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