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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설·시공 중 하나만 제대로 됐어도 붕괴 막았다

제설·시공 중 하나만 제대로 됐어도 붕괴 막았다

입력 2014-03-27 00:00
업데이트 2014-03-27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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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체적 부실이 빚은 인재…리조트측 “공기단축” 부실 키워

경북 경주 마우나오션 리조트의 체육관 붕괴사고는 제설작업과 시공 중 하나만 제대로 됐더라도 피할 수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의 시뮬레이션 결과에서 이 같은 사실이 확인됐다.

체육관 지붕은 법 규정에 따라 ㎡당 50㎏의 적설하중을 버틸 수 있도록 건립됐다.

즉 제설작업만 했더라도 당연히 붕괴사고를 막을 수 있었다.

리조트 측은 지붕에 50~70㎝의 눈이 쌓여 ㎡당 114㎏의 적설하중이 가해진 상태였는데도 제설작업을 하지 않았다.

또 시뮬레이션 결과 설계도상의 자재로 시공을 했더라면 당시 눈 무게를 버틸 수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건물 유지보수를 비롯해 인허가·설계·시공·감리 등의 총체적 부실로 인해 참사를 빚은 것으로 드러났다.

◇ 붕괴 원인…”제설소홀·부실공사 반반”

경찰은 폭설과 부실시공 등이 복합 작용해 붕괴사고를 낸 것으로 보고 둘중 어느 쪽이 주원인인지를 밝히는데 모든 초점을 맞췄다.

과학적 근거 확보를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 한국강구조학회 등에 건축물 시뮬레이션을 의뢰했다.

체육관이 설계도대로 정확히 지어진 상황과 부실시공된 상황에 각각 적설량 등의 변수를 대입, 붕괴원인을 찾는 작업이었다.

시뮬레이션 결과 체육관이 제대로 된 설계도에 따라 정상적인 자재를 사용해 지어졌더라면 참사 당일 지붕에 쌓인 눈의 무게를 견딜 수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붕괴사고가 일어났더라도 지붕 등이 무너지는 속도를 늦춰 사상자를 크게 줄일 수 있었다는 의견이 나왔다.

당시 무대 앞쪽 부분에서 굉음이 들린 후 13초만에 완전히 내려앉았기 때문에 학생들이 미처 피하지 못했다.

부산외대 신입생 537명 중 10명이 숨지고 204명이 부상했다.

경찰 한 수사관계자는 “비공식적인 견해지만 체육관 부실시공과 지붕 위의 눈 방치가 절반씩 작용해 일어난 참사”라고 말했다.

◇ ‘부실’…단 한 차례도 안 걸러져

사고 체육관은 인허가 단계부터 설계, 시공, 감리 등 모든 과정이 불법·부실하게 진행됐지만 완공때까지 이런 정황들이 걸러져 바로잡힌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

체육관 건립공사는 변조한 공문서로 건축허가를 받은 데서 출발했다.

2009년 5월 마우나오션개발㈜ 측은 체육관 건축허가를 위해 용역업체 대표 박모(48)씨와 짜고 체육관 건축허가가 이미 난 것처럼 공문서를 꾸몄다.

박씨가 경주시 문화관광과 소속 공무원에게 복사한다는 핑계를 대며 앞서 제출한 ‘양남관광지 조성계획’ 서류를 넘겨받아 체육관 신축서류를 끼워 넣은 것이다.

엇비슷한 시점에 이뤄진 체육관 설계 역시 제멋대로였다.

건축사무소는 설계과정에서 건축구조기술사 협력 없이 임의로 설계도를 변경했다.

그 결과 체육관 전반을 지탱하는 주기둥 하단부 규격은 기존 468㎜에서 450㎜로 축소됐고, 주기둥과 바닥을 연결하는 앵커볼트 모양도 ‘L’자형에서 ‘I’자형으로 바뀌었다.

또 주기둥의 역할을 분담하는 보조기둥 베이스플레이트 볼트 수도 4개에서 2개로 줄었다.

체육관 시공을 맡은 S종합건설은 건설기술사 7명에게 대가를 지불하고 자격증을 대여 받아 등록했다.

이 회사 대표는 체육관 건립비 4억3천여만원의 5%(2천200만원)를 받는 조건으로 무자격자인 현장소장 서씨에게 일반건설업 등록증을 빌려주고 모든 공사를 맡긴 것으로 밝혀졌다.

이처럼 무면허 업자가 공사를 총괄하다 보니 체육관 구조물에서 가장 중요한 주기둥과 주기둥 보 등에 규격미달 자재가 사용되고 주기둥·지붕 등에 대한 부실시공이 이뤄졌음에도 아무런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다.

S종합건설에서 하청을 받아 철골 구조물 공사를 담당한 E강재는 설계도 등에 명시된 주기둥 및 주기둥 보 자재(SM490)를 사용하지 않고 강도가 훨씬 떨어지는 자재(SS400, SPHC)로 대체했다.

또 주기둥·보조기둥 밑부분과 콘크리트 바닥의 연결에도 고강도 무수축 모르타르 대신 강도가 떨어지는 시멘트를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규격미달 자재를 사용한 부실시공이 광범위하게 이뤄졌지만 현장소장의 지도감독과 건축사무소의 감리 등은 태만했던 것으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 “공기 단축” 독촉이 부실 키워

리조트 측이 공기를 무리하게 단축하면서 급박하게 공사를 진행, 부실공사를 키웠다.

리조트 측은 2009년 6월 경주시로부터 건축허가를 받았지만 이미 수일 전부터 착공을 요구, 시공사가 터파기 등 기초작업을 진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철골 구조물 공사를 담당한 E강재 측이 “공사기일이 촉박하다”는 의견을 제시했으나 묵살했다.

경찰은 “E강재가 주기둥 설치공사 등에 서두르다 보니 제대로된 자재를 확보하지 못했고 결국 쉽게 구할 수 있는 규격미달 자재를 사용했다”며 “체육관 공사에 걸린 시간도 정상적인 다른 공사기간에 비해 절반밖에 안걸렸다”고 말했다.

폭설이 내려 비상이 걸리자 리조트 측은 계열사 직원 280명을 동원해 진입도로와 골프장 등에 대한 제설작업을 벌였지만 많은 인원이 사용하고 적설하중이 취약한 체육관을 방치했다.

이처럼 리조트 측이 체육관 붕괴의 직접적 원인으로 꼽히는 부실시공 및 제설작업 방치 등에 모두 연루된 정황이 밝혀졌음에도 정작 해당 리조트 대표는 처벌대상에서 제외됐고 실무를 총괄한 사업본부장 등 4~5명만 처벌대상에 올랐다.

배봉길 수사본부장은 “대표에 대해 형사상 책임이 있는지 다각도로 수사했으나 리조트 시설안전 관리에 대한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감독을 한 사실이 없어 처벌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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