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페이지

부실한 장기요양보험…복지 사각 내몰린 독거노인

부실한 장기요양보험…복지 사각 내몰린 독거노인

입력 2014-03-10 00:00
업데이트 2014-03-10 01:19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79세 3급 수급자 화재로 숨져…수급 이유로 ‘노인돌봄’서 제외

생활고를 비관한 저소득층의 잇단 자살 사건으로 ‘복지 사각지대’에 대한 우려가 커진 가운데 몸이 불편한 고령층을 대상으로 한 노인장기요양보험도 급증하는 수요를 감당하지 못해 부실 운영된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보험 수급자 수(65세 이상 노인 대상)는 지난해 33만 1525명으로 4년 전인 2009년(23만 8408명)보다 39.1%나 늘었다. 하지만 허술한 급수 판정 체계 탓에 다수의 수급자가 몸 상태에 맞는 제대로 된 서비스를 받지 못하고 있다. 최근에는 혼자 살던 70대 노인이 화재로 사망하는 사건이 벌어졌는데 보건 당국이 적절한 서비스를 제공했다면 생명을 살릴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안타까움이 터져 나온다.


9일 서울 강북경찰서에 따르면 노인장기요양보험 3급 수급자인 한모(79)씨는 지난달 25일 저녁 강북구 한 단층 주택에서 화재로 숨졌다. 3년 전 하반신마비를 당한 그는 이날 3평(9.9㎡) 남짓한 방에 누워 있다가 불길을 피하지 못해 변을 당했다. 이날 요양보호사가 집을 방문해 한씨를 돌봐 줬지만 서비스 시간이 4시간(3급 수급자 기준)뿐이어서 사고 때는 한씨 홀로 있었다. 독거노인인 한씨는 노인장기요양보험 수급자라는 이유로 보건복지부가 제공하는 가사 방문 등 노인돌봄종합서비스를 받을 수 없었다. 복지부 관계자는 “돌봄서비스는 장기요양보험 혜택을 못 받는 고령자를 지원하기 위한 제도”라고 설명했다.

장애인단체들은 장기요양보험 대상자 중 한씨처럼 3급 수급자의 경우 제공받는 서비스가 지나치게 제한돼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3급 수급자는 건강보험 재정에서 매달 87만 8900원(자부담액 13만 1835원)을 지원받는다. 이 금액으로 민간 요양보험사를 불러 재택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시간은 하루 4시간(월 20일 기준)가량이다. 1·2급 판정을 받아도 월 보장 한도액이 각각 114만 600원과 100만 3700원으로 3급과 큰 차이는 없다. 하지만 수급자가 원하면 민간요양시설에 입소하는 비용을 지급해 한씨 같은 독거노인은 요양시설에 들어갈 수 있다. 3급 대상자는 독거노인이거나 가족 관계가 원만하지 않은 경우 심의를 거쳐 제한적 상황에서만 시설 입소가 가능하다.

수급자 등급 판정이 허술하게 이뤄지는 것도 문제다. 수급자 등급은 의사와 간호사, 사회복지사 등으로 이뤄진 판정위원회에서 결정하는데 환자의 몸 상태나 가정 상황 등을 단 한 번의 방문 조사로 판단해 공정성 논란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특히 최근 수급 신청자 중 1·2급이 아닌 3급 판정을 받는 수급자가 많아지자 사회복지학계 등에서는 “재정 소요를 최소화하기 위해 3등급으로 몰아서 판정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까지 터져 나온다. 복지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전문 요원이 의사 소견서 등을 꼼꼼히 검토해 수급 등급을 결정하기 때문에 심의가 허술하다는 지적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노인장기요양보험 신청자 중 인정비율은 5.8%(2013년 기준)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12.1%)의 절반 수준에 머물러 인정률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2014-03-10 9면
많이 본 뉴스
내가 바라는 국무총리는?
차기 국무총리에 대한 국민 관심이 뜨겁습니다. 차기 국무총리는 어떤 인물이 돼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대통령에게 쓴 소리 할 수 있는 인물
정치적 소통 능력이 뛰어난 인물
행정적으로 가장 유능한 인물
국가 혁신을 이끌 젊은 인물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