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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임금·정년연장 여파…정부가 임금개편 주도

통상임금·정년연장 여파…정부가 임금개편 주도

입력 2014-03-19 00:00
업데이트 2014-03-19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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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공성 축소·성과 비중 확대 강조…노동계 “사용자 편향” 비판

고용노동부가 19일 내놓은 임금체계 개편 매뉴얼은 기본급 중심으로 임금 항목을 단순화하면서 연공성을 줄이고 성과와 연동한다는 것으로 압축할 수 있다.

연공급(호봉제)이 중심이 된 우리나라 기업의 임금체계 문제는 이미 수십년 동안 논쟁의 대상이 돼 왔고 대안으로 제시되는 직무급, 직능급 또한 새롭게 등장한 임금체계도 아니다. 또 임금체계는 노사가 자율적으로 결정할 사안이다.

이를 잘 아는 정부가 노동계의 반발을 무릅쓰고 성과·직무 중심의 임금체계 도입을 거론한 배경에는 통상임금 확대, 정년 60세 도입 문제가 놓여 있다.

◇ 통상임금 확대·정년연장’임금개편’ 촉발

대법원은 지난해 12월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된다는 전원합의체 판결을 내렸다. 재직자에게만 지급하는 정기상여는 통상임금이 아니라는 내용이 들어있지만 이 판결로 통상임금의 범위는 확대됐다.

1임금지급기(1개월)를 초과하거나 근로시간과 관계없이 생활보조적으로 지급하는 통근수당, 가족수당 등을 통상임금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본 1988년 노동부 예규는 사실상 폐기됐다.

당장 재계는 인건비 부담을 호소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통상임금 기준을 1임금지급기로 정해야 한다며 대법원 판결과 배치되는 내용의 입법을 요구하고 있다.

정부가 고령화 사회를 맞아 고용률 70% 달성의 지렛대 중 하나로 삼은 정년 60세 역시 기업 처지에서 보면 인건비 상승 문제와 직결된다.

통상임금 판결과 정년 연장으로 기업 인건비 부담이 커지면 지난해 연말부터 기지개를 켠 고용시장이 얼어붙고 장기적으로 경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게 정부의 시각이다.

아울러 정부는 통상임금 판결 등이 수십년 논란이 된 연공급 체계를 개편할 수 있는 계기라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 직무·직능급 도입 험난…비정규직 차별 등 선행요건 갖춰져야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국내 기업의 66.2%가 연봉제를 시행하고 있지만, 상당수가 연공급(호봉제) 방식으로 임금을 결정하는 이른바 ‘무늬만 연봉제’를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무늬만 연봉제’는 관리자급에게만 적용하거나 호봉테이블을 전제로 하면서 임금구성 항목을 ‘연봉’이라는 이름으로 운영하고 있어 성과나 직무 가치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게 고용부의 설명이다.

대안으로 연공급 개편, 직무·직능급 도입이 제시됐지만 현장에 적용하면 어느 하나 쉽지 않은 문제다.

고용부는 연공급을 유지하려면 개인성과에 따라 호봉을 차등 승급하거나 정기 승급을 최소화해 연공성을 완화할 것을 제시했는데 노동계 입장에서는 임금 삭감이나 다름없다.

정부는 연공급의 대안으로 개별 직무 가치를 정해 임금을 정하는 직무급을 거론하지만, 직무와 성과를 연결하려는 재계의 움직임이 오히려 직무급 도입을 가로막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유규창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는 올 1월 노사정위 등이 주최한 임금체계 개편 토론회에서 “경총 자료를 보면 직무와 성과 연동을 더 원하는 것처럼 보인다. 직무급이 마치 성과급과 동일한 것으로 오해를 불러일으켰고 노동계의 직무급 반대 기류와 무관하지 않다. 정부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비판했다.

직무별로 상대적 가치를 평가할 때 비용이 들고 산업구조, 기술 변화로 직무 내용, 가치가 바뀌는 현상에 대응하기 어려운 단점도 있다.

유 교수는 “청소, 경비, 시설관리 등 사회를 유지하는데 필수적인 직무임에도 저평가돼 저임금과 열악한 근로환경에 처해 있는 경우가 많은데 여러 사회적 직무의 가치를 명확하게 평가하기 위한 공공부문의 역할도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직무급이 자리를 잡으려면 동일노동에 대한 동일임금 원칙이 적용돼야 한다. 같은 일을 하는데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적은 임금을 받는 상황이 고쳐지지 않고는 논의조차 쉽지 않다는 얘기다.

개인의 직무수행 능력을 임금 결정 기준으로 삼는 직능급은 능력 줌심의 인력 운영이나 숙련도 향상을 기대할 수는 있지만 평가의 객관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고 사실상 연공급제로 변질될 가능성이 크다.

직급이 높은 근로자에게 많은 임금을 지급해야 하기 때문에 연공급제 만큼 임금 부담이 늘 수 있다.

결국 어느 한가지 제도만으로 임금 체계를 개선하기는 어렵고 개별 사업장에 맞는 최적의 시스템을 찾아야 한다.

연공급이 반드시 뜯어고쳐야 할 ‘절대악’인지는 반대 연구 결과도 있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이 지난달 발표한 ‘임금체계가 임금수준과 고용구조 및 경영성과에 미친 영향’ 보고서를 보면 연공급과 직능·직무급의 임금 수준은 비슷했다.

연공급이 직능급보다는 경영성과가 낮았지만, 직무급보다는 높았다.

연공급과 직능급, 직무급 등 임금체계가 고용구조나 경영성과 등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다는 게 보고서의 결론이다.

고용노동부는 “임금체계는 기업의 인사노무관리 시스템과 연관돼 있고 노조, 근로자와 충분히 협의해야 할 사항”이라며 “중장기적인 노동시장 개혁의 핵심과제로 삼고 자율적인 임금체계 개편을 위한 여건 조성에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 정부, 업종별 모델 개발…현장 적용은 ‘글쎄’

고용노동부는 연공급이 산업현장에 미치는 문제점을 해결하자는 목적으로 지난해 한국노동연구원에 ‘임금직무센터’를 신설했고, 자동차제조업 생산직·병원 간호사·은행 사무직의 임금체계 시범 모델을 개발했다.

정부는 올해도 조선업 등으로 업종을 확대해 임금체계 시범 모델을 개발할 계획이다.

그러나 시범 모델도 현장에서 단기간에 이뤄지기는 어렵다.

완성차업체는 직무전환을 통해 추가로 정년연장과 임금피크제를 병행 도입하는 게 단기과제로 제시됐다.

현대차 노조는 올해 임단협에서 ‘조건없는 정년연장’을 요구하고 있다.

노동계에서는 정부 모델을 ‘사용자 모델’이라며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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